현대전쟁병기/일반밀리

남북한 군사력 비교

21c-park 2007. 6. 27. 11:01

남북한 군사력 비교 : 북한 군사력 우위론의 허구성

 . 머리말

  북한의 군사력1)이 남한에 비해 월등히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국방부에 의하면, 한국군은 북한 대비 75% 수준의 전력지수를 유지하고 있어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을 방어할 능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2) 남북의 군사력에 대한 상대적 평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북한의 군사적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의 30배에 달하고 인구가 2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한 보다 군사력에서 우세하다는 비상식적인 생각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사회에서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북한 군사력 우위론은 우리 사회 내에 다음과 같은 군사안보논리를 만들어냈다. 첫째, 북한의 군사력 위협을 과장하는 안보논리로 이용돼 왔다. 둘째, 남한이 대폭적인 군사비 증액을 통해 계속해서 군사력을 증강을 해야 하는 중요한 논리를 제공해 왔다. 셋째,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지탱해온 중요한 명분이었다.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이므로 주한미군이 보충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우위에 대한 의문은 80년대 말부터 국내 일부 민간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기 시작했다. 리영희 교수는 ‘종합적 전쟁수행능력’에서 남한이 북한을 압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3) 함택영 교수도 남북한 군사비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적어도 1980년대 초부터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앞서기 시작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4)

  한편 북한의 군사력 우위론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마침내 17대 국회에서도 제기되었다.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의원은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양적 기준 대신, 질적 기준으로 비교하면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남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주장했다.5) 같은 당의 홍재형 의원도 “북한은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무기체계가 월등히 앞서 있는 남한을 능가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6)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방부의 지시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력을 제외한 남북한만의 군사력을 비교 평가한 결과, 한국군 가운데 육군은 북한군의 80%, 해군은 90%로 뒤지며, 다만 공군력만 103%로 약간 앞선다고 밝힌 바 있다.7) 한국국방연구원의 발표는 남한의 공군력이 북한에 앞서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육군력과 해군력이 여전히 북한에 열세임을 주장하고 있어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 기존 북한 군사력 우위론의 허구성

   1. 북한 군사력 우위론에 대한 문제 제기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열세라는 주장은 한국 국방부와 국내 일부 어용학자들을 중심으로 일부에 한정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국내에서 북한의 군사적 우위에 대한 문제 제기는 80년대 말부터 일부 민간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기 시작했다.

  리영희 교수는 ‘현존군사력’ 이외에 국가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생산력, 경제체제와 구조, 과학과 기술, 정신・문화적 범주의 자원과 능력이 총동원된 ‘종합적 전쟁수행능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8)  

  한편 남북한 군사비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한 함택영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남한은 1953년 종전 이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군사력의 우세를 보이다가 그 후 1970년대 말까지 10여 년간 우위를 상실했으나, 1980년대에 들어 다시 우위를 확보했다. 최근 한국군의 우세는 1970년대 초중반 인민군이 누렸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1970년대조차 북한의 우위는 주한미군의 존재와, 만일 필요하다면 약 5만 명의 주월 한국군 귀환에 의해서 상쇄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94년 북한의 군사력은 남한의 40-60% 정도라는 것이 최소한 우리가 고찰한 바의 결론이다.”9)

  특히 외국의 유수한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남한의 군사력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북한의 군사력이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997년 말, 영국정부 산하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for Defense and Security Studies)는 군사력의 대외행사 능력을 중심으로 각 국의 군사력을 평가한 결과, 남북한을 각각 세계 6위와 7위로 평가함으로써, 남한이 북한 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10)  

  남한의 군사력이 우위에 있다는 입장은 미국 내 보수성향의 인사들도 한결같이 일치한다.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003년 3월 6일,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의 GDP가 북한의 25-35배나 되고, 전방의 억지력을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11)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전문가인 보수 성향의 래리 닉시(Larry Liksch)는 2000년 1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대담에서, “지난 5년간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상당히 약화 됐으며, 북한이 남침할 수 있는 공격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북한이 비무장지대 북측지역에 중화기와 로켓포 등을 집중 배치해 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중화기들은 유사시 적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는 있지만 기동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닉시는 “중화기와 기동력을 갖춘 보병, 탱크나 장갑차 등 모든 부문에서 북한은 현저한 전력약화를 겪어왔다”고 밝혔다.12)

  그런가 하면 세계적으로 저명한 워게임 전문가인 제임스 더니건(James F. Dunnigan)이 계산한 1995년 기준 각국의 전투력 비교에 의하면, 남한은 해군력 35점을 포함해서 총 1,020점을 얻은 반면, 북한은 해군력 14점을 포함해서 총 389점으로 기록되었다.13) 즉, 북한의 전투력은 남한의 약 38%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더니건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20년 전부터 한국군은 DMZ를 스스로 방어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14)

 

  2. 북한 군사력 우위론의 논리와 그 허구성

   2배가 넘는 인구와 30배에 달하는 경제력을 지니고 있는 남한이 ‘잠재군사력’이나 ‘전쟁수행능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 ‘잠재군사력’에서 우세하다는 것은 국방부도 인정하는 바이다. 국방부는 “전쟁수행 잠재력에서는 남한이 월등히 우세하지만, 동원군사력 면에서는 남북한이 대체로 대등하고, 상비군사력 면에서는 북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15)고 주장한다.

  단지 현존군사력에서 열세라는 것이다. 현존군사력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북한의 기습공격과 속전속결전략에 의해 서울을 점령하는 등에 대한 억지력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대북 현존군사력 열세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병력 및 무기의 수가 남한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의 국방비에 비해 월등한 많은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 군비 증강을 남한 보다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투자비 누계액에서는 북한이 앞선다는 것이다. 셋째는 전력증강 투자비의 실질 구매력 면에서 북한이 현저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질구매력을 한국군과 비교할 때 동일 규모의 군사비로 3배 이상의 전력증강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16)

     1) 단순개수 비교우위론

   국방부가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해온 방식은 남북한의 병력과 주요 무기의 보유수를 이른바 ‘낱알세기(bean count)’ 하는 ‘단순개수비교’다. <표-1>은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표이다. 국방부가 발행한 ꡔ국방백서ꡕ 2000년 호는 병력수에서 북한이 117만 명으로써 남한의 69만 명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해군 수상전투함의 경우는 남북한이 각각 160척:430척, 공군 전술기는 580대:870대를 보유한 것으로 단순 비교 평가하고 있다.17)

 

<표-1>    국방부의 남북한 군사력 비교표

            구     분

         한   국

         북    한

    병   력

   지 상 군

   56만명

   69만명

  100만명

   117만명

   해    군

   6.7만명

    6만명

   공    군

   6.3만명

   11만명

지상군

부대

   군  단

            11개          

            20개        

   사  단

            49개

            67개

   여  단

            19개

78개(포병 30여개여단제외)

장비

   전  차

        2,360여대

        3,800여대

   장갑차

        2,400여대

        2,300여대

   야  포

        5,180여문

       12,500여대

   헬  기

         600여대

            -

해 군

    수상전투함

         160여척

         430여척

    지  원  함

          20여척

         470여척

    잠 수 함(정)

          10여척

          90여척

    항  공  기

          70여대

            -

공 군

    전  투  기

         540여대

         870여대   

    특  수  기

          40여대

    지  원  기

         230여대

         840여대

         예비전력(병력)

       304만여명

       748만여명

출처: 국방부, ꡔ국방백서 2000ꡕ(서울: 국방부, 2000), p.202.

 

  이러한 ‘단순개수비교’나 ‘등가치비교’는 그 성질과 질을 달리하는 남북한의 인적‧물적 역량의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 ‘단순개수비교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군사력에 대한 불충분하고 왜곡된 상을 제공할 뿐이다. 첫째, 병력과 무기의 질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군사력 평가의 기본적인 상식조차 무시하고 있다. 둘째, 개수비교가 모든 양적 요소를 충분히 포괄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개수비교는 매우 중요한 조직적 역량을 고려치 않는다. 넷째, 개수비교는 다양한 범주의 단위부대와 무기체제가 실제 전투에서 전투력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을 고려치 않고 있다.18)

  우선 북한의 병력을 117만 명으로 잡고 있으나 이는 매우 과장된 측면이 있다. 사회주의 특유의 ‘인민전쟁론’의 전쟁관을 갖고 있는 북한의 경우, 인민군은 남한처럼 밥 먹고 군사훈련만 하는 모두 정예 군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당규모의 인민군들은 도로건설과 같은 대규모 건설공사나 농사일 등에 동원되는 ‘반군반민’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민군부대는 상당량의 식량을 자급자족하거나 부대경비를 자체 조달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임종인 의원은 북한은 전사를 제외하고 많은 수의 군인이 종신동안 군대생활을 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어 노령화된 군인들이 다수 포함되므로, 국방부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과 같은 방법으로 환산한다면, 한국의 경우도 현재 재대한 장교나 부사관을 전부 병력수에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경우 한국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 인원도 병력수에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19)  또한 전투서열 비교에서 보통 한국군과 인민군 보병사단은 동일한 전투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한국군 정규사단 병력은 14,000여명인데 비해, 인민군 1개 사단의 병력은 한국군 사단의 65-70%에 불과하다.20)

  육군의 주력무기인 전차의 경우, 전반적으로 노후한 구형장비로 전체 전차의 절반 이상이 수명연한인 25년을 초과한 장비이며, 특히 T-34는 기동력을 상실하여 후방지역의 지역화기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21) 북한의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형인 T-34를 비롯해, 1950년대 형인 T-54/55/59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북한이 보유한 최신예 전차는 T-6222)에 불과하다. 이라크는 북한보다 1세대 이상 앞선 T-72전차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M-1A1전차를 한 대도 파괴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군은 대전차용인 공격용 헬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군력의 경우, 남북한의 격차는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북한에는 사실상 현대적 의미의 해군전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보유한 1천톤급 이상의 수상전투함으로는 소호급 1척과 나진급 2척의 호위함(frigate)이 고작이다. 이들 함정들도 공대함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므로 연안 이외에서의 작전이 불가능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200-400톤 사이의 미사일정과 경비정, 그리고 100톤 미만의 쾌속정들로써, 전쟁 시 항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파고가 2m 이상인 경우 200톤 미만의 북한 함정들은 작전수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파고 2-3m의 해상상태에서는 200톤 이상의 함정도 함요동 및 사격통제장비의 성능 미흡으로 인하여 전투능력이 현저히 감소된다는 것이다.23) 더구나 북한의 경우 동서해로 분리되어 있어 북한 해군력은 큰 지리적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1천 톤 이상의 주력수상전투함만 4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KDX-Ⅰ사업에 의해 3.500톤급의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과 KDX-Ⅱ사업에 의해 4,500톤급의 이순신함과 문무대왕함을 이미 취역시켰으며, 이들 구축함의 추가 취역은 물론 KDX-Ⅲ사업에 의해 7,000톤급 이지스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정)의 경우, 북한의 전력을 극도로 과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남북한의 잠수함(정) 보유수를 각각 10척과 90척으로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잠수함 가운데 그나마 전력화할 수 있는 것은 1960년대에 도입한 Whiskey급 4척과 1970년대 도입한 Romeo급 22척 정도다. 이들 잠수함도 대부분 취역한지 25년 이상 되어 재원심도까지 잠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노후화 되어 있으며, “경운기”로 불릴 정도로 소음이 심하고, 어뢰의 직선발사만 가능한 구형이다. 이밖에도 277톤의 상어급 22척과 25톤의 유고급 40척의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해안에서의 특수침투작전 이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Military Balance 2003-2004는, 북한잠수함 전력을 26척만 인정하고 소형 잠수정의 경우 전투서열 목록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200톤의 장보고급 9척 이외도 한국이 자체 제작한 잠수정인 돌고래급 11척을 목록에 포함시키고 있다.24) 한국국방연구원도 “북한의 잠수함(정)은 대부분 구형 저속으로 고속 회피하는 표적 공격 시 접근이 곤란하며, 축전지 충전을 위해 1일 최소 3시간 이상 부상/반잠항 항해가 요구 된다”고 시인하고 있다.25)

  공군력의 경우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북한 전투기의 절반 가까이는 한국전쟁과 1950년대에 도입된 미그-17(J-5)과 미그-19(J-6)기가 차지하고 있다.26) 또한 남한 공군조종사들의 기술적 우월성과 비행훈련시간에 있어서 압도적 우위는 우리 군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게다가 북한의 경우 유류난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비행훈련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무기체계는 4대군사노선이 시작된 60년대에 형성된 구형으로서, 무기 현대화에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

 

    2) 군사비 투자액 누계액 우위론

   북한 군사력 우위론의 또 하나의 논리는 북한이 군비 증강을 남한 보다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투자비 누계액에서는 북한이 앞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1996년 현재 북한의 누계액은 618.1억 달러인데 비해서, 한국의 누계액은 567.9억 달러에 불과하다”27)고 주장한 바 있다. 또 1997년 11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당시 김동진 국방장관은, “북한이 우리 보다 군사력 건설에 일찍 착수했고, 투자비 누계액도 북은 총 585억 달러로 남한의 548억 달러 보다 많다”고 밝힌 바 있다.28)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사실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90년대 이후 남북한의 연간 군사비 차가 50억 달러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1998년에 누계액에서도 남한이 앞섰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군사비의 투자비 누계액에서는 여전히 북한이 앞선다는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경우 투자비 누계 계산에 감가상각이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원조도 계상하지 않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함택영 교수는 미국의 군사원조와 감가상각 등을 포함한 보다 객관적인 추정에 의거하면, 국방비 누계에서도 1977-1981년부터 남한이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29)

  군사비 지출 면에서 비교할 때, 국방부가 인정하듯이 1976년부터 남한의 군사비가 북한을 능가하기 시작한다.30) 그 이후 남북한의 군사비 지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통계에 의하면, 1990년 이후 북한의 군사비는 남한의 절반에도 미치고 못하고 있다. 통계수치에서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IISS와 한국 국방부의 통계31)에 의하더라도, 북한의 군사비는 1985년도 수준에서 계속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비 지출에서 한계에 부딪친 북한은 1980년대 이후 고육지책으로 전력의 질적 개선보다는 병력 수를 늘리는데 만족해 온 반면, 한국은 첨단 장비의 도입 등을 통해 군사력의 질적 향상을 꾀해 왔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0년대 남북한의 군사비 격차를 3-6배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의 통계에 의하면, 북한이 경제난을 겪은 1990년대 말 이래 남북한의 군사비 격차는 9배에 달한다.   

 

<표-2>    IISS의 남북한 군사비 비교

 

 

     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북   한

   21억

   20억 4900만

   43억 7400만 

   47억 2800만 

  한   국

  120억 8800만

  124억 9600만

  110억 7700만

  126억 1500만

화폐단위: 미국 달러, 1999/2000년은 1999년 고정가, 2001/20002년은 2000년 고정가

     출처: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The Military Balance 2002/2003(London:Oxford University Press, 2002), p.301과 The Military Balance 2003/2004(London:Oxford University Press, 2002), p.337.

 

 

                    <표-3>    SIPRI의 북한 군사비 비교

 

화폐단위: 미국 달러, 2000년 고정가 기준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한

  13억 4300만

  13억 4300만

  13억 7900만

  14억 3400만

  14억 6700만

  국

123억 9800만

120만 6100만

128억  100만

130억 7900만

135억 3300만

     출처: SIPRI, SIPRI Yearbook 2003((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p348.

 

    3) 실질 구매력 우위론

 

  전력증강 투자비의 실질 구매력 면에서 북한이 현저히 앞서 있다는 주장 역시 북한의 군사적 우위론을 설명하는 명확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국방부는 한국의 경우 K-1전차 1대 구매가격이 23억원인데 비하여 북한의 T-62전차 구매가격은 7억원이며, 또 한국의 F-16전투기 가격은 4,300만 달러인 반면 북한의 MIG-29 가격은 2,200만 달러로 구매력 면에 서 2배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32)

  그러나 국방부의 주장대로 북한의 실질 구매력이 남한 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설득력이 없다. 이것이 실제로 북한의 전력 증강으로 이어져 왔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군사비가 1985년도 수준에서 계속 정체해 온 북한으로써는 새로운 무기의 획득과 같은 전력증강이 한계에 달하고 기존의 군사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북한의 단지 장사정포를 늘여 대남 억지력을 확보하려는데 급급했을 뿐, 전력증강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점은 한국국방연구원도 인정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88년까지의 북한 지상군의 전력증강 내역을 살펴보면... 북한 지상군의 장비는 야포/방사포를 제외하고는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볼 수 있다.”33) “북한 해군 역시 지상군 전력증강 추세와 유사하게 재원 부족의 영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두드러진 무기체제 증강은 볼 수 없고, 잠수함 전력이 다소 증가된 것을 볼 수 있다.”34) “북한 공군 역시 재원 부족으로 인해 전력증강의 차질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1991년 이후 별다른 전력증강이 없이 노후무기 도태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체계 수량의 전반적인 감소가 있었다.”35)

  한편 <표-4>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8년에서 2002년 사이 남북한의 외부로부터 무기수입액을 비교하면 그 격차는 무려 16배에 달한다. 한국은 세계 7위의 무기수입국인 반면, 북한의 무기수입액은 미얀마의 1/3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준으로 세계 64위에 불과하다.

 

<표-4>    남북한 무기수입 비교

 

화폐단위: 미국 달러, 1990년 고정가 기준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1998-2002

세계 순위

북 한

   300만 

1억7300만 

   1200만

2200만

    300만

2억1300만

   64위

한 국

9억6400만 

11억1700만 

7억3500만

  4억

2억2900만

34억4500만

    7위

     출처: SIPRI, SIPRI Yearbook 2003((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pp.466-467.

 

  북한에 대한 남한 군사력의 우위는 한국 국방부 자신이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국방부는 비공식 자료에서, 2001년 현재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 180 km까지 종심전투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며, 「국방중기계획」이 끝나는 2006년경에는 한국군은 북한 300km까지 종심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이미 한국군의 군사력이 단순히 휴전선에서 북한군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북한 후방지역에 대한 공격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력의 수적 열세를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무기 구매보다는 전력의 질적 향상에 중점을 둔 전력증강계획을 추진해 왔다.

 

. 한국국방연구원의 남북한 군사력 비교평가의 문제점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방부의 지시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력을 제외한 남북한만의 군사력을 비교 평가한 결과, 한국군 가운데 육군은 북한군의 80%, 해군은 90%로 뒤지며, 다만 공군력만 103%로 약간 앞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평가에는 견고한 벙커, 준비된 진지, 급조된 진지, 지형도 등의 요소를 고려해 양측의 보유 무기를 점수로 환산, 합산하는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군사력 평가방법을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36) 이 방법은 이른바 ‘전력지수’를 계량화한 비교방법을 사용한 것이나, 랜드연구소의 군사력 평가방법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도 아니고, 또 전력지수를 어떻게 산정하고 각 무기별로 어떤 전력지수를 적용했는지를 밝히고 있지 않아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국국방연구원은 2004년 5월 25일에 발간된 ꡔ2003-2004 동북아 군사력ꡕ에서 ‘전력지수’를 사용해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한 바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북한 대비 한국의 전력비율은 전차전력이 77%, 포병전력 52%, 장갑차전력 101%, 수상전력 107%, 수중전력 40%, 전투기전력 106.5%라는 것이다.37) 랜드연구소의 평가방법을 적용한 결과와 ꡔ2003-2004 동북아 군사력ꡕ의 결과는 그 평가 수치에서 사실상 거의 일치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평가결과가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거의 동일한 평가방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한 ꡔ2003-2004 동북아 군사력ꡕ을 중심으로 국방연구원의 전력지수 평가가 지니는 문제점을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전력지수 적용의 문제점

 

  한국국방연구원의 ꡔ2003-2004 동북아 군사력ꡕ은 남북한 전력을 비교하기 위하여, 미국 육군전력분석기구가 개발한 ‘기갑사단등가치(ADE: Armored Division Equivalent)’ 점수에 의한 비교기법에 사용되는 기초자료 가운데 ‘무기효과지수/무기의 부대가중치(WEI/WUV-Ⅲ)’ 점수체제를 이용해 평가하였다고 밝히고 있다.38) 즉, 한국국방연구원의 남북한 전력 평가는 IISS의 Military Balance 2002-2003의 남북한 무기 보유수를 기준으로 하여, WEI/WUV-Ⅲ의 지수를 적용한 것이다.    

  특히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는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1997년에 발간된 ꡔ전략연구ꡕ 제11호에 게재된 이영호의 논문39)에서 사용하고 있는 남북한 보유무기에 대한 전력지수를 사실상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예를 들면,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의 전력지수를 1.2-1.4로, 북한의 로미오급/위스키급 잠수함의 전력지수를 1.1-1.2로 똑같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북한 함정의 전력지수도 이용호가 적용한 전력지수를 그대로 사용40)하고 있다. 또한 공군 전투기의 전력지수의 경우에도, 한국의 F-5는 30-32, F-4는 65-70, F-16은 90-95를, 북한의 MIG-17은 20-25, MIG-19는 28-33,  MIG-21은 40-42,  MIG-23은 75-85,  MIG-29는 85-90,  SU-7/IL-28은 30-35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41)    

  한국국방연구원의 WEI/WUV-Ⅲ를 이용한 전력 평가에는 전력지수의 평가 및 적용과 관련해 몇 가지 본질적인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러한 전력지수를 통한 평가가 ‘단순개수비교’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나, 여전히 ‘단순화력(sheer firepower)’에 대한 평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ADE 화력점수는 가용포탄, 병참보급, 훈련, 통신, 사기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42) 더구나 전력지수를 이용한 방법 역시 노후 되거나 도태 일보작전의 무기라도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을수록 결과적으로 높은 전력점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수비교의 변종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둘째, 전력지수를 이용한 방법의 경우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수치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WEI/WUV-Ⅲ의 경우도 소련제 무기들을 과대 평가해온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등이 전력지수 방법으로 이용하는 WEI 지수가 북한인민군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43)이 이미 있어 왔다. 이영호 자신도 한국의 K-1전차의 WEI 지수는 1.31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기동력을 상실하여 후방지역에서 야포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T-34에 0.97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전력지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것임을 자인하고 있다.44)

  셋째,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력지수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WEI/WUV-Ⅲ가 1979년에 유럽지역 무기들의 지수를 원용하여 추산한 결과의 지수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영호는 1979년에 만들어진 WEI/WUV-Ⅲ가 1980년대에 이루어진 무기의 성능개량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45) 하물며 1979년에 만들어진 무기효과지수를 30여년이 지난 2000년대에 적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이 WEI/WUV-Ⅲ는 8,90년대 이후 급속히 개량된 한국군 보유 무기의 전력지수를 재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 남북한 전력 비교 평가의 문제점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본질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ADE 의 WEI/WUV-Ⅲ 전력지수를 사용한 남북한 전력 평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WEI/WUV-Ⅲ 전력지수를 사용한 남북한의 전력 평가 방법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 많다.

 

<표-5>    <표 74>의 2002년 말 대북 대비 전력비율

   구  분

  전차전력

  포병전력

장갑차전력

  수상전력

  수중전력

전투기전력

대북 비율

    77%

    52%

    101%

    107%

    40%

   106.5%

     출처: 한국국방연구원, ꡔ2003-2004 동북아 군사력ꡕ(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04), p.509

 

  첫째, 한국국방연구원의 ꡔ2003-2004 동북아 군사력ꡕ의 <표 74>에 있는 “대북 대비 전력비율”46)은 결과만 나와 있을 뿐이지, 이와 같은 결과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이러한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수학문제를 이런 공식을 사용해 풀겠다고 하고는 문제풀이 과정은 없이 답만 써놓은 꼴이다.

  “전력비 산출 예”를 도식화한 <표 70>부터 <표 73>까지의 도표를 보아서는 어떻게 <표 74>의 “대북 대비 전력 비율”이 나왔는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수치도 일치하지 않는다. <표 70>-<표 73>은 1993년과 1997년의 경우를 분석하고 있는데, <표 74>에서는 느닷없이 2002년 통계 결과가 등장한다. 또한 해군력의 경우, 남북한 잠수함 전력과 북한 수상함정에 대한 통계만 있고 한국의 수상함정에 대한 통계는 없다.

  둘째, 북한의 전력에 대해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어, 전체적인 남북한 전력의 비교 평가 결과가 신뢰성이 없다는 점이다. 해군전력의 비교를 예를 들면, 남북한 전력 비교가 객관성이 없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가 이영호의 논문에 기초하고 있음은 앞에서 밝힌 바이다. 그런데 한국의 해군 전력이 북한의 90%라는 한국국방연구원의 평가는 1994년을 기준으로 이영호가 평가한 91% 보다도 후퇴한 수치다. KDX 사업을 통해 10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음에도 한국의 해군 전력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표-6>    이영호의 남북한 해군전력 비교 평가

 

    국

    한

  고

함 종

척 수

함정지수

함 종

척 수

함정지수

 

  력

 

 

7.1만명

 

 

4.6만

 

구축함/구잠함

경비함/정

유도탄정

고속정/어뢰정

잠수함

항공기

충북/대구

울산/기타

대구/기타

장보고

전술기/헬기

9/4

29/12

11

116

5

15/47

12-14

16-17

4-5

17-18

6-7

9-10

해난

서호/기타

오사/서흥

로미오/위스키

18

3/387

45

504

26

5-6

3-4

17-19

15-16

29-31

 

 

 

63-71

 

 

69-76

1:1.1(91%)

※ 함정수는 Military Balance 1994-1995에 근거로 산출

     출처: 이영호,“북한 군사력의 해부: 위협의 정도와 수준 - 남북 군사력 균형 평가를 중심으로”, ꡔ전략연구ꡕ, 제Ⅳ권 제3호(통권 제11호), 1977년 11월, 한국전략문제연구소, p.147.

 

  이영호의 연구에도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북한의 로미오급/위스키급 잠수함의 전력지수를 1.1-1.2로,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의 전력지수 1.2-1.4와 거의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어, 북한 함수함에 과도한 전력지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영호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한국의 해군전력 비율이 10년 전보다 후퇴했다는 한국국방연구원의 평가 결과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표-6>의 이영호의 해군전력 평가에다가 KDX-Ⅰ와 KDX-Ⅱ 사업에 따라 도입한 신형구축함과 이영호 평가에서 누락된 장보고급 잠수함 4척에 대한 함정지수만 포함시키더라도 한국 해군의 전력지수는 북한을 훨씬 능가하게 된다. 

 

. 맺는 말

 

  북한 군사력 우위론은 계속적인 군비증강을 합리화시키고 안보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에서 수십 년간 우리 사회 내에 고정관념으로 뿌리내려져 왔다. 그러나 왜곡과 억지논리에 의존하고 있는 이런 남한 군사력 열세론은 더 이상 객관적이지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도 못하다.

  한국은 북한에 대해 ‘잠재군사력’이나 ‘전쟁수행능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은 물론, ‘현존군사력’에서도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현존군사력’의 북한 우위론의 근거논리로 제시되어 온 것은 세 가지다. 그러나 병력과 무기의 수에 대한 ‘단순개수비교’를 통한 북한 우위론이나 군사비 투자액의 누계액에서 북한이 앞선다는 주장, 또는 무기의 실질구매력에서 북한이 우세하다는 주장 등 어느 것도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최근 한국국방연구원이 전력지수를 통한 남북한 전력 비교에서 북한이 남한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으나, 이것 역시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열세라는 주장은 한국 국방부와 국내 일부 어용학자들을 중심으로 일부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외국의 유수한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남한의 군사력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북한의 군사력이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사회에서는 북한의 군사력 우위론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의 군사적 위협론을 과장해서 확대재생산 하기에 바쁘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16일안에 서울 함락설을 흘리고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과장한 것이 그 실례다.

  우리 사회 내에서 군비증강을 합리화시키는 중요한 명분 역할을 해 온 또 하나의 논리는 북한의 대남무력남침기도다. 북한이 여전히 대남무력남침을 기도하고 있다는 근거로 선제기습공격을 전제로 한 북한 군사력의 전진배치를 지적한다. 북한 전력의 67%가 평양-원산 이남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47) 또 장거리 포병부대와 기계화부대 등 북한의 주요 전력의 55% 이상이 전방지역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48)

  그러나 북한 군사력의 전진배치를 북한의 대남무력남침기도에 대한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이다. 첫째, 남북이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의 주요 전력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남한의 경우도 전력의 90%를 대전 이북에 배치시켜 놓고 있다.49) 둘째, 북한 군사력의 전진배치는 한미연합군의 공세적인 전략에 대한 대응적인 측면이 크다. 한국 군사전략의 기조가 「공지전 교리」와 「작계 5027」 등에 기초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지전 교리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방전투와 종심전투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며, 전술 핵무기 사용을 포함해 적 후속군에 대한 종심공격을 중시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긴 종심을 지니고 있고 제공권 장악에서 불리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전력을 가능한 한 전진배치 해 놓아야 한다. 또 미군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군을 한미연합군과 밀착시켜 배치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정책 및 전략은 탈냉전 후 그 목표와 성격이 자기생존과 체제유지라는 매우 수세적인 ‘생존전략’ 차원에서 모색되어져 왔다는 평가가 더 설득력이 있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또 하나의 고정관념은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미사일에 실어 쏘아 대면서 남침을 감행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극단적인 가정에 불과하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공격으로 인해 체제 붕괴 일보직전까지 갔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생화학무기의 사용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생화학무기의 사용은 국제사회에서 전범행위로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보복의 구실을 제공한다. 나치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수백만 톤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망하는 순간까지 대전 중에는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의 기술적으로 취약한 화생방 방호능력과 의료수준을 고려할 때, 화생방전에서 북한이 더 치명적인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미명아래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과 맹목적인 군비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9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군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방향 없는 군비증강이 아니라, 방만한 군 구조와 조직에 대한 과감한 개편을 추진하고, 군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북한보다 3-6배 이상의 군사비를 쓰고도 북한보다 군사력이 열세이고 대북억지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