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park
2007. 6. 29. 11:58
ㅁ 미 육군 현역사단
미 육군의 현역 병력은 50만2000명에 달하지만 현역 사단(Division)은 단 10개뿐이다. 총병력 대비 사단의 수가 대단히 적은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국 IISS의 ‘Military Balance’에 따르면 한국 육군은 병력 55만 명에 현역 사단은 22개에 달한다. 병력 32만1000명에 사단 39개인 러시아 지상군, 병력 19만 명에 사단이 8개인 독일 육군 등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미 육군이 최근 전면적인 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현역 사단의 부족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0개의 사단으로 전 세계를 커버하는 미군의 작전 소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단 대신 차라리 48개 여단 전투부대(UA) 중심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미 육군에는 경보병·기계화보병·공중강습·공수 등 네 종류의 사단이 있다. 이러한 사단 종류는 사단 정식 명칭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예를 들어 1기병사단은 기계화보병사단에 속하고 제101공수사단은 공중강습사단에 속한다. 미국 사단에서 가장 표준적인 사단은 기계화보병사단이다. 완편시 1만6000명에서 1만8000명 정도의 병력을 보유한 기계화보병사단은 200여 대의 M-1 계열 전차와 260여 대의 M-2 보병전투차, 110여 대의 M-3 기갑정찰차 등 장갑 차량 위주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 본토에 주둔 중인 1기병·3보병·4보병사단과 독일 주둔 1보병사단이 기계화보병사단에 속한다. 독일 주둔 1기갑사단의 경우 전차 보유량이 조금 더 많지만 본질적으로 기계화보병사단과 차이가 없다. 주한미군 2보병사단은 전형적인 기계화보병사단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계화보병사단에 속한다. 경보병사단은 병력 규모가 1만 명 수준으로 전차·장갑차는 거의 보유하지 않고 보병 위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하와이에 주둔 중인 25보병사단과 미 본토 뉴욕 주에 주둔 중인 10산악사단이 경보병사단에 속한다. 경보병사단은 중장비를 과감히 포기하고 유사시 해외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둔 부대다. 공중강습사단은 각종 헬기 위주로 구성된 사단이다. 미 본토 켄터키 주 포트 캠벨에 주둔 중인 101공수사단이 바로 공중강습사단에 속한다. 공중강습사단은 사단의 전 병력이 헬기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수사단은 유사시 낙하산으로 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단이다. 현재 미 육군에서 공수사단은 미 본토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트 브렉에 주둔 중인 82공수사단 하나뿐이다. 공수사단도 경보병사단처럼 주력 전차(MBT) 등 중장비는 보유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은 이들 사단을 신편제 사단인 운용부대X(UEx)로 개편하고 있는 중이다. 주한미군 2보병사단도 UEx로의 개편이 잠정적으로 완료된 상태다. 기계화보병사단의 경우 2보병사단 등을 통해 편제 개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나 경보병사단과 공중강습사단·공수사단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는 아직 뚜렷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 육군 사단은 현재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ㅁ 신속배치부대의 한계
전쟁이 벌어진 장소에 부대를 최대한 신속히 배치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전투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바로 거기에 미 육군의 고민이 있다. 1990년 걸프 전쟁 당시 미군이 중동에 50만 군대를 집결시키는 데 소요된 기간은 무려 5개월이었다. 이라크 외에 다른 전장에서도 적들이 5개월을 조용히 기다려 준다는 보장은 없다. 미군이 개입하기도 전에 전쟁이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국 영토 주변에서만 전쟁을 상정하고 있으므로 신속 배치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으로서는 세계 어디서든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 병력을 출동시키지 않을 수 없다. 미군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1970년대 후반 이래 미군을 지배하는 슬로건 중 하나는 신속 배치다. 경보병사단이나 2003년부터 본격 운용된 스트라이커 여단(Stryker Brigade)이 바로 신속 배치를 염두에 둔 부대들이다. 1983년 존 위컴 미 육군참모총장은 사단 전체를 C-141 수송기의 500회 비행(소티)으로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1만 명 규모의 사단(10K 사단)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10산악사단·25경보병사단 같은 경보병사단들이다. 스트라이커 여단도 마찬가지다. 스트라이커 여단의 주력 장비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다. 이 장갑차의 무게가 16.4톤으로 정해진 것은 사연이 있다. C-130 수송기로 수송할 수 있는 한계가 17톤 내외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C-130 수송기에 병력·장비를 탑재, 96시간 내에 전 세계 어디로든 출동할 수 있다. 이처럼 신속 배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미 육군의 고민은 여전하다. 신속 배치를 위한 경보병사단·스트라이커 여단은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경보병사단에는 전차·장갑차 등 장갑 차량이 없다. 이런 부대를 갖고 전차로 중무장한 적군과 평야지대에서 교전을 벌인다면 결과는 재앙이다. 일반 차량의 수도 제한적이어서 일단 전장에 투입된 이후에는 이동 속도도 제한된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갖고 있으므로 전장에 투입된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기동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스트라이커 장갑차도 어디까지나 장갑차에 불과하다. 전차와 1대1로 교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무모하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장갑차끼리 비교해도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일방적으로 우월하지는 않다. 장갑차의 방호력 측면에서 본다면 스트라이커는 1980년대에 개발된 브래들리 장갑차만도 못하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항공기 탑재를 위해 최대한 경량화하는 데 초점을 뒀지 화력과 방호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장비는 아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 여단의 막강한 디지털 정찰·정보·통신 장비로 이런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미군의 의도지만 그런 의도가 통할 전쟁터는 어디까지나 전면전이 아니라 소규모 국지 분쟁에 불과하다. 미군은 첨단을 달리는 막강한 군대로 통하지만 의외로 내부를 보면 약점도 적지 않다.
ㅁ 육군 사전물자배치
“해외 분쟁 발발시 미군 병력과 장비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미군이 배치되는 속도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스튜어트 카프만 캔터키대 정치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토록 중요한 배치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미 육군은 신속배치부대 외에도 온갖 제도를 고안해 냈다. 육군 사전배치물자(APS·Army Prepostioned Stocks)도 그중 하나다. 카프만 교수는 199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2개 기계화사단이 배치되는 데 1개월, 5~6개의 육군·해병대 사단이 완전 배치되는 데 70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신속배치부대가 아닌 일반 기계화사단을 이동시키는 데 시간이 이토록 많이 소요되는 것은 항공 수송 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전차와 장갑차 등을 보유한 중무장 기계화사단도 대형 수송기를 동원한다면 항공 수송을 통해 신속하게 분쟁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92년 미국의 기동소요연구(MRS)에 따르면 1개 기계화사단을 주요 분쟁지역으로 투입하는 데 드는 항공 수송 비용은 450~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더구나 전체 항공수송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계화사단 수송에 수송기를 모조리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기계화사단 등 중무장부대의 항공 수송은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전시에 분쟁지역으로 중무장부대를 빨리 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시에 사용할 장비와 물자를 해외에 미리 배치하는 것이 APS 제도의 개념이다. 미 본토 주둔 병력이 몸만 가지고 신속하게 분쟁지역으로 이동한 후 사전배치된 장비로 전투를 수행토록 하자는 것이다. 미 육군이 장비와 물자의 해외 사전배치를 처음 시작한 것은 67년 독일에서부터다. 냉전이 절정에 달한 85년 무렵에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지 13개소에는 유사시 미 육군 6개 사단과 1개 해병여단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비축했다. 당시 유럽에 주둔한 미 육군 4개 사단의 장비보다 사전배치 장비가 더 많았던 것. 냉전 종식 후인 90년대 중엽, 유럽에 집중 배치됐던 미 육군의 장비는 세계 각지로 분산됐다. 96년 전차와 장갑차 등 1개 중여단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장비가 한국에 사전배치된 것도 그 일환이다. 미 육군의 사전배치 물자는 현재 미 본토에 배치된 APS-1, 유럽의 APS-2, 해상에 배치되는 APS-3, 한국을 포함한 태평양지역의 APS-4, 중동의 APS-5 등으로 구분된다. APS-2는 3개 여단, APS-3은 1개 여단, APS-5는 2개 여단 규모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육상 사전배치의 경우 주둔국에 토지와 저장시설을 마련, 장비를 비축하는 방식이다. 디에고가르시아 등에는 미 육군 소속 선박에 장비와 물자를 탑재한 채 항구 주변에서 대기하는 해상 사전배치 물자도 운용하고 있다. 미 육군의 해상 사전배치 물자는 해군·해병대의 해상 사전배치선(MPS)과 별도로 운용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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