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park 2023. 12. 23. 00:26

*안녕, 낮선 사람

안녕낯선 사람참으로 독특한 이름에 이끌렸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눈으로 마음을 움직 이게 하는

카페 이. 이미 나를 알고 있다는 듯 편안하게 와서 느껴보라는

은밀함이 전해진다. 친밀하게 다가오는 인사가 싫지 않다.

집에서 꽤 거리가 있지만꼭 가봐야겠다고 며칠을 벼

르다 집을 나섰다. 길 찾기에 소질이 없는 내가 어스름 무

렵에 도착했다. 어렵게 안녕낯선 사람드디어 만났다.

이름처럼 사람에게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었다.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연인

과 또는 친구와 같이 와서 느긋하게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

습이 편안해 보였다. 그들에게서 조급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분위기를 살핀 뒤 천천히 키위 주스를 시켰다.

페 분위기를 둘러보니 이미 낯선 사람이 아닌 친근함이 먼

저 와 있었다.

 

안녕낯선 사람마주 봐야 느낄 수 있는 인사다. 처음

보는 사람이 다정하게 악수를 청하는 것 같다. 소리 없는 특

별한 인사에 모인 사람들과의 거리조차 가깝게 느껴진다.

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엷은 미소를 나눈다. 모두 표정

이 밝다. 나처럼 호기심에 끌려 왔을까. 그 인사에 잠기는 사

람들. 저마다 그 자리에서는 이미 낯선 사람이 아니다. 주인

은 어떻게 이름을 지었을까? 조금후 키위 주스를 내 앞에 내

려놓으며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맛있게 드시고 천천히 쉬어

가세요.라는

인사에 그만 궁금증을 접기로 했다. 자리마다

색다른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주문한 키위의 상큼함이 잊고

있던 그리운 추억 속으로 끌고 간다.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인사에 저들도 찾아온 걸

. 낯선 사람이라는 거리를 두었지만 친숙하진 않아도 다

정함과 편안함을 담은 인사에 끌림이다. 누군가 나를 반겨

주는 듯한 낯선 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마치 이 공간에 초

대된 사람처럼 여유로움을 느낀다.

어쩌면 모두 알지 못하

사람으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모인 사람들 같다. 표정과

목소리 없이도 감성을 살린 붙임성 있는 인사가 통한 이유

이기도 하다. 감정 없이 의례적인 인사에 우리는 헛헛함을

느끼며 살고 있지 않았나 돌아보게 한다. 친절하고 다정다

감한 어휘에 금방 매료되는 가벼움 같은 것이 느껴지지만

밀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이쪽으로 돌리지 않았을까?

 

요즘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겨냥한 간판의 모습이 새롭

. 외로움과 절망을 잠시라도 잊게 해줄 공간이나 위로의

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반가운 인사였을 것이다. 상큼한

한마디에 끌려온 사람들. 살가운 이웃을 두지 않는 혼족들

이 혼밥을 즐기면서 스몸비*에 빠지는 메마른 현실이다.

철저하게 외로움을 자처하면서도 만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관심과 좋아요에 취해 있는 젊은이들을 안

타까운 마음으로 깨우는 시 원한 노크 소리 같다.

나를 내려놓고 낯선 사람의 초대에 응하며 하루쯤 소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달콤한 꼬드김 이다. 마음을 달뜨게 하

고 잠시 혼자라는 것을 잊게 하는 눈맞춤이 주는 알 수 없

는 끌림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인사법은 악수를 청하거

나 눈빛을 교환하지 않는다. 나에게만 하는 특별한 인사가

아니다. 다수에게 건네는 말인데도 자신에게만 주는 속삭

임 같다. 빛깔이나 소리가 아니어도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는 앞서가는 언어의 매혹이다.

거리와 상관없이 저절로 다가가게 하는 흡입력 있는 초

대다.

안녕낯선 사람한마디로 압축해 소리 없이 마음

을 끌어당기는 인사다. 헛걸음일지라도 짜릿하고 상큼한

초대에 응하는 행운을 거머쥐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정 없는 겉치레 인사에 지쳐 있는 마음에 말을 걸어온 말

랑말랑한 전율이다.

 

사람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 이제는 간판도 사람

의 마음을 끌기 위해 변하고 있다. 저 소리 없는 한마디에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들. 혼자가 아니라 똑같이 초대받았

다는 공통점에 안도할 것이다. 식물이 빛과 온도로 계절을

감지하듯 외로움은 누군가의 따뜻한 정이 넘치는 인사가

그리웠나 보다. 안녕낯선 사람 그곳엔 낯설지 않은 사람

들의 눈빛으로 뜨겁다.

 

* 스몸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어 이르는 말.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