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將)의 장(將)
역사서 〈사기〉의 ‘회음후열전’에는 한나라 고조 유방과 한신이 나눈 이야기가 나온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정권 안정을 위해 세력있는 개국 공신들을 차례로 숙청했다. 일등 공신 한신도 모반죄로 잡힌다.
유방이 한신과 장수의 그릇을 얘기하면서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만한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폐하께서는 한 10만명쯤 거느릴 수 있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대는 어떤가?” “신은 신축자재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나의 포로가 되었는가?” 한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
폐하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라, (장수를 잘 쓰는) 장의 장입니다. 이것이 신이 폐하의 포로가 된 이유입니다.” 다다익선이란 고사성어를 낳기도 한 이 일화는, 나라든 기업이든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 압축적으로 시사한다.
맹자는 군주가 천하를 도모할 정도의 제왕이 될 뜻이 있으면 불소지신(不召之臣)을 얻으라고 했다. 불소지신은 임금도 함부로 오라 가라 하지 못할 만큼, 소신과 판단력을 가지고 군주가 가서는 안 될 길을 가면 막을 수 있는 신하를 뜻한다.
관가에서 개각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누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유력하다느니 하는 말도 들린다. 개각을 할지, 한다면 언제 어느 정도 폭으로 할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달렸을 테다.
참여정부 초기만 해도 노 대통령 참모 중에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 그래도 몇몇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그게 곧 진리인 양 우르르 거드는 모습만 보인다.
피터 드러커는 인재를 발탁할 때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잘 쓰는 장의 장, 껄끄러워도 불소지신을 찾는 리더의 모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