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 호위
악어와 악어새
[ 독일의 전쟁 수행의지를 급격히 약화시킨 Flying Fortress 의 떼거리 출격 모습 ] 요즘이야 Surgical Strike 라고해서 목표물만 정확히 타격하지만 당시의 폭격기들은 어쩔 수 없이 광적면에 대한 융단폭격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로 폭격기는 장거리 항속능력이 필요하였고 대용량의 폭장능력을 갖추기 위해 몸집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육중한 중폭격기들은 요격기의 밥이었습니다 ] 그런데 이런 육중한 몸집을 가지고 제공권이 확보되지 않은 적진 한가운데 있는 목표물까지 최대한 접근 한다는 것은 사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고사포에 의한 지상으로부터의 공격도 그렇지만 날렵한 적전투기들의 요격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 폭격기편대가 목적지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요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 비록 자기방어를 위해 중무장은 하였지만 코끼리 같이 둔한 폭격기와 독수리같이 날렵한 전투기와의 공중전은 사실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적의 요격 전투기와 대항하여 폭격기가 목표지점까지 안전하게 날아가서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도록 장거리 순항능력과 전투능력이 있는 호위 전투기가 등장 합니다. [ P-51 은 B-17 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었습니다 ] 서부 유럽전선에서 B-17 비행대를 노리던 독일의 Me-109, Fw-190 나 Me-262 같은 요격기와 맞서 호위기로 활약한 P-47 Thunderbolt 와 P-51 Mustang 의 눈부신 분투는 B-17 의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하였습니다. 특히, 롤스로이스 엔진을 장착한 P-51 의 등장은 장거리 호위 전투기의 필요목적과 전투기로써의 명성을 드높여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악어와 악어새의 찰떡궁합이었습니다. [ 장거리 항속이 가능한 고성능 호위기의 등장으로 폭격작전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 유럽전선의 종결 후 태평양 전선에서 맹활약한 B-29 는 한마디로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이 보유한 대부분 요격기들이 B-29 가 날라 다니는 고공까지 올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AAM이나 SAM으로 요격 하겠지만 당시에는 근처까지 가서 공격하여야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이것 자체가 불가능 하였으니까요. 한마디로 당시 일본은 B-29 의 폭격이 끝날 때까지 피해 있는 방법 밖에는 대책이 없었습니다. [ 전쟁말기 등장한 B-29 는 한마디로 Untouchable 이었고 호위기의 고마움을 서서히 망각합니다 ] 이런 경험 때문인지 미국은 전후 유럽전선에서 활약하였던 호위전투기의 효용성을 그새 망각하고 B-29 같은 고성능 대형 폭격기로 고고도에서 폭격을 가하여 전쟁을 승리하는 폭격기 만능론이 대두 됩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B-17 이 초기 출격 시 겪었던 어려움과 호위 전투기의 고마움을 까먹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자만도 얼마가지 않아 끝나고 코피가 터지게 됩니다. 코피가 터진 후 깨달은 만용 제2차대전 이후 5년 만에 대규모 국제전이 발발 합니다. 바로 한국전쟁입니다. 이 때 태평양전쟁의 왕자였던 B-29 는 보무도 당당히 출격하여 융단폭격을 재현합니다. 비록 전사에는 폭격내용에 비해서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고 합니다만 다부동을 정점으로 하는 낙동강 최후 방어선에서 B-29 의 폭격은 북한의 진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 B-29 편대의 융단폭격이 5년만에 재현되었습니다 ] 이 당시 제공권을 UN 군이 확보하였기 때문에 열도폭격 시처럼 B-29 는 무주공산의 하늘에서 그냥 폭탄만 버리고 오는 임무였고 전세가 반전되어 더 이상의 폭격작전은 한 동안 없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연합군의 후퇴가 이뤄지자 공산군의 보급로를 차단 할 목적으로 북한지역으로 날아가 대대적인 폭격작전을 개시합니다. [ 그냥 폭탄만 버리고 오는 수월한 임무였습니다 ]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은색의 제트전투기들이 날아와 B-29 들을 무차별 요격합니다. 바로 공포의 MiG-15 Fargot 였습니다. MiG-15 는 제2차대전 당시 프로펠러 전투기들처럼 B-29 가 비행하는 고고도까지 올라오지 못해서 헉헉거리던 그런 전투기가 아니었습니다. [ 듣도 보도 못한 은색의 요격기들이 튀어올라와 B-29 를 위협합니다 ] 감히 쫓아 갈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를 이용한 기습공격으로 폭격기들은 멍하니 날아가다가 격추를 당하였고 격추를 피한 B-29 는 그냥 앉아서 자기의 비행기가 요격 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방법밖에는 대책이 없었습니다. 이 후 폭격기 조종사들은 호위 전투기 없이 적진에 공습 나가는 것을 거부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 MiG-15 의 건카메라에 잡힌 B-29 의 모습입니다. B-29 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 초기에 참전하였던 그 어떤 UN 전투기들도 MiG-15를 대적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MiG-15 의 등장처럼 극적으로 등장한 것이 F-86 Sabre 였는데 결국 B-17 과 P-51의 관계처럼 처럼 한국전쟁 당시 F-86 가 B-29 폭격기들의 호위임무를 띄고 맹활약 하였습니다. 이 때부터 F-86 과 MiG-15 는 전사에 길이 남을 라이벌로 기록 됩니다. [ MiG-15 와 더불어 또 하나의 진검 F-86 이 극적으로 등장합니다 ] 어쨌든 코피가 터진 미국은 여하한 이유로도 둔중한 폭격기의 단독 출격이 무모하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아니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트시대가 도래해서는 이전의 P-51처럼 장거리 폭격기와 항속거리를 맞출만한 호위전투기의 개발이 힘들었다는 것이 고민으로 떠 올랐습니다. 한국전은 그나마 종심이 짧은 관계로 F-86 으로도 충분하였지만 만일 소련과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F-86 으로 장거리 호위를 기대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비행선에 달린 탈출용 비행기를 응용하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 궁하면 통한다고 미국은 이 때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폭격기에 호위기를 달고 다니다가 적기가 출현하면 호위기를 분리하여 적기를 격퇴하고 다시 폭격기에 도킹하는 형태의 팩키지 구성을 생각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시도는 새로운 것은 아니고 비행선에 탈출용 비행기를 부착하였던 것을 응용하였던 것입니다. [ 실험적으로 끝난 소련의 TB-16 과 I-16 팩키지 ] 또한 폭격기에 전투기를 부착하려던 시도는 이미 제2차대전 당시 소련에서 시도 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련은 TB-16 폭격기에 I-16 전투기를 달고 실험하였다고 합니다. 성공해서 실전까지 이용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I-16 이 독일공군의 전투기들과 맞서기 힘들었던 시대에 뒤떨어진 기종이었던 관계로 헛수고만 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남기는 힘들듯 [ 실험 중인 XF-85 와 B-29 입니다. 실용화 되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이는 모습입니다 ] 미국은 XF-85 Goblin 이라는 이 목적만을 위한 괴물 같은 시험용 전투기를 만들어 B-29 에 장착하여 실험까지 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XF-85 자체로는 전투기의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고 판단되어 B-29 보다 대형인 B-36 폭격기에 F-84 Thunderjet 전투기를 장착하여 그 가능성을 실험하였습니다. [ 거대 폭격기 B-36 과 F-84 의 조합인데 이것도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습니다 ] 이중 흥미로운 것은 지금도 현역에서 많이 사용 중인 C-130 수송기에 1개 편대나 되는 시험용 무인비행기를 장착하여 시험하였던 것이었는데 한마디로 당시 미국이 폭격기에 갖고 있는 절대적 믿음과 이를 안전하게 호위할 전투기의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겉보기에는 외부 장착 크루즈 미사일을 달고 비행하는 중폭격기 같습니다 ]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험은 결국 실험 자체로만 끝나게 됩니다. 그 이유는 1950-1960 년대 풍미하던 핵무기에 대한 믿음과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때문이었습니다. 소련과의 대결을 염두에 두었던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에 핵폭탄을 탑재하여 한방 먹이는 것이 폭격기들이 목숨걸고 적진 깊숙히 침투하여 떼거리 폭격하는 것보다 훨씬 효용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것은 소련 또한 마찬가지 생각이었습니다. [ 전략타격 무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뀝니다 ] 이런 이유 때문에 전략폭격기의 용도가 줄어들었는데 여기에 한방을 더 먹이는 사건 (?) 이 발생 합니다. 바로 F-4 전폭기의 등장 이었습니다. 이 놈의 등장은 한마디로 사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비록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전투기로서도 당대 최강이라 할 만한 성능을 지녔고 전술 폭격을 위한 폭장량만도 B-29 와 맞먹는 놈이었기 때문입니다. [ 제2차대전 개념의 전략폭격 임무정도는 전폭기가 수행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 때문에 전략 폭격은 장거리 핵미사일, 전술 폭격은 F-4 와 같은 고성능 전폭기로 이분화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략 폭격을 할만한 전쟁도 없었지만 오죽하면 전략 폭격기로 개발 되었던 B-52 도 이후 미국이 개입한 전쟁에서 제공권이 확보된 지역의 전술 폭격 임무만 담당하였습니다. [ 최장수 전략폭격기 B-52 도 지금까지 전술임무에만 투입되었습니다 ] 현재 전략폭격기라는 용도의 대형 폭격기를 운용하는 나라가 미국, 러시아 정도 밖에 없는데 ( 중국의 H-6 는 전략폭격기로 보기 어렵습니다. ) 러시아도 차츰 그 보유 댓수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대규모의 전략폭격기부대를 별도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진화와 개량을 거듭해온 B-52 도 현재 사용하고는 있지만 미국 전략폭격기의 핵심은 B-1 Lancer 과 B-2 Spirit 입니다. [ 소련의 Tu-22 전략폭격기인데 앞으로도 계속 운용 할지는 미지수 입니다 ] 하지만 초정밀 장거리 유도무기가 장차전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과연 폭격기의 효용성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가 될지는 장담하기 힘든 환경이 되었고 august 또한 거대 폭격기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마지막 전략 폭격기가 될 것인지 ? ] 그렇다면 B-52, B-1, B-2 같은 폭격기를 유지하는 미국도 폭격기를 반드시 유지하여야 된다는 절대적 신념이 흔들리는 날이 언젠가는 올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스텔스화되어 그 성능을 배가시킨 B-2 처럼 기술개발과 성능향상이 있으면 호위전투기 없이도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임무를 계속하여 수행 할 수 있다고 폭격기 옹호론자들은 주장 할지 모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