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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BENZ NEW M CLASS

21c-park 2007. 11. 24. 11:33
 

 

MERCEDES-BENZ NEW M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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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아메리칸 프론티어' M 클래스가 2차 시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번째 시도가 미국 취향 따라잡기였다면, 이번에는 원래부터 갖고 있던 독일 기준에 한발 다가선 느낌. 가장 잘 해오던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이번 도전에는 좀더 많은 구경꾼들이 몰릴 것 같다

기죽은 1세대를 바라보며, 2세대는 언제쯤 오려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혼란스럽기는 1세대 M 클래스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매 한가지였다. '그렇게까지 기죽을 건 아닌데…' 싶다가도, 한순간 '벤츠가 그러면 안 되지, 벤츠가…'로 변덕이 죽 끓듯 했다. M 클래스는 벤츠 라인업에서 나름의 큰 의미를 지닌 모델이다. 다른 브랜드들도 감히 넘볼 수 없지만, 스스로도 박차고 나오기에 버거웠던 '독일 프리미엄'이라는 두터운 벽을 깨뜨린 기념비적인 차이어서다. 오랜 세월 번지르르한 보료에 편안히 앉아 "어서 들라하라" 이 한마디만 하면 만사가 해결되던 권세가가, 드디어 편안히 차려 입고 마을 어귀에 모습을 드러낸 격. 북미 시장에 대한 적극적 공세를 선언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M 클래스는 지난 9년간의 이지메가 더 억울할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대들기도 어려웠던 게 사실. M 클래스에 얹힌 엔진은 휘발유든 디젤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훌륭했고, 오프로드에서든 고속도로에서든 성능을 한껏 발휘했다. 하지만, M 클래스가 해야 할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숙명처럼 틀어박힌 '스리 포인티드 스타' 엠블럼 때문이었다. 명문의 혈통을 타고난 죄로, 어려서부터 더 혹독한 시달림을 견뎌야 했다. 정원사 아저씨네 아들은 괜찮지만, 벤츠 집안 자식이어서 해서는 안될 일도 한둘 아니었다. 한편으론 그런 M 클래스가 안쓰럽다가도, 보디 구석구석에서 훤히 보이는 '엄청난' 단차들은, 그의 장래를 절로 걱정하게 만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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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의 절치부심이 어지간했나 보다. 새로 등장한 2세대는 과거의 오류를 단번에 만회하려 한다. 고개 저으며 등을 돌린 주위 사람들을 일일이 수소문해가며 다시 불러 모을 기세다. '가문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 지금으로선, 충분히 그렇게 해내고도 남을 것 같아 보인다. 지난 9년 동안 벤츠 엔지니어들은 아마도 독심술을 배우기라도 했나 보다. 1세대를 바라보며 차마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안타까워했던 이런저런 부분들을, 지금 우리 앞에 나선 2세대는 골고루 매만지고 있으니 말이다.

2세대 M 클래스의 출생지 또한 미국 앨라배마. 하지만, 해치 게이트 주변에 으레 터무니 없이 드러나곤 하던 단차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차체는 어느새 벤츠 엠블럼에 걸맞게 타이트한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프런트에서부터 해치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멈칫거릴 일 없이 쫙 빠진 보디라인이 불안하던 마음을 달래준다. 앨라배마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2세대 M 클래스를 보아하니, 이젠 지역감정에서도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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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마스크는 힘차다. 물론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그리고 여전한 엠블럼과 같은 가문의 흔적들은 변함없다. 아마, 벤츠 브랜드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이 모두를 한꺼번에 뒤집어 엎는 디자인은 좀처럼 나오기 힘들 것이다. 디테일은 많이 달라졌어도, 누가 보든 한눈에 벤츠임을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은 무시할 수 없는 거다.

전통을 지키되, 무게감은 약간 덜어냈다. 램프도 한결 날렵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박진감을 더했다. 헤드램프는 특히 조금 옆으로 비켜서서 보면, 뉴 S 클래스의 그것과 거의 흡사한 타입. 스틸 질감이 강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범퍼 아래에 덧댄 프로텍터는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휠아치를 둘러싼 캐릭터 라인도 뉴 S 클래스와 연이 닿아있는 부분. 그래도, 경쟁자들을 앞지르는 느낌은 그리 크지 않다. 사이드뷰는 아직 날렵해 보이지 않고, 부담감을 많이 덜어냈다 해도 리어 뷰 또한 여전히 너무 박스형이다. 러닝머신에서 미친 듯 땀을 빼는 경쟁자들에 비하면 아직 군살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달라진 2세대'는 인테리어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내고 있지만, 미국 취향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 풍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잠시 잊고 있던 벤츠 풍을 되찾은 게 반갑고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등 대시보드는 신형 SLK의 디자인 큐를 물려받고 있다. 세그먼트나 성격은 아주 다르지만, '스포티하고 세련된 벤츠' 이미지만큼은 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물려받겠다는 적극성이 엿보인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벤츠 차들은 고급스러우면 고급스러울수록 마음이 편해진다. '벤츠도 이럴 때가 있어?'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운전석은 가시방석이 되고 만다. 월드컵 결승에서 자책골을 넣어버린 수퍼스타를 바라보는 불편함에 비할까, 아무튼 그런 심정이 되어버린다. 2세대 M 클래스는 마침내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아왔다. 마땅히 그래야 할 벤츠에 올라앉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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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서클 타입 계기판 디자인은 이 급의 대형 SUV로서는 대단히 독특하다. 사이즈 자체가 타이트할 뿐 아니라, 마치 로드스터의 그것처럼 rpm 게이지와 속도계가 운전자를 향해 약간씩 가운데 쪽으로 몰려있다. 집중도를 높여주는 레이아웃. 이 차의 대시보드가 SLK를 떠올리게 하는 건, 바로 이 계기판 스타일과 원형으로 자리잡은 송풍구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E 클래스 등 최근 벤츠의 일관된 타입을 좇고 있다. 센터터널 좌우에 달린 손잡이는 짐짓 오프로더인 양하는 액세서리. 스웨이드와 가죽을 혼합한 시트 착석감도 좋은 편이다. 몸을 붙잡아주는 맛은 떨어지지만, 스웨이드가 미끄러짐을 방지해, 엇비슷한 효과를 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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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시트의 쓰임새는 훌륭하다. 더블폴딩 과정은 너무 수월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고, 시트 등받이를 접고 난 뒤에 드러나는 '보이지 않는 구석'의 마무리도 말쑥하다. 벤츠는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말이다. 7인승을 포기하고 5인승을 택한 결정은 괜찮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접히고 묶인 채로 차체 양 옆에 매달려 있는 3열 시트를 보는 일은 그리 즐겁진 않았다.

보디라인 실루엣만큼이나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벤츠 특유의 스마트 키를 꽂자 V6 3.5ℓ 272마력 엔진이 부르르 깨어난다. 주변 땅바닥의 먼지가 한바탕 들썩일 것처럼 힘찬 시동음. 힘차면서도 부드럽게 들려오는 시동음은 여전하다. 벤츠의 엔진 사운드는, 역동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신뢰성을 안겨주는, 특이한 맛을 갖고있다. 시승차인 ML 350의 최고출력은 6천rpm에서, 35.7kg·m의 최대토크는 2천400~5천rpm의 널찍한 레인지에서 나온다. 앞서 E와 S 클래스를 통해 이미 실력을 선보인 바로 그 유닛. 즉답성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성능을 지니고 있다. 필요할 때 밟는 대로 나아가고, 압도하듯 돌진하는, 그러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절제할 줄 아는 성능은 한번 맛보면 좀처럼 잊기 어렵다. 흡배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연속 가변밸브타이밍기구도 후련한 주행성능에 한몫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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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조합을 이룬 트랜스미션은 7단 자동기어인 7G-트로닉. 촘촘해진 기어비 덕에 정말 매끈해진 변속감 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주행성능도 성능이나 이 트랜스미션의 가장 큰 임무는 중간회전대에서의 가속력과 경제성. 게다가 rpm이 갑자기 치솟을 일도 없고 소음억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월가속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킥다운 하면 단번에 2단을 뛰어내려가 가속을 부추긴다. 쿵쾅대는 박진감은 당연히 굿바이. 응답성 좋은 V6 엔진이 모자란 2%의 박력을 되찾아준다.

주행가속은 통쾌하다. 1단에서 45km, 2단에서 70km, 3단에서 120km 식으로 숨가쁜 변속이 진행된다. 물론 변속감은 거의 느낄 수 없다. 4단에서 180km 언저리에 도달하고, 금세 5단으로 시프트업 되면서 시속 200km를 단번에 넘겨버린다. 벤츠 V6 3.5ℓ 엔진이 으레 그렇듯, 총알처럼 내닫는 타입이 아니라 마치 들소 떼가 돌진하는 듯 힘찬 가속감이 운전하는 내내 온몸을 휘감는다. 2톤이 넘는 차체 무게 따위는 이미 잊은 지 오래. 쭉쭉 치고 나가는 맛은 통쾌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출발 초기에서부터 5단을 넘긴 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호탕한 기운이 이 엔진의 매력.
서스펜션은 컴포트와 스포트의 두 가지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아무래도 출렁임이 좀더 커지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탄탄해지는 하체 감각이 뚜렷하게 전해온다. 스티어링 감각 또한 두 모드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에어매틱 버튼으로 지상고를 30mm까지 올리고 내릴 수 있다. 높이를 올렸을 때와 낮췄을 때의 운전감각 또한 분명히 구분된다. 혹시 M 클래스의 코너링 성능이 어딘가 불안정하다면, 계기판 가운데를 확인하기 바란다. 혹시나 지상고가 최대한으로 올라가 있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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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 성능은 지상고를 생각하면 좋은 편. 언더나 오버 성향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자면, 뉴트럴에 가깝게 맞춰져 있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가슴 확 트이도록 내달린 다음, 헤어핀처럼 크게 휘는 램프로, 속도를 적당히 유지해가며 빠져 나가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시속 100km 정도에서의 어지간한 코너링은 별 망설임 없이 단박에 해치운다. 내리막에서 시속 10km 이하로 붙잡아주는 DSR도 오프로드에서는 유용할 장비.

보란 듯이 등장한 2세대는, 벌써부터 자신감에 충만해 보인다. 우울증에 걸린 채 문 꼭꼭 걸어 잠그고 들어앉은 1세대의 방문이, 어느날 벌컥 열리기라도 한 것 같다. 방문 앞에 떡 버티고 선 2세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오빠가 돌아왔다!"


ML 350
Verdict : 아직 1세대의 잔상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때 아쉬웠던 점들은 거의 매만졌다. 가려운 데를 귀신처럼 찾아내 긁어주는 손길, 벤츠답다 Price : 9,380만 원
Performance : 0→시속 100km 가속 8.4초, 최고시속 225km, 연비 10.3km/ℓ
Tech : V6 3498cc DOHC, 272마력, 35.7kg·m, 4WD
에어컨(O) 네비게이션(×) CD플레이어(O) 알루미늄 휠(O. 19) 가죽시트(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