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춘기를 앓는다. 맑은 눈망울이 아젤리아 꽃봉오리에서 반짝인다. 햇살이 아젤리아 꽃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꽃잎이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힌다. 초겨울인데 어쩌자고 꽃대를 밀어 올렸느냐고 나무라는 듯 바람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봄소식이 왁자하게 깔리면 어김없이 아젤리아 꽃이 피기 시작한다. 봉긋 거리던 몽우리가 자줏빛 입술을 열어, 가지마다 주먹만 한 겹꽃이 다투어 핀다. 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마음이 넉넉해진다. 일 년 치 토정비결에 좋은 소식만 받아들고 온 것 같은 설렘이 있다. 피고 지고 머무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짧게 느껴져 아쉬움 을 더한다. 우리 집에 온 지 이십 년이 훌쩍 넘은 나무는 단독주택에 살 때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우아하게 봄소식을 전해주던 전령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