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원두막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긴급체포

21c-park 2009. 1. 9. 07:20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긴급체포

 

 

인터넷논객 ‘옥의 티’ 과잉수사…“정부 비판 재갈물리기”

외환개입 공공연한데 검찰 ‘긴급명령’ 글만 문제삼아

인터넷 ‘다음’ 곧바로 블라인드 처리…본인도 사과

진보신당 “시민에 대한 보복…747공약도 처벌하라”

 

인터넷 누리꾼 논객 ‘미네르바’의 전격 체포로,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책 담당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해 온 그에 대한 ‘손보기 수사’ 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최근 사이버 수사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수사 인력을 강화하는 등 인터넷 여론 잡도리 강화를 추진해 왔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지난달 29일 인터넷에 올린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정부 긴급 업무 명령 1호-”라는 글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네르바는 기획재정부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같은날 “존경하는 강만수 장관님께”란 제목의 글을 올려 “협조 공문이건 정부 업무 명령이건 다 좋은데, 왜 거짓말을 하냐 이거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그 글이 올라오고 나서 내사에 들어갔다”며 “기획재정부가 사실무근이라고 보도자료를 냈고, 누가 봐도 허위가 아니냐”고 말했다. 글에 나오는 공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아이피(IP) 추적을 통해 미네르바의 신원을 쉽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신뢰를 잃은 정부 대신 누리꾼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정부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는 점, 정부가 처벌을 시사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박씨의 처벌은 ‘정해진 절차’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이 “미네르바라는 사이버 논객에 대해 들어 봤냐. 경제위기를 틈타 증권가 루머나 인터넷 괴담이 번지고 이로 인해 기업 투자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른다”며 수사를 촉구하자, “내용이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문제의 글이 세 시간여 만에 <다음> 쪽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되고, 미네르바가 “강만수 장관님께 사죄드린다”고 밝힌 점도 검찰이 과도하게 대응한다는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네르바는 이날 밤 자신이 쓴 글을 모두 삭제했다. 검찰은 재정부의 고발은 없었지만,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과 뜻을 밝히면서 절필 선언을 한 그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대신 긴급체포라는 강제수사 방식을 택했다.

‘공문’이 실제로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당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공문의 존재만 따지고 드는 것도 형식적 처벌 논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문이라는 형식이 거짓이고, 내용상 과장이 있더라도 큰틀에서 꼭 틀린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네르바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을 예고하면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그가 이런 신뢰를 악용해 있지도 않은 ‘공문’을 꾸며냈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올렸다는 점을 입증하기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번 수사는 정부 비판에 대한 재갈 물리기 성격을 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인터넷 공간에 대해 각종 규제와 처벌 강화 시도로 대응해 왔다. 진보신당은 8일 논평에서 “미네르바 체포는 시민을 향한 정치 보복”이라며 “경제 예측이 허위사실 유포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도 처벌하라”고 비꼬았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