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쟁병기/일반밀리

꿈의 레이다 AN/APG-77

21c-park 2007. 6. 27. 10:41

* 꿈의 레이다 AN/APG-77.

 

 F-22 Raptor 전투기의 눈과 귀, 더 나아가 두뇌 역할까지 하는 최신형 레이다 AN/APG-77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앞으로 F-22와 관련된 내용이 몇 차례 이어질 예정입니다만, 역시 랩터의 가공할 레이다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 레이다는 미국으로서는 전례없이 노드롭그루만사와 레이세온사, 양대 산맥이 합작으로 개발한 제품입니다.

알다시피 미국은 굴지의 방산업체들이 많아서 전투기 레이다 정도의 단일 장비를 합작 개발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 APG-77만 예외입니다.

상대적으로 이 레이다가 얼마나 많은 기술적 난제를 지녔던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도 유럽최초의 페이즈드 에레이 레이다인 RBE-2 레이다를 개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그 어려움은(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군수회사, 정확히는 ESSD사와 Raytheon의 합작은 커다란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땡칠이 씨리즈 1탄에서 세계 전투기 레이다 계보를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었는데, 바로 미국 전투기 레이다의 양대산맥인 휴즈사와 웨스팅하우스사의 최종적 결합을 의미합니다.

이 두 회사는 각기 레이세온과 노드롭그루만사에 합병되었기 때문에, 글자 그대로 전투기 레이다에 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모든 노하우가 합쳐져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역량이 총집결되어 개발된 레이다가 바로 이 AN/APG-77이란 의미입니다.

그 기술적 진보가 획기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스템은 차후 전투기 레이다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이 레이다는 종래의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 주사를 하는 레이다입니다.

이런 방식의 레이다는 해군의 AEGIS 시스템과 육군의 페트리어트 미사일의 레이다 같이 아주 대형인 경우만 가능했습니다.

사실 한참 전에는 페트리어트 시스템 정도 크기로 줄였을 때만 해도 대단한 기술적 진보라고 자화자찬했지요.

이제 그게 전투기 앞부분에 탑재될 만큼 소형화한 것입니다.

APG-77 같은 방식을 약자로 AESAR(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 즉 “능동 전자주사 위상배열 레이다”라고 부릅니다.

종래의 기계식 레이다처럼 송신부와 수신부가 따로 되어 회전하는 게 아니라 작은 송수신 통합 모듈 수천 개가 붙은 레이다 전반부가 고정된 형태에서 각종 기능을 수행합니다.

회전 모터가 없기 때문에 고장도 적고 따라서 신뢰성, 정비성도 향상되지요.

아울러 회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영역이 커버됩니다. APG-77은 기계식에 비해 손색없는 정면으로부터 약 120도의 탐지범위를 갖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계식과 달리 목표물이 탐지될 경우 아주 신속하게 소프트웨어의 작동만으로 전자적으로 레이다빔을 증가시키거나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고속기동하는 물체를 추적하는 능력도 훨씬 뛰어납니다.

레이다의 전면부에는 약 2200개의 손가락 크기만한 transmitter-receiver module(송수신 모듈)이 부착되어 있는데, 모듈 하나의 무게는 15g,

그 작은 하나가 4W가 넘는 강력한 신호를 발생시킵니다.

각각의 모듈은 초고속 데이터 프로세서에 연결되어 방사된 전파와 수신된 전파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그 놀라운 분해능은 100km 전방의 적 전투기에 대해서 3D 영상을 만들어 조종사가 이를 보고 기종을 식별할 정도의 고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이 100km이지 서울에 떠 있는 F-22에서 천안 상공에 떠 있는 10미터 남짓한 적 전투기를 레이다 스캔하여 그 반사파를 컴퓨터가 처리, 3차원 입체 영상을 다기능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조종사는 화면에 나타난 3D 영상을 앞, 뒤, 옆으로 돌려가면서 이 전투기의 기종이 뭔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더 이상 피아식별장치(IFF)에 의존할 필요 없이 MIG-29인지 SU-27 인지 단번에 결판이 납니다.

가슴조리며 혹시나 해서 가까이 접근하여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지요.

전술적으로 커다란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요. 정말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할 가공할 분해능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 레이다는 약 460 km 떨어진 곳에서 방사된 적 전투기나 함정, 지상 레이다의 송신파를 감지하여 위치와 방향을 조종사에게 알려줄 수 있으며(고성능 레이다 경보 수신기능),

능동 탐색으로는 최대 220 km 떨어진 적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일선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Silence 모드”를 한층 발전시켜 아주 적은 양의 레이다 빔만을 방사시켜 적 전투기를 탐지해내는 이른바 “스텔시(stealthy) 레이다”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기체만 스텔스여서는 안되겠지요? 철저한 토탈 스텔스 입니다.

또한 이 레이다는 적 전투기의 레이다 방해를 자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강력한 ECCM 능력을 갖도록 설계되었으며, 레이다 기능이 작동중임과 동시에 암호화된 보안 음성 통신 및 데이터 링크를 통한 데이터 송수신을 함께 수행할 수 있지요.

별도의 통신용 안테나가 필요 없는데 이 역시 전례없는 멀티테스킹 능력입니다.

아울러 이 레이다의 메인 프로세서에는 기체 후미에서 적의 미사일이나 레이다 전파를 탐지하여 경보를 해주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 탐지된 정보를 통합 처리하여 조종사의 대처시간을 단축시켜 줍니다.

APG-77의 송신부에서 방사된 레이다파의 형태는 짧은 시간에 수시로 변화하는random frequency 방식으로, 적 전투기의 레이다 경보수신기가 탐지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으며 탐지되더라도 거리와 방향들을 분석하는데 어렵도록 만듭니다.

아울러 적 전투기가 근거리로 접근하여 STT(Single Target Track) 모드 상태에서 F-22 랩터에게 레이다 조준 Lock-on을 걸 경우, 이 전파의 특성을 분석 판단하여 최적의 방해전파를 자동 방사하여 적 전투기가 록온을 걸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일시적으로 적의 레이다 기능을 마비시키는 거지요. 이 역시 전례 없는 기능으로 공중전의 향방을 전혀 예기치 못한 영역으로 끌고 가는 기술적 진보 중의 하나입니다.

이와 유사한 장치가 우리 KDX-1,2 구축함에도 장치되어 있지요.

보통 분류하기를 ECM과 ESM이라고 하는데, ECM으로는 AR700이라고 하여 수신된 적의 레이다파를 분석(종류, 거리, 방향, 위협정도)하는 기능을 하고, ESM으로는 APECS2를 갖고 있는데, 이 장치는 AR700이 분석한 데이터를 토데로 강력한 방해전파를 발사하여 적의 레이다를 무력화합니다.

구축함에 탑재되는 장비로 상당한 부피를 지녔지요.

근데 이 장치도 대형 레이다에는 잘 안통하고 소형의 레이다인 항공기를 교란시키는데 효과가 있고 특히 대함미사일의 시커로 사용되는 레이다에는 잘 맞추면 완전히 망가트려 방향을 빗나게 할 수 있지요.

이 두가지 기능이 통합되어 랩터의 APG-77에 장치되어 있다는 얘깁니다.

적기의 록온을 해제시킬 경우 발사되는 전파는 강력한 출력이 필요하여 다른 모드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KDX-1,2의 경우도 이 방해전파를 쏠 때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위험하지요. 잘못하면 영구 생식불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APG-77의 경우도 강력한 방해전파를 쏘기 위해 출력이 집중되어, 다른 모든 기능은 일시 정지 합니다.

따라서 적기의 록언이 풀리면 다시 기존의 여러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적 전투기가 계기를 정비하고 록언을 걸어 올 경우, 다시 이를 감지하고 강력한 방해전파를 방사하여 록언을 재차 해제시킵니다.

이러한 능력을 "standoff jamming" 이라고 부릅니다.

안전하게 멀리 떨어져서 적의 레이다를 농락한다는 뜻이지요.

APG-77은 이런 복잡한 임무까지 소화합니다. 사실 이러한 정도의 제밍 능력은 종래엔 EA-6B Prowler 전자전기나 가능한 높은 수준의 재밍능력입니다.

막강한 전자전 능력까지 추가되었지요.

더 나아가 이 레이다는 적의 전투기나 함정, 레이다 기지 등에서 송수신되는 적의 전자적 명령(electronic order of battle, EOB 암호화된 음성 및 데이터 통신)를 수집 분류하고 화기관제 컴퓨터가 이를 분석하여 조종사에게 알려주는데 특히 여기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 표적(high-priority target)을 선별하여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적들의 무선 통신을 탐지, 분류하여 전장상황을 알려줌은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물(예컨대 명령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지휘부나 조기경보기, 일선 전투기 등)부터 차례로 공격하도록 안내한다는 뜻입니다. 이젠 전투기 레이다에 전자경보통제 능력까지 가미된 셈이지요. 이 역시 종래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기능입니다.

랩터 전투기는 핵심인 APG-77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전자장비를 탑재합니다.

 

진보된 항법장치.

1) 레이저 자이로 관성항법장치 (A ring-laser gyro inertial navigation system).

2) GPS 및 여타 항법수신장치. (GPS and other navigation system receivers).

 

통합 전자전 장치.

1) 레이다 경보 수신기 (A radar-warning receiver).

2) 미사일 경보 장치 (Missile warning gear).

3) 능동 적외선 방어 시스템 (Active infrared defensive countermeasures).

-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는.

4) 피아식별장치 (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system).

 

랩터 전투기의 전자장비는 두 개의 CIP(Common Integrated Processor)에 의하여 통제됩니다. 레이세온 제품으로 각기 케이크 상자 만한 크기인데 최종적으론 고속의 프로세서 약 66개가 함께 설치되어 고속으로 데이터를 병렬 처리토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CIP가 대부분의 전자기능을 통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일종의 마스터 프로세서로 보면 틀림없습니다.

자체 진단과 자기 인식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행여나 모를 시스템 다운을 방지하고 있고, 이 기능을 이용하여 지상 정비요원은 간단한 노트북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복잡한 랩터 전투기의 전자장치 전체의 상태를 쉽게 모니터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능력을 "Portable Maintenance Aide (PMA)"라고 하지요.

이러한 능력에 의해 정비요원 숫자가 F-15의 절반으로도 원할한 운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각각의 CIP는 연산속도가 초당 100억회에 달하고 장래엔 500억회로 늘어날 예정으로 거의 슈퍼콤에 맞먹는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시스템의 주 소프트웨어는 90 %가 미 펜타곤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인 Ada로 짜여져 있으며 여기에 신속한 병열처리를 가능케 하는 OCCAM 언어 같은 부수적 툴이 병행 사용되는데, 명령 라인만 무려 250만 라인에 달합니다.

같은 언어로 작성된 우리 해군의 KDX-1, 2 의 전투정보시스템(영국 BAE-SEMA 제품)의 소프트웨어가 100만 라인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이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한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외 차후 랩터에 탑재될 여러 컴퓨터의 모든 소프트웨어 라인 수를 합치면 1천만 라인 이상의 명령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그 복잡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개속 진행중이며 전에 언급한 대로 F-35 JSF의 레이다가 개발중인 대지공격 소프트웨어(공대지모드)가 향후 몇 면간에 걸쳐 개발완료한 후 다시 랩터의 레이다 기능에 추가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공대공 모드는 개발이 거의 완료되었고 종래에 사용하던 모드 이외에 위에서 언급한 전례없는 여러 모드들이 추가되어 차원이 다른 공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지요.

거듭 말하지만, 라팔이나 유로파이터의 레이다가 전자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해도 역시 막대한 기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소프트웨어 면에서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쫓아왔다 싶으면 한 발 도망가고, 또 쫓아가면 한 발 달아나고 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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