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비밀 |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어렸을 때는 슬로 화면처럼 느리게 흐르던 시간이 어느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처럼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란. 그래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그림자를 좇다 보면 문득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시간에 ‘쏜 살’이라는 별명을 다 붙였을까. 시간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는 것일까. '살과 노래’를 쓴 시인 롱펠로는 하늘을 향해 쏜 화살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 한 느티나무에서 발견했노라고 했다. 이 화살은 종종 시간에 비유된다. 시간은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우리가 놓친 시간의 한 단면이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간의 실체는 무엇일까. 시간은 그 흐름의 실체를 손으로 잡을 수 없기에 늘 탐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시간은 창조이거나 무無 그 자체”라고 했는가 하면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주장했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시계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는 매개물이 되었다. 루이스 멈포드는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계 장치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라면서 시계의 노예가 된 현대사회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로 잰 듯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흐르는 시간이 때로 전혀 객관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시골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도시에서의 시간은 빨리 간다. 한없이 즐거운 한때는 찰나처럼 지나가지만, 고되고 지루한 시간은 무척이나 더디게 흐르지 않던가. 아름다운 연인과 함께 있는 두 시간은 2분처럼 아쉽지만, 화덕 위에 올라 선 2초는 2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질 것이다.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시간이 왜곡된 결과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하나.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각자 다른 상황을 주고 자신이 느낀 시간의 흐름을 비교하는 실험을 하였다. 실험 결과 학생들은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시험을 칠 때,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출 때,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운전할 때는 시간이 실제보다 더 빨리 흐르는 반면, 재시험을 볼 때, 일을 할 때, 지루한 영화를 볼 때, 줄을 서서 기다릴 때는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으로 인식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라우라 클레인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흡연자 또한 담배를 끊으면 시간이 실제보다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클레인 교수는 보통 사람이 인지하는 10초가 금연자에게는 15초로 느껴지는 등 최대 50% 이상 시간을 길게 느낀다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금연을 하면 생물학 및 심리학적인 이유로 시간 감각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체감시간은 환경에 의해서도 달라지는데 색채 심리학자 골드슈타인은 “빨간 빛을 받고 있을 때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며, 초록색이나 파란색을 받으면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심리적인 시간의 흐름은 뇌의 뉴런 구조와 연결되어 있고, 도파민의 수치를 변경시킴으로써 인위적으로 생체시간의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이에 따라서도 시간이 다르게 흘러갈까? 어린이의 시간은 어른의 시간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는 간단한 실험을 소개한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1분을 헤아리는 실험을 했을 때 나이가 어린 사람은 1분이 되기 전에 눈을 뜨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1분이 지난 후에 눈을 뜬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인간은 체험을 통해 시간을 인지한다. 따라서 나이와 연륜에 따라 체험이 다르게 인지될 경우 체감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예를 들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처음 가는 길은 굉장히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음날 같은 길을 가면 전날보다 훨씬 짧게 느껴진다.
인간의 심리적 시간은 이와 같이 새로운 일일수록, 또 긴장도가 높을수록 더 길게 느껴진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이미 경험해 본 일들을 다시 경험하게 되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호기심과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리적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영화감독보다 단순 노동자가 느끼는 체감시간이 더 빠르다고 한다.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사람은 두뇌가 특별히 기억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하루 일과가 순식간에 흘러가지만 영화감독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하루는 길게 느껴진다고 한다. 왜 있잖은가.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하루가 굉장히 길고 고단하게 느껴졌던 어떤 날의 기억 같은 것 말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린 시절의 1년과 중년의 1년은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이되 체감시간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인간은 1~30세까지 느끼는 체감시간보다 30~60세에 느끼는 체감시간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빨라진다고 한다. 어찌 보면 7살짜리에게는 1년이 인생의 7분의 1이지만, 50살인 사람에게는 인생의 5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옛날 중국 전국시대의 양자는 “사람이 1백 살을 산다고 해도 거기서 어린시절과 노인시절, 잠자는 시간과 깨어 있어도 헛되이 보내는 시간, 아프고 슬프고 괴롭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만족하며 보낸 날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확실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영원히 시간이 모자랄 것처럼 보이고, 어떤 사람은 세상의 시간을 모두 가진 듯 여유롭다. 그래서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 심리학과 로버트 레빈 교수는 “최고의 삶의 템포란 시간과 시간 사이의 균형을 찾아 자신의 삶의 속도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으되,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라면 시간과 화해하는 유일한 길은 시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것 아니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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