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알고 감정을 알면 백전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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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정동 e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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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공포, 분노, 슬픔, 또는 기쁨을 느끼고 이를 몸짓, 말 또는 행위로 표현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려고 애를 쓰지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차분히 생각하기 전에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 문제를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걱정 때문에 두서없이 생각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옛 감정에 사로 잡혀 잘못된 선택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예들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의지가 약하다고 후회하고 인간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므로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매우 힘들다. 뇌와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분노, 공포, 슬픔 또는 기쁨에 관여하는 신경생리과정들을 잘 이해할 때 우리의 감정, 생각 그리고 행동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된다.
보통 공포, 분노, 슬픔, 기쁨과 같은 것을 기본 정서라고 부른다. 이 글에서는 정서(affect)와 정동(emotion)을 구분해서 쓴다. 정동이란 e-motion으로 신체활동과 함께 감정을 드러내는 마음의 기능이다.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급히 뛰고, 사지가 떨리며, 숨이 거칠고, 동공이 커지며, 안면 표정이 달라지는 등 동물이나 사람의 내면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 정동이다. 정서(affect)는 비애, 연민처럼 그 강도가 약하며 신체의 뚜렷한 동작이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통 국민 정서라 부르는 것은 이처럼 강도가 약한 감정과 생각이 혼합된 것이다. 정동은 수백만년을 진화한 동물과 사람이 예상할 수 없고, 통제하기 힘든 자연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해온 마음의 기능이다. 독사, 맹수, 불과 같은 위험한 대상에 공포를 느껴 도망가거나 싸우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도망이나 공격 행동이 생명의 유지와 안전이란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개체가 생존하고 그 종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뇌를 연구하는 방식이 초보적이었을 때는 정동의 메커니즘을 잘 밝히지 못하였다. 그러나 생화학 연구, 뇌 영상화 측정 등의 분야가 발전하면서 심리학, 생물학, 신경과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정동의 뇌 신경해부적 바탕과 그 과정을 좀더 분명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정동(emotion)은 생명을 유지해 온 마음
공포, 분노, 슬픔, 그리고 기쁨은 기본 정동(basic emotion)이다. 독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위험한 대상에 분노를 느끼고 공격하는 행동도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슬픔을 느껴 위축되어 있거나 우울증을 겪을 때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다. 부정적 감정이 별로 없고, 만족감으로 대표되는 기쁨은 그것을 가져온 행동의 확률을 증가시켜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즉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도구적인 행동을 반복하도록 한다. 뇌의 여러 부위들이 이러한 기본 정동의 발생과 조절에 관여하지만, 편도핵이 중요하다. 편도핵은 아몬드처럼 생겼는데, 뇌의 앞쪽에 있는 전두엽, 그 뒤에 있는 전대상회, 편도핵 주변에 있는 시상하부, 해마와 같은 부위들과 함께 공포, 분노, 슬픔, 그리고 기쁨 등 정동의 유발과 조절에 깊이 관여한다. 각 정동의 뇌 신경해부 구조적 특징을 보기 전, 다음의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물이나 사람이 보이는 모든 정동 반응은 감각기관을 통해 처리되는 자극, 뇌의 신경회로, 개체의 정동 경험 및 신경화학전달물질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뱀처럼 공포를 유발하는 정동 자극이 뇌의 한가운데 있는 시상을 거쳐 편도핵에 전달되면, 편도핵은 시상하부에게 명령을 내려 싸우거나 도망가는 행동을 포함해서 자율신경계가 즉각 반응하도록 한다. 대략 1/4 초 후에 같은 정동 자극이 뇌의 피질에서 자세히 분석되고, 그 결과가 전두엽에 전달되어 합리적인 행위를 계획하고, 점검한다. 뱀인줄로 생각하였는데, 자세히 보니 뱀과 비슷하게 구부러진, 그리고 표면이 진한 갈색의 나뭇가지였음을 알고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쥐의 편도핵의 한 부위를 가볍게 자극하면 쥐는 공포반응을 보인다. 편도핵의 다른 부위를 자극하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사람들에게 그림들을 보여 주되, 어느 한 그림을 제시한 후 가벼운 전기 충격을 예상하도록 학습시킨다. 이 실험을 마친 사람들의 뇌를 핵자기공명영상장치로 찍어보면 전기 충격과 짝지어진 그림(공포 유발자극)이 제시된 후는 그렇지 않은 그림을 볼 때에 비해 편도핵 부위에서 더 활발한 뇌신경원들의 활동이 있었다. 쥐나 토끼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다른 실험 방법을 사용한 연구들도 편도핵이 공포를 학습하는 주요한 뇌 메커니즘임을 보여준다. 뇌출혈로 인해 편도핵이 집중적으로 손상당한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들 중 두려움의 표정을 잘 알아보지 못하였다. 심하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경우, 남자들을 항상 두려워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 성관계를 가지려 하더라도, 의식하기 전에 활성화되는 편도핵 때문에 공포가 유발되어 그 회피 반응으로 성관계를 거부하게 된다.
분노
동물이나 사람의 분노는 이를 촉발시킨 대상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유발한다. 프리브램이란 동물심리학자는 한 우리에 있는 대장 원숭이의 편도핵 일부를 절제하였다. 그 결과, 대장 원숭이는 더 이상 그 우리에 있는 다른 원숭이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편도핵의 한 부위를 가볍게 전기자극하면 주변에 있는 시상하부를 자극할 때와 마찬가지로 동물은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 자주 화를 내고 공격적인 사람들의 뇌를 촬영해보면 편도핵 부위의 활동이 큰 반면, 전두엽 부위의 활동은 낮았다. 40여 명의 살인 범죄자들의 뇌를 영상화하였을 때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전두엽 부위의 활동이 다른 정상인들보다 낮았다. 이들은 분노의 감정을 잘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편도핵뿐만 아니라, 화학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나 남성 호르몬도 공격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물질이 많을 때 빈번히 분노를 경험하고,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
슬픔과 우울
슬픔이 오래 계속되면 사람들은 우울 상태에 빠진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기억을 잘 하지 못하며, 체중이 감소하고, 쉽게 피로해지고, 수면이 부족하거나 일상 활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슬픈 사건을 기억하는 전전두엽 외측 부위,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핵, 주의를 불행한 사건에만 집중하게 하는 전대상회 등의 뇌 영역들이 우울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편도핵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의식되고 이 때 전대상회 영역이 여러 많은 사건들 중 부정적인 감정에만 주목하며 시상이 이러한 신경회로를 계속 점화시키게 된다. 심한 우울증 환자 중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우울한 사람의 뇌는 정상인의 뇌보다 그 신경원들의 활동이 저조하다. 환자에 따라 현실 감각이 전혀 없고, 무감동한 증상을 보이는 음성정신분열증 환자의 뇌 활성화 패턴과 비슷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전두엽과 대상회 영역의 활동이 정상수준보다 낮다. 전두엽의 활동이 저조하므로 우울증환자들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의욕이나 계획이 별로 없다. 어떤 슬픈 내용을 생각하도록 하고, 그 때 그들의 뇌를 핵자기공명영상 장치로 찍어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경우 뇌의 측두엽과 전두엽을 포함하는 여러 영역에서 광범하게 활성화 패턴을 보인다. 즉 여성들은 스스로 생각한 슬픈 정동 경험에 대해 상당히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쁨
행복이란 무엇일까? 모든 연구자들이 합의하는 정의를 내리기 힘들지만, 대략 다음과 같다. 즉 신체적인 즐거움이 있고, 부정적인 감정이 없으며, 활동이나 사건에 어떤 의미가 있을 때 사람들은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어떤 행동이 개체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올 때 도파민 대사가 활성화되어 신체적인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동이 있게 되면, 이러한 즐거움은 감소한다. 앞서 본 편도핵의 활동이 억제되어야 부정적인 정동을 덜 경험하게 된다. 도파민 대사가 활발하고, 편도핵이 억제되더라도 전전두엽의 중배측영역(ventromedial area)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즐거움이나 만족감은 단편적이고, 별 의미가 없는 정동이 된다. 즉 일종의 응집성이 있는 행복을 경험하려면 전전두엽의 이 영역이 활동해야 한다. 화학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다든지, 이 부위의 활성화 수준이 높을 때는 이유없이 과도하게 즐거워하는 조상태에 빠진다. 요컨대, 편도핵은 억제되고, 뇌 피질의 활동에 의해 전전두엽의 중배측 영역이 활성화되고, 만족감을 주는 도파민이 뇌 피질, 특히 전전두엽을 자극할 때 신체적인 즐거움이 있고, 분노나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정동은 없고 삶과 활동에 의미가 있는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뇌는 대상의 정체를 지각하기 전에 좋고 나쁨을 판단
정동에 대한 생화학적 대사와 그 신경해부구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정동과 마음의 주요 기능인 인지 즉 앎(지각, 기억, 사고, 신념 등)의 관계를 종전과 달리 생각하게 된다. 일상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감정과 생각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게 되었다. 첫째 정동에 관여하는 뇌의 어떤 영역(예 : 편도핵이나 시상하부)이 손상되면, 동물이나 사람은 어떤 대상을 지각은 하지만, 그 대상의 정동적 중요성을 평가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예를 들어 편도핵이 손상된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정동의 뇌 신경해부구조적 바탕과 영역들간의 상호관계가 체계적으로 밝혀지면서 정동그 자체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인지와 정동의 관계가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마음의 여러 기능들과 그 관계를 좀더 분명히 이해하고 설명하고 한 기능이 지나치게 부적응적일 때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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