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원두막

북한 여자청소년축구 세계우승

21c-park 2006. 9. 5. 07:37

 




축복의 비가 내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 주최 세계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첫 우승의 감격을 안은 북한의 20살 이하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빗속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




북녀들, 축구 새 역사 쓰다

아시아 최초 피파대회 제패…페어플레이상도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fifa.com)는 4일(한국시각) “북한 축구가 진흙 속에서 기적을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그 주인공은, 최광석 감독의 북한여자청소년축구팀. 이들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의 로코모티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3회 세계여자청소년축구대회(20살 이하) 결승전에서 중국을 5-0으로 대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세계대회 첫 우승이다. 대회 전 우승후보였던 중국을 5점차로 꺾은 것이기에 충격파는 더욱 컸다. 압록강팀, 평양팀, 4·25팀, 리명수팀…. 북한여자축구를 이끌고 있는 팀들의 어린 선수들이 해냈다.


아시아 최초의 FIFA대회 우승


피파가 19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부터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 아시아 국가가 피파 주최 각급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없었다. 가장 권위있는 월드컵에서는 1966년 잉글랜드대회 북한 8강에 이어, 2002년 한-일대회 한국의 4강이 최고성적이었다.

일본이 1999년 나이지리아 20살 이하 세계청소년대회 정상에 도전했으나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은 1999년 미국여자월드컵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축구에서 정상에 도전했으나 두번씩이나 미국의 벽 앞에 무너졌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여자청소년축구 세계 2위 독일(2-0승)을 비롯해 12위 프랑스(2-1승), 3위 브라질(1-0승), 5위 중국(5-0승) 등을 잇따라 누르고 패권을 차지하며 여자축구 강호임을 증명했다.



그들의 힘은 ‘정신력과 투혼’


이날 결승전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렸다. 그러나 거친 환경일수록 더 투혼을 발휘하는 게 북한 선수들이었다. 전반 29분 조윤미(4.25)가 혼전 중 첫골을 따낸 데 이어, 김성희(평양)의 해트트릭(전39분, 전47분, 후8분), 후반 11분 길선희(리명수)의 추가골이 터졌다. 결승까지 6경기(18골, 1실점)에서 5골1도움을 기록한 김성희는 결승전 최우수선수와 실버슈를 받았다. 북한은 페어플레이상까지 받았다.

안종관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북한 선수들은 스피드와 투쟁심이 좋고 압박이 상당히 빼어나다”며 “고유의 훈련방법이 가미돼 정신적으로도 강하게 무장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파닷컴은 “경기 시작부터 바짝 압박하며 중국을 죈 북한이 계속 기회를 잡아 나갔다”고 묘사했다.

 






한국여자축구는 ‘걸음마’



피파는 세계여자축구 인구를 220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세계 23위 한국여자축구 인구는 2005년 말 현재 5500명에 불과하고, 실업팀은 4개 뿐이다. 열악한 저변 때문에 아시아권 경쟁에서도 북한 중국 일본에 밀리는 처지다. 한국은 지난 4월, 20살 이하 세계여자청소년대회 아시아 예선에서 북한과 일본에 졌다. 7월에 열린 2007 중국여자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북한과 호주에 져 탈락했다.

반면, 북한은 8개팀으로 구성된 여자축구리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자축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선 〈에스비에스(SBS)〉 축구 해설위원은 “북한은 여자축구를 생활스포츠와 결합시켰다”며 “여성축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남녀평등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