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시간의 기원

21c-park 2007. 6. 27. 09:16

시간의 본질을 파헤친다 - 시간에 관한 6가지 질문]
[시간의 기원] 시간의 시작은 있나?
 

철학자·물리학자·천문학자와의 대화

 

누구나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도 시간의 본질에 대해 알고 있지는 않은 듯 싶다.

시간의 기원에서부터 시간여행, 시분초와 달력, 원자시계, 생체시계, 그리고 심리적 시간까지 그 본질을 파헤쳐본다.


? 기원_시간의 시작은 있나
? 물리_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역사_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나
? 측정_왜 시계는 정확해져야 하나
? 생물_우리 몸은 어떻게 시간을 알까
? 심리_연인과의 시간은 왜 빨리 가나

인간은 시간을 맘대로 망치질할 수 없다. 시간 그 자체에 대해서는 무지몽매한 수준이다.
●●‘시간관리 테크닉’ ‘부자와 가난뱅이 차이는 시간관리’ ‘시간을 아낄 것인가 돈을 아낄 것인가’. 시간을 잘 사용해야 성공한다는 내용의 책제목들이다. 현대인에게 시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 시간 그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 사용하지만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시간이 진정 존재하는 지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시간에 대한 물음에 속시원하게 대답해줄 사람도 많지 않다. 취재과정에서 접촉했던 여러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시간에 대한 대화를 부담스러워하며 거절했던 점만 봐도 그렇다. 어쨌건 여기서는 시간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과연 시작이 있는지를 철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에게 물어본다.

서울대 철학과 소광희 명예교수는 “인류의 출현으로 시간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출현하기 전 생물에게는 시간이 있든 없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죽음을 의식하는 인간에 이르러서야 시간은 비로소 존재하게 됐다는 것이다. 죽음을 대비해 유언을 하는 것과 같은 시간의식이 여타 동물에게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에게 시간은 그것이 존재하는 의미가 있을 때에야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소광희 교수는 “시간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철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시간의 창시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는 어떻게 말할까. 이론천체물리학자인 서울대 이형목 교수는 “인간은 시간의 발견자”라고 말한다. 고대인이 해와 달이 뜨고지며, 계절이 반복되는 주기적인 천문현상의 관찰을 통해 시간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시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플라톤이 우주에 관해 쓴 ‘티마에우스’(Timaeus)다. 여기에는 “조물주가 태고의 혼돈에 형태와 질서를 부여할 때 시간이 탄생했다”고 기술돼 있다. 고대 중국의 기록인 ‘회남자’에는 “상하사방을 우(宇)라 하고 고왕금래를 주(宙)라 한다”고 적혀있다. 즉 우는 공간, 주는 시간을 의미한다. 우주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는 현대적 의미와 달리 과거에는 우주에 시간 개념이 포함돼 있던 것이다.

시간과 우주의 관계는 과학자들에 의해 고대보다 훨씬 밀접해졌다. 과학에서 시간은 뉴턴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뉴턴은 ‘외부변화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시간이 존재한다’는 절대시간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시간은 우주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던 부수적인 개념이 아니라 신이 내려준, 모든 것에 우선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뉴턴은 절대시간과 함께 절대공간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우주를 이해했다. 또한 서로 끌어당기기만 하는 만유인력이 우주의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뉴턴은 우주가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유한한 우주는 중력에 의해 수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턴은 완벽한 존재인 신이 만든 우주가 불안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주는 항상 변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를 영원히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시간은 시작이 없으며 영원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공간과 분리될 수 없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4차원 시공간 개념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간의 기원과 우주에 관한 한 뉴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우주가 정적일 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적인 우주를 만들기 위해 ‘우주상수’를 1917년 도입한다. 우주상수는 중력의 반작용인 밀어내는 힘에 해당한다. 하지만 1920년 초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인슈타인은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우주상수를 도입한 일”이라며 후회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에게 이들 천재 과학자들이 저지른 실수는 어처구니 없어보인다. 이형목 교수는 “위로 던져올린 물체가 중력에 의해 올라갔다 다시 떨어져 땅에 다다를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 없듯 중력에 의해 유지되는 우주 역시 한순간도 결코 정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에게 우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것이었다. 이형목 교수는 ‘완벽한 우주원리’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완벽한 우주원리란 우주의 모습이 모든 방향으로 봐도 똑같고(등방), 우주의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보아도 같으며(균일), 시간이 영원히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시간불변)는 것이다. 허블의 관측은 우주원리를 시간불변·등방균일이 아니라 팽창·등방균일로 바꿔놓았다.

10-43초 접근한계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는 한순간도 가만있지 못하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의 시작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팽창하는 우주가 시간의 기원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서울대 물리학과 조용민 교수는 “팽창하는 우주를 시간적으로 거꾸로 돌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되묻는다. 과거에는 지금의 우주보다 작은 우주를 생각할 수 있고, 결국 우주가 탄생했던 시점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주도 나이를 먹는 것이다.

허블이 팽창하는 우주를 관찰했을 당시, 우주의 나이는 약 40억년으로 추정됐다. 당시 이런 수치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40억년이란 긴 세월 동안 우주가 팽창을 해왔다는 것은 초기에 우주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빅뱅인 것이다. 현재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는 약 1백37억이다.

과학자에게는 바로 이 우주 나이가 시간의 나이이기도 하다. 우주탄생으로 공간과 함께 시간이 출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주탄생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형목 교수는 “그렇지 않다면 뉴턴의 절대시간 개념이 필요하다”면서 “우주가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이론에 따르므로 공간의 시초가 곧 시간의 시초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짓궂은 질문이 입안에서 맴돈다. 우주의 초기는 어떠했을까? 무엇이 우리 우주를 탄생시켰을까? 우주탄생 이전은 어떠했을까?

1970년대 스티븐 호킹과 로저 펜로즈는 팽창·등방균일한 우주원리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우주의 크기가 0인 처음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우주는 무한히 작은 점인 특이점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런데 특이점의 출현으로 우주초기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다줬을 뿐이었다. 조용민 교수는 “우주라는 영화필름을 특이점까지 거꾸로 돌리다보면 현재의 과학으로는 더이상 감아지지 않는 시점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 시점이 10-43초. 때문에 현재 우리는 0-10-43초 동안 발생한 우주 탄생의 최초 사건에 대해 모른다.

왜 이런 구간이 등장하는 것일까. 호킹과 펜로즈의 특이점은 고전이론인 중력이론에 바탕한 것이다. 문제는 고전이론이 우주와 같은 거시세계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만 매우 작은 단위, 즉 우주초기의 매우 짧은 시간에 대해서는 제구실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 바로 우주탄생 시나리오에서 중력이 등장한 10-43초다.

이런 까닭에 중력이론과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양자론을 통합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통합수준은 매우 미약하다. 조용민 교수는 “초기순간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우리우주를 탄생시켰으며 우주탄생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떠했는지를 얘기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조용민 교수는 “우리우주의 출현 이전의 과거는 어떠했는가를 묻는 것은 현재 우주론에서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호킹은 이에 대해 “90。의 북극점에서 91。가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10-43초 이전에 대해 내놓은 얘기는 소설과 같다. 이런 까닭에 시간의 시작이 있다는 것 역시 과학자들의 가정일 뿐이다. 소광희 교수의 말대로 과학자는 가정으로 먹고사는 셈이다.

끝은 존재하는가?

"현재 우주의 시나리오에는 채워지지 않은 빈 부분이 있다. 우주라는 필림을 거꾸로 돌렸을 때 더이상 감아지지 않는 시점이 나타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시간의 끝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조용민 교수는 “현재의 우주가 어떠한지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할 것인가, 아니면 팽창을 계속할 것인가다. 최근 우주관측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 ‘가속팽창’중이다. 팽창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 우리우주는 빅뱅 후 10-35-10-32초의 짧은 시간 동안 크기가 무려 1025배나 뻥튀기 했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이때 우주는 엄청나게 가속팽창했다. 이후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지만 그 팽창속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우주는 다시 팽창속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주는 계속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형목 교수는 “가속팽창하는 우주는 시간의 기원에 대한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가속팽창하기 때문에 우주는 무한한 과거에도 크기가 0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가속팽창을 시간적으로 거꾸로 할 경우 수학적으로 2가지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무한한 과거에 우주의 크기가 0에 가까워지거나, 또는 0에 가까이 수축했다가 다시 팽창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 시간의 기원 유무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이다.

한편 이형목 교수는 “우주의 팽창이 계속되고 시간이 영원하다면 우주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는다. 무한한 우주팽창으로 은하 간의 거리는 무한히 멀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하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결국 죽은 별인 블랙홀, 중성자별, 백색왜성만 남게 되는데, 이들이 있다해도 보이지 않으므로 은하는 암흑세계가 되고 만다.

이형목 교수의 설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은 별들이 점점 흩어지는데, 그 결과 이들을 구성하는 물질이 점점 증발해 빛으로 방출되고, 이 빛은 다시 에너지를 잃는다. 결국 우주의 밀도는 0에 가까워지고 만다. 따라서 무한한 시간 동안 팽창한다면 우주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만다. 시간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시간. 그 시작과 끝은 우주가 지속되는 한 풀리지 않을 화두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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