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초공간

21c-park 2007. 6. 27. 09:11

 

초공간

 

 새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 새는 마법의 새장에 갇혀 있었는데, 새가 노래를 하면 새장의 창살이 울려 일곱 가지 음계를 내었으며, 새가 날갯짓을 하면 역시 창살이 울려 일곱 가지 무지개 색을 내었다.  새장 안에는 중앙을 가로질러 횟대가 하나 놓여 있는데 신기하게도 항상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새는 언제나 그 횟대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새를 본 사람은 없었다.  그 새의 이름은 4차원이다.

 

 

 

 

 

 

 

<그림 4.16>  애드윈 배비트가 묘사한 아누의 모습

 

  앞에서 보았듯이, 끈 이론은 고차원을 포함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일곱 단계의 스파릴래를 좁은 공간에 말려들어간 일곱의 차원으로 보면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을 합하여 모두 11차원의 시공이 나오고, 이것은 M 이론이 예견하고 있는 차원수와 같다.  게다가 초끈 이론의 한 모델은 스파릴래가 감겨있는 형태와 유사한 개념의 6차원 토러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아누가 초끈에 해당한다는 확신을 한층 더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한편, 오컬트화학에서는 4차원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자핵보다도 1조 배의 1억 배나 더 작은 아누를 통해서 이 4차원의 힘이 유입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 궁극적인 상태의 물질계 물질(질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이 둘은 나선들의 방향과 이 나선들을 통해 흐르는 힘의 방향이 다를 뿐 모든 것이 다 똑같다.  하나는, 힘이 '바깥에서' 즉 4차원 공간인 아스트랄계에서 흘러들어와 아누를 통과하여 물질계로 쏟아져 들어간다.  다른 하나는, 힘이 물질계로부터 쏟아져 들어와서 아누를 통해 '바깥으로' 들어간다.  즉 물질계에서 사라져버린다.  처음에 언급한 아누는 물이 뽀글뽀글하면서 나오는 샘과 같다.  뒤의 아누는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힘이 나오는 아누를 포지티브 아누라 부르고, 힘이 빠져나가는 아누를 네거티브 아누라 부른다."  (<오컬트화학> 제3판, p.13)

 

  "이 세 개의 나선 각각은 쭉 펼치면 원형이 되고, 일곱 개의 나선 각각도 마찬가지로 쭉 펼치면 원형이 된다.  그 나선형 속에 흐르는 힘은 '바깥', 즉 하나의 4차원 공간으로부터 들어온다."  (<오컬트화학> 제3판, p.14)

 

  아누가 고차원적인 실체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연 고차원은 수학적인 추상성을 넘어 실재하는 것일까?  플랑크 영역에서 일어나는 양자요동과 고차원의 존재, 그리고 아누를 통해 들어오는 4차원의 힘은 서로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우리가 크기의 장벽에만 도전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차원을 상승하여 미지의 불가시 영역을 탐구해보기로 하자.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가 보는 공간은 어디로 보나 3차원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공간에 서로 수직인 세 직선을 긋고, 이 세 직선에 모두 수직인 제 4의 직선을 긋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4차원 개념에 반대하였다.  미치오 가쿠가 그의 책에서 말했듯이, 아마도 우리가 이 세계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뿌리깊은 상식 중 하나는 세계가 3차원으로 되어 있다는 믿음일 것이다.

  19세기 말, 유클리드 기하학의 아성을 깨고 고차원의 기하학을 물리학에 도입하는 계기를 만든 리만이나, 4차원의 물체를 낮은 차원에 투영시켜서 그 그림자를 볼 수 있게끔 한 힌턴 등의 노력은 대중들이 4차원에 큰 관심을 갖게끔 만들었고, 4차원은 수학은 물론 예술과 철학, 문학, 그리고 공상과학소설의 더없이 좋은 소재거리가 되었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항성간 여행은 거의 절망적이다.  빛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이 기적적으로 만들어진다해도, 여러 가지 수반되는 문제 때문에 실제로는 자유로운 항성간 여행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공상과학물에서는 초공간이나 벌레구멍(웜홀) 등의 소재를 도입한다.  영화 <스타워즈>의 우주선 '팰콘호'는 가끔 고장을 일으켜서 말썽이긴 하지만, 위급할 때면 '초공간항법'으로 제국군의 추격을 따돌린다.  초공간항법이 없다면 은하제국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장편소설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도 초공간항법의 발견으로 은하제국이 탄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편 미국의 인기있는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우주탐험선 '엔터프라이즈호'는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때 벌레구멍이라는 것을 이용한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울 속으로>, <오즈의 마법사>, <피터팬> 같은 동화 속에도 이런 4차원적 요소가 숨어 있다.

  4차원은 일반 상식에 반하는 것이고, 실험실에서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물리학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였다.  아인슈타인 최초의 고차원이론인 칼루자-클라인 이론에 대해 '아름답다'고까지 찬사를 했지만,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여분의 차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른 이론들에만 매달렸다.

  다수의 과학자들이 고차원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에 칼루자-클라인 이론이 초중력 이론으로 통합되어 새롭게 태어나면서부터이다.  이번에는 차원의 수도 증가하여 무려 11차원(시간을 포함하여)이 요구되었다.  게다가 다소 불완전하였던 초중력 이론이 초끈 이론으로 대체되자, 이제는 반대로 고차원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 물리학자가 별로 없게 되었다.  이제 물리학자들의 관심은 고차원의 존재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더 적절한 차원의 수는 몇 차원이고, 여분의 차원들은 어디로 갔으며, 여분의 차원들이 소립자 공간에 말려 있다면 그 수학적 기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고차원, 즉 초공간 사이의 이동과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등의 문제에 더 집중되어 있다.  과거 신비주의자들의 도피처마냥 멸시(?)받던 초공간이 이제 가장 진보적인 물리이론의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론물리학에서 고차원 개념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단순히 수학상의 필요 때문만은 아니다.  즉 고차원이 가지고 있는, 다분히 심미적이기도 한 물리적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프로인트가 강조한 것처럼 "자연법칙은 고차원에서 표현할 때 더 간단하고 강력해진다"는 사실이다.  칼루자-클라인 이론이 의도했던 것도 빛과 중력의 법칙(그 당시에는 이 두 가지의 힘, 즉 전자기력과 중력만이 알려져 있었다)을 하나 더 높은 차원에서 통일하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20세기에 들어와서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인류는 오랜 세월 평면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지구는 둥글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하는 오래된 논쟁은 콜롬부스가 세계를 일주하고 나서야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증명됨으로써 일단락되었으며,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 편서풍이 생기는 것, 계절이 변하거나 남쪽지방으로 갈수록 따뜻해지는 것은 그후로도 한동안 알 수 없는 신비로 남아 있었다.  그 당시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것과 달이 뜨고 지는 것이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공간에 나가서 지구를 내려다본다고 하자.  지구가 둥근 것을 보고,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보고, 또 지구의 축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풀릴 것이다.  이것이 물리가 더 높은 차원에서 간단해지는 방식이다.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였던 빛과 중력도 칼루자의 5차원을 통해 보면 하나로 합쳐져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고차원을 통해 자연법칙이 단순화된다는 개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기하학자 리만이었다.  리만은 종이 위에 사는 2차원 생물(책벌레라고 하자)을 가정하였다.  그런데 이 종이는 평평하지 않고 쭈글쭈글하게 주름이 잡혀 있다.  이 책벌레는 그들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몸도 역시 주름이 잡혀 있을 것이므로, 책벌레들은 그들의 세계가 찌그러져 있는 것을 결코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평평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책벌레들이 주름잡힌 종이를 가로질러 움직이려고 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직선을 따라 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신비로운 '힘'을 느낄 것이다.

  리만은 이것을 4차원 공간에서 주름잡혀 있는 우리의 3차원 세계로 확장하였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우주가 뒤틀려 있는지 어떤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직선을 따라 걸어가려고 하면 무언가 잘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힘'으로서 느낄 것이다.  리만은 전기와 자기, 중력 같은 힘이 우리의 3차원 우주가 보이지 않는 4차원에서 주름잡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힘은 기하구조가 뒤틀려 생긴 외형상의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힘을 기하의 결과로 인식하고 전기와 자기 등을 통일적으로 묘사하려 했던 리만의 원래 의도와 관계없이(리만은 39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고차원은 순수 수학적 사고의 대상으로만 몇십년간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1919년 칼루자에 의해서 비로소 물리법칙의 통합에 고차원이 처음으로 응용된 것이다.

  무명의 수학자였던 칼루자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에 차원을 추가함으로서 일반상대성 이론과 전자기장을 기술하는 맥스웰의 이론이 동일한 틀 내에서 결합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이 시간을 포함한 4차원으로 기술되고 있었으므로, 칼루자는 새로운 차원을 5차원으로 기술하였다.  이 이론에서 '빛'은 고차원 공간의 기하가 뒤틀려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는 리만의 원래 의도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5차원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1920년대 후반에 등장한 양자역학의 득세로 칼루자-클라인 이론은 과학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오랫동안 잊혀졌다.  양자역학의 등장은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우주를 묘사하려는 리만과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에 심각한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었다.  또한, 중력과 전자기력 외에도 강력과 약력이라는 새로운 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양자역학은 상대성 이론과 함께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고 성공적인 이론이었다.  우리는 '표준모델'이라는 것으로 집약되는 그 연구성과들을 3장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표준모델은 대칭성이라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대칭성의 기원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하고 단지 필요에 따라 적당히 배열해놓은 것일 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물리학자들은 표준모델이 더 고도의 이론으로 대치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1960년대에 물리학자들은 5차원 칼루자-클라인 이론을 N차원의 고차원으로 확장하면 이런 대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원자 입자들은 파동함수로 표현이 되는데, 이 입자의 파동함수가 대칭을 갖는 고차원 기하구조의 표면을 따라 진동하면 그 파동함수가 고차원 기하구조가 가지고 있던 대칭을 그대로 물려받으리란 것이다.  따라서 아원자 물리학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대칭은 초공간 진동의 부산물로 볼 수 있다.

  사실 초끈(super-string)의 '초(super)'는 초대칭(super symmetry)이라는 용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최초의 초공간이론인 칼루자-클라인 이론은 이렇게 현대적인 확장을 거쳐 1970년대의 초중력 이론과 1980년대의 초끈 이론으로 이어져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이론이 되었다.

  더 높은 차원에서 힘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은 신비학의 가르침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블라봐츠키 여사는 <비교>에서 모든 종류의 힘은 '포하트(Fohat)'라고 부르는 상위의 동일한 근원적인 힘에서 분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전기도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원인적인 힘이 아니라 이차적인 것이다.

 

  "우리는 우선 전기 ― 빛이나 열 등과 같이 물리적인 결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상태로서의 전기 ― 란 단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계(界)로부터 몇 단계나 떨어진 최초 원인의 부차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비교의 물리> p.131)

 

  한편 신비학에서는 '힘'을 '움직이고 있는 물질(Matter in Motion)'로 보고, 물질은 그 자체가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효과'로 본다.  실질적인 것은 '근원질료(Primodial Substance)'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으로, 물질(Matter)은 ―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 이 근원질료가 분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신비학에서는 이러한 질료는 공간 그 자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힘'이나 '물질'이나 그 본질은 공간의 속성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고차원 공간의 기하학적 속성에서 물리적 힘의 원인을 찾으려는 리만이나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 나아가서 모든 힘과 입자를 초공간 속에서 통일적으로 기술하려는 초중력 이론이나 초끈 이론의 입장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고차원이 물리학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 변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무용지물인' 공간과 시간의 개념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단순성의 궁극 원천임을 깨닫고 있다."  (<초공간> p.35)

 

  세계가 3차원이라는 믿음만큼이나 뿌리깊은 상식은 공간이 물질을 담고 있는 일종의 용기(container)라는 생각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수식어는 별이나 원자들의 활동무대 역할이나 하는, 그런 수동적이고 밋밋한 공간(시간도 마찬가지다)을 표현하는 것이다.  공간과 물질을 별개의 것으로 보고, 역동적이고 다양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에 비하면 공간은 텅 비어 움직이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불활성이라고 여겨왔던 것이 과거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초끈 이론을 대표로 하는 초공간 이론들에 따르면, 무한히 복잡한 유형으로 나타나는 물질과 힘들은 실제로는 서로 다른 형태를 갖는 초공간의 진동에 불과하다.  물질 또는 초끈은 시공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공간은 휘어지고 뒤틀리며 여러 차원이 작은 영역 속에 말려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공을 평탄한 점들의 연속체로 여기는 우리의 사고방식마저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시공이 휘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일반상대성 이론)에서도 나타난다.

 

  "아인슈타인은 '물질'을 시공의 꼬임, 진동 혹은 뒤틀림으로 볼 수 있다고 분명히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물질은 공간의 응축된 뒤틀림이었다."  (<초공간>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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