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쟁병기/일반밀리

야간 투시경

21c-park 2007. 6. 27. 10:32

야간 투시경

 

 다른 사람들 혹은 보통의 경우에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내가 또는 무엇인가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신기하고 보람된 일일까. 즉 야간 투시경은 그런 일을 가능케 해 주는 장비 중의 하나다. 지난 6월에 발생한 F-15K 전투기 해상 추락과 관련된 TV뉴스나 신문 지면을 통해 VERTIGO 현상이나 NVG 훈련 같은 단어를 접할 기회가 최소한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NVG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NVG가 야간훈련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도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고, 오히려 일부에서는 NVG 훈련을 ‘위험하다’ 혹은 ‘이런 위험한 것을 꼭 할 필요가 있는가’ 등 오해와 불신을 갖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최초의 교환근무 조종사로 1999년 10월부터 2년 2개월간 알래스카의 아이엘슨(Eielson) 기지에서 미 공군 조종사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한국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로서는 처음으로 미 공군의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NVG 자격을 획득했다.

따라서 NVG에 대해 소개하는 이 글이 몇몇 사람들의 오해를 불식하고 좋은 인식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NVG는 Night Vision Goggles의 약자로 야간 가시 장비로 번역할 수 있다. 따라서 야간 혹은 야간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환경이 조성된 상태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외형은 조종 헬멧에 특수 쌍안경이 달려 있는 형태다. 이처럼 NVG를 착용하고 비행하는 것이 바로 NVG 훈련이다. NVG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영화에서 야간에 은밀히 침투하는 특수부대가 녹색 화면으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게 보인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영화처럼 시야가 넓지 않다는 것이다. 시야각은 FOV(Field Of View)라고 하는데, 장비의 종류에 따라 40°에서 100°정도의 시야각을 가지며, 한국 공군의 장비는 40°의 시야각을 갖고 있다. 시야각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NVG를 착용하면 40°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으로 40°는 거의 주간처럼 볼 수 있고, 나머지 부분은 NVG를 착용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으며, 또 고개를 움직임으로써 모든 부분을 거의 주간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에 주간처럼 볼 수 있는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 장비를 착용하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NVG를 위해 어떤 훈련을 하고 또 어떤 절차를 갖추고 있을까. F-16 계열의 NVG 자격 획득 절차를 예로 들면, 조종사의 비행시간과 숙련도를 고려해 범주를 4, 3, 2, 1로 구분 NVG 자격 획득 훈련에 입과하고 있으며, 이 단계를 이수해야 비로소 스스로 판단해 NVG 사용이 가능한 NVG 요기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NVG를 교육할 수 있는 교관이 될 수 있다.

또 한국 공군의 훈련 수칙은 미 공군 수칙을 그대로 도입해 일부 내용만 보완했기 때문에 미 공군과 운영상 절차에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고난도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NVG의 성능면에서는 미군과 큰 차이가 있을까. 미 공군 전투기는 AN/AVS-9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 공군의 전투기에서는 KO-1 NVG를 사용하지만 성능에는 차이가 없다. NVG의 성능과 훈련 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NVG의 효용성은 어떠한가.

NVG의 효용성으로 야간에 조명이 지원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해상의 표적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로 꼽는데 이는 장점의 극히 일부분이며, NVG 사용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황인식 능력의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행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외에도 수많은 장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VG 운용시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NVG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NVG 운용 경험이 많은 조종사일수록 NVG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공군에 처음으로 NVG가 도입된 것은 98년(A-37 기종, 헬기 제외)으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최근에 항공기 추락으로 NVG가 많이 거론되면서 일부에서 NVG는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7년 만에 처음으로 NVG를 착용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며, NVG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VG가 없는 상태에서의 야간 비행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구나 현대전은 기습 효과와 생존성 증대를 위해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 게 보편적이므로 야간전투를 피할 수도 없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효과적인 장비를 멀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공군에서는 NVG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훈련 내용·지침과 절차를 보완하고 필요한 장비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수많은 조종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문성 향상을 위해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