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미신)이야기

제사 음식을 가져다 잡수시는 신인(神人)

21c-park 2007. 11. 15. 23:35

 

 

 

제사 음식을 가져다 잡수시는 신인(神人)



제사 음식을 가져다 잡수시는 신인(神人)

 

옛날 전라도 산골에 도(道)가  높은 신인이 제자들과 살았는데 날이 궂을 때에는 종종 도깨비를 불러 없는 물건을 가져오라 명하였다.  이 때 도깨비라 부르지 아니하고 다른 여러 이름으로 불렀으나 제자들은 잘 알지 못했다.

 

어느해 동짓달 초이튿날에 신인이 바닥에 막대기로 금을 그으시니 제자가 “무엇 하려고 금을 긋고 보세요?” 하니 “잔나비 오라고 그런다.” 하였다. 제자가 다시 “잔나비는 무엇 하게요?” 하고 여쭈니 “심심하니 여기 없는 것 가지고 오라고 해 보련다.” 하였다.

 

다른 제자가  김덕찬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신이 나서 말하기를 “선생님 덕분에 목 좀 축여야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신인은 “그래라. 실컷 먹고 나중에 배가 터지거든 저 말총으로 꿰매라.” 하고 말하는데  그 찰나에 도깨비들이 나타나며 “바로 왔습니다.” 하고 절을 하매 신인은 도깨비들에게 “왔느냐. 너희들 대장이 어디 있는고?” 하니 그중 몸집이 큰 도깨비가 앞으로 나섰다.

 

신인이 “네가 장수냐?” 하시니 “예.” 하고 대했다.  신인이 다시 “대루(對壘)장수가 누구냐?” 하고 물으니 여기저기서 몇몇이 나서거늘 그들을 향하여 “너희들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 하시니 모두 “예!” 하고 큰 소리로 다짐하였다.

 

신인이 명하기를 “좁은목 오목대가 너희들 구역이지? 오늘 그 밑에 있는 생교골에서 제를 지내니 음식을 다 가져오너라. 내가 먹어야겠다.” 하니 대장 도깨비가 나서며 “드신다면 그렇게 하지요. 보자기 하나만 주십시오.” 하였다.  이에 큰 이불보를 하나 주니 과연 차려 놓은 음식을 모두 싸 오거늘 음식을 나누어 먹은 후에 오른발을 들어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빙 돌리니 도깨비들이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