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3차원 눈’ 으로 외계에서 나를 보다

21c-park 2007. 6. 27. 08:42
‘3차원 눈’ 으로 외계에서 나를 보다

우주서 일개 행성인 지구 보는건
유체이탈 영혼이 자신을 보는 충격
자기객관화 집단기억 없는 한국
자기정체 인식하게할 진공의 대양에
도시락 같은 위성 겨우 몇 개 띄워
좁은 반도로부터 탈출 시작됐다

‘나’는 1차원이다. 여기에 ‘너’가 더해지면 2차원. 이 세계에 나와 너의 의지에 상관없는 ‘그’가 등장하면, 이제 3차원이 된다. 그 입체의 관계망을 인지하며 ‘그’가 존재하는 제트(z) 축 좌표에서 엑스(x) 축의 ‘나’를 멀끔히 대상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자기객관화 능력이다. 지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주 탐사는, 그런 관점에서, 지능이 아니라 지성의 성과다. 인류가 우주 단위에서 자기객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와 이주진 위성사업단장이 대전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안 우주환경 실험동을 둘러보며 내년 하반기 발사를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2호 앞에서 우주개척시대에 달라질 인간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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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로부터)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위성사업단장(기계공학) ·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2호 개발 총괄 책임 · 위성 복합소재 구조물 설계기술 개발(1992~94), 다목적위성 조립·시험기술 개발(94~99)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 · 국내 첫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 창간(1998), 정치·사회·문화의 풍자적 비평 ·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프로그램 ‘저공비행’ 진행 중


     

    인류가 우주 생명체 중 하나로 스스로를 대상화할 수 있게 된 건 사실 채 몇십년 되지 않는다. 우리가 태양이라 명명한 항성(누가 알랴, 다른 은하의 다른 생명체는 그들 하늘에 뜬 그 별을 뭐라 부를지)의 중력권에 구속돼 운행되는, 스스로 지구라 하는 행성에 살고 있다는 간단한 천문학적 팩트조차 실감나지 않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하물며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자면 거쳐야 하는 오르트 구름(태양계 탄생과정의 잔해 얼음덩이들)에 도달하는 데만, 인류가 만든 가장 빠른 이동체인 보이저호의 시속 5만6천㎞ 속도로도 1만년이 걸린다는 수치 앞에서 지구적 규모의 감각들은 전혀 무용지물이다. 단군이 실재했던들 반만년 전이고 예수가 겨우 2천년 전이다. 하지만 이 광대한 태양계도 소속 은하계에선 수천억 개 항성 중 하나고, 그 중심까진 지구에 공룡이 출현한 이래 현재까지를 두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4억4천년 거리며, 우주엔 그런 규모의 은하계가 다시 1400억 개 정도 존재한다. 1400억 개면 은하계 하나가 콩알 만해도 대충 서울 상암경기장을 채울 수치다. 인간이 우주를 지능으로 상대하는 건, 그저 무모하다.

    “외계인 있지만 UFO는 없다”

    ● 대한민국은 이런 우주를 향해 얼마나 나아갔을까. 더 근본적으로, 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실용급 다목적 인공위성 ‘아리랑 2호’ 제작의 총책을 맡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이주진 단장을 만나, 기술 개발의 정도가 아니라 외계인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 먼저 던진 건 그렇게 ‘왜’부터 따지기 위해서였다. 존재한단다. 하지만 유에프오(UFO)는 믿지 않는단다. 이유는. 그냥 슬쩍 왔다 가고 말기엔 너무 엄청난 낭비일 테니. 하하. 그렇겠다. 외계 생명도 그만한 기술 진보를 이루려면 그만한 조직과 예산과 집행구조가 백업 됐겠구나. 냉장고 크기의 박스 하나를 우주에 띄우기 위해 천 억대의 예산을 따내야 하는 책임자의 어깨 위 책임감이 간파하는 실감 나는 관점이다.

    그럼 당신은 인생을 왜 하필 우주를 상대하는 데 쓰기로 했냐 물었다. 자신의 당대엔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상대인데. 한참을 공학자로서 기술적 전망을 이야기하더니 마지막에 가서야 짧게 ‘꿈’을 이야기한다. 국민들 세금으로 개발을 실무 총괄하는 단장에게 당장의 실용이 아니라 철학부터 말하라는 게 정치적으로 무리한 요구였나 보다.

    ● 문뜩 그의 사무실이 특수유리와 특수합금으로 온통 도배된 금속성 공간이 아니라 대학 교수실 같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갑자기 기술이 궁금해졌다. 달에 인간을 보내는 기술적 정밀도를 비유적으로 설명해달라 하니, 서울에서 골프를 쳐서 로스엔젤레스에 홀인원 하는 정도의 난이도란다. 와 닿는다. 그럼 대한민국이 지금 정도의 투자와 기술 발전 속도를 유지할 때 달에 인간을 보낼 수 있기까지 걸릴 최단 시간은 몇 년이냐 물었다. 약 20년. 이건 감이 안 온다. 후진 건가. 대한민국의 우주 관련 기술력은 세계 몇 위권이냐. 10위권.


    △ [큰 이미지 보기]

    사지선다형 세대가 지닌 궁금증 추가로 발동. 아시아 순위는. 일본-중국-인도-한국 그리고 대만 정도. 대만은 부품자립도 10% 정도라 안 쳐준단다. 우린 80% 수준 육박. 아직도 빨갱이로 먹고 사는 정치 속에서 참 장하다 싶다. 그런데 왜 20년이나 더 걸리냐. 비행체 기술 그러니까 인공위성 본체를 만드는 기술은 수준급이나 그걸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이 아직…, 이란다. 발사체 기술 개발이 언발라스하게 지체되는 건 단순히 경제적 이유인가, 혹여 한반도의 군사 외교적 여건도 영향이 있냐. 그건 그렇지만은 않단다. 각국이 국가 기밀로 따지는 전략기술이라 그렇단다. 아마도 유럽사의 대항해 시대에 항해 기술을 다른 국가에 넘겨주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유겠다.

    이 대목에서 내년 11월 발사를 위해 한참 제작 중에 있다는 두 번째 실용급 다목적 인공위성 ‘아리랑 2호’를 직접 보고 싶었다. 신기한 실험실 몇 군데를 지나 거대한 격납고 같은 창고 깊숙히 ‘물건’이 있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 당대 첨단기술의 총화치곤 참 투박하게 생겨먹었다. 만질 수 없는 건 당연하고 그저 1m 이내 접근하려고만 해도 특수 복장에 정전기 방지용 와이어를 연결하는 수선을 떨어야 하는 이 초첨단의 장비가 실제 작동할 공간은 진공이다 보니, 유선형 따윌 고려할 필요 없어 딱 어릴 적 보온도시락 모양이다. 이 도시락이 내년이면 우주에서 한반도를 해상도 1m의 광학 카메라로 찍어댈 터였다. 가격을 물었다. 1600억원. 갑자기 와락 껴안아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대한민국의 우주사업, 그렇게 국가적 재난 직전까지 갔었다.

    ● 한국의 나사(NASA)인데 어째 디스커버리호 같은 대형 우주선 한 대 눈에 안 띄나 하는 앞뒤 없는 시비가, 사실 항우연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걸고 싶었다. 생각보다 옹색하다. 우리네 선조들은 왜 이 좁은 반도에서 탈출하려는 욕구가 그렇게 부족했을까 하던 평소 부화가 다시 은근히 펄떡거렸다. 육지로든 해양으로든 왜 한 번쯤은 제대로 뻗어 나가보지 못하고 그 오랜 세월을 이 비좁은 데서 보냈을까. 중국이 너무 무거운 뚜껑이어서 그랬을까. 덕분에 우리 세계관은 중국과의 2차원 관계에 의해 너무 오랫동안 한계 지어져 왔다. 우린 3차원의 자기객관화를 경험한 집단기억이 없다.




    우린 스스로를 제트 축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다. 우린 세계 속에서 우리가 누군지 상대적 가늠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미국과의 관계만으로 나머지 세계를 바라보는 건 결국 바로 이 무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오리엔탈리즘이 싫어 굳이 인도 황금이란 경제적 동기로만 콜럼버스를 읽더라도, 그 시절 띄운 범선들이 서구인들에게 가져다 준 전지구적 인식 지평의 확대까지 부정할 도린 없다. 그들은 그렇게 몇 백 년 먼저 3차원의 세계인이 됐다.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 계획

    100m 넘는 크기에다 달기지 건설과 유인 화성 탐사의 교두보가 될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 대한민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곧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하겠다는 항우연의 계획은, 그래서 흥미를 넘어선 흥분이다. 또한 그래서, 우주기술은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의 복합체로 신소재, 정보전자 등의 혁신을 주도하고 정보화시대와 국민복지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기술 개발 당위성만으로 우주를 논하고 마는 건 지엽을 넘어 반역사적이다. 우주는 실용을 넘어 외부에 대한 태도와 철학을 결정하게 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위치와 정체를 상대적으로 인식하게 할 ‘진공의 대양’이다. 여기에 우린 이제 겨우 도시락 몇 대 띄웠다.

    귀환한 우주인들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실재하는 행성의 하나로 내려다보는 경험이 유체 이탈하여 자신을 내려다보는 영혼의 경험만큼 충격적이라 말한다. 그 충격을 자의로 먼저 겪지 못한 자들이 겪는 충격, 우린 이미 백 년째 겪고 있다. 적어도 우주시대의 자기객관화에는 뒤지지 말자. 대한민국, 이제 우주로 가자.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



    -사진설명-
    발사전 위성체 실험

    1.진공·열
    우주환경과 같은 진공과 -100~120도 온도에서 한달동안 시험.

    2. 자세제어 센서의 조립각도 측정
    민감한 광학카메라와 자세 센서의 조립 각도를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조정.

    3. 발사진동
    발사 직후 발사체와 분리될 때까지 생기는 진동과 충격에 위성 부품·센서가 견디는지 시험.

    4. 전자파
    전자파 제로(0)환경에서 위성체 전자부품과 위성 시스템의 전자파 영향 측정

    (사진 ; 한국항국우주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