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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공원과 복제인간

21c-park 2007. 6. 27. 08:34
쥬라기공원과 복제인간 (3)
[칼럼] 이종호의 '과학이 만드는 세상'
▲ 8500만 년 전 호박 속의 개미화석, 호박은 나무의 진이 화석화된 것으로 곤충이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호박 속 곤충에서 DNA를 분리하는 것은 실제로 이용되는 방법이다.  ⓒ
〈인간복제의 정확한 의미〉

인간복제의 초점은 살아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죽은 사람까지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을 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한다. 아이러니컬한 이야기이지만, 인간복제란 '제2의 인물'이 탄생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인간 복제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자기 자신을 똑같이 만들어내야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새로운 쌍둥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그대로 복제해야만 진정한 인간 복제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두뇌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어난 이래 자신이 경험하거나 보고들은 기억을 저장하는 일이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똑같은 인간을 수없이 만들어 단순 작업을 하는 일꾼이나 군인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설령 그것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진정한 의미의 인간복제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각각 서로 다른 사고와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아무리 자신을 똑같이 복제하더라도 자신의 기억을 복제된 몸에 이전하지 못하는 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복제인간의 기법은 SF의 단골 주제인 '공간이동'에서 자주 보이는데 그 가능성은 컴퓨터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기존의 복제 연구는 하드웨어, 즉 사람의 몸뚱이를 복제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겉모양만 똑같은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속에 든 소프트웨어와 각종 데이터까지 온전히 옮겨져야 진정한 복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하드웨어인 신체가 망가지면 그 속에 든 소프트웨어, 즉 기억까지도 모두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망가져도 소프트웨어를 빼내 다른 하드웨어에 카피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된다. 인간복제도 이러한 카피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복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기억이다. 신체를 똑같이 복제했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전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우리는 태어날 때 뇌가 이미 '배선이 완료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 뇌세포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놀랍도록 복잡한 설계도에 따라 하나하나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지식이 어떻게 이 촘촘한 조직에 자신의 존재를 아로새길 수 있을까?

▲ 중국에서 발견된 원시깃털을 가진 공룡 중화용조 상상도  ⓒ
기억이 진동하는 루프 안에 저장된다는 가설이 있다. 이것은 뇌 속의 뉴런이 폐쇄된 루프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찰에 의한다. 이 가설에서 기억과 학습은 루프 안에서 전기신호가 순환하거나 진동함으로써 유지된다.

두 번째로는 기억분자설이다. 이에 따르면 기억은 큰 분자에 저장되며 기억을 구성하는 비트 단위의 정보는 작은 분자들 속에 암호화되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성형이론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시냅스에 초점을 맞춘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 혹은 신경세포와 근육 사이의 연접 부위를 가리킨다. 명령과 자극은 화학물질 매개체를 거쳐 전기충격으로 변환된 후 이 시냅스를 통해 이웃하는 세포나 근육으로 전달된다. 그러므로 학습과 기억은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신경계에 스스로를 새긴다는 것이다.

행동과학자들은 기억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순간기억. 이것은 몇 분의 1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이 기억은 사진 같은 것으로 망막을 잠깐 스쳐간 광경을 한순간에 모두 불러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기기억. 이것은 수초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수첩을 펼쳐 다이얼을 돌림과 동시에 사라지는 기억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억이다. 어떤 학자들은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대부분을 불러올 수 없는 기억의 형태로 저장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 뇌의 데이터 저장 능력은 결코 부족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톰프슨에 의하면 우리 뇌에는 500억 개의 세포가 있고 이들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는 우주 전체의 소립자 총수보다도 많다.

뇌에는 두 가지 세포가 있는데 하나는 신경세포이며 또 하나는 글리아세포이다. 신경세포는 기억해야 할 정보의 전달을 맡고 글리아세포는 기억을 저장한다. 신경세포는 말할 것도 없이 세포임에는 틀림없으나 보통 세포와는 달리 핵을 중심에 가진 세포체와 거기서 방사상으로 여러 가닥 뻗친 수상돌기(樹狀突起)라는 긴 축색(軸索)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세포와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가 연락하는 것을 '시냅스'라고 한다. 신경세포가 기억을 저장하면 신경세포의 축색의 지름이 커져 세포체의 표면적이 커지며 수상돌기가 불어나고 시냅스의 결합 역할을 하는 단추가 커지는 등 모양의 변화가 신경세포의 활동에 의해 일어난다.

뉴런은 신경계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이다. 뉴런은 여러 가닥의 짧은 돌기인 수상돌기를 갖는 신경세포와 한 가닥의 긴 축색돌기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세포체에는 핵과 다른 많은 세포 내 소기관들이 들어 있어서 뉴런의 물질대사와 생장에 관계한다. 또한 신경세포체에는 활면소포체와 리보솜이 풍부해서 짙게 염색되는 부분도 들어 있어 이곳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뉴런의 기본구조를 전선과 비교해보자. 핵이 존재하는 신경세포체는 플러그의 몸체와 같고, 콘센트 부분은 자극을 수용하는 수상돌기, 긴 전선은 자극을 전하는 축색돌기에 비유될 수 있다. 구리선을 싸고 있는 피복은 축색돌기를 싸는 수초와 같다.

<기억의 본질은 물질이다>
▲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자신과 똑같은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어야 진정한 복제인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기억과 마음을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
기억은 과거에 배웠거나 경험한 것을 상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어떤 것을 기록하고 유지하여 다시 떠올리는 정신활동을 통틀어 기억이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새로운 기억의 저장은 뇌의 신경세포의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동반한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는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해마(海馬 : 측실상에 있는 두 융기 중의 하나)라는 곳에서 일어난다.

학자들은 기억이 기억물질 때문에 가능하다고 추측한다. 스웨덴의 히덴은 쥐의 뇌를 실험한 결과 RNA가 기억에 관계함을 지적했다. 미국의 앵거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스코트포빈(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물질을 보통의 흰쥐에게 주사한 결과 당장에 어둠을 두려워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었다. 이것은 기억에 관련된 화학물질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다시 말하면 훈련된 쥐의 뇌 속에 훈련 전에는 없었던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째서 기억물질이 생성되는지 그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학자들은 기억물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기억물질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 방법에 관한 한, 이것이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기술에 연결될 우려성은 없다. 이것은 인식에 관한 기억 내용에 관계되는 것으로 태도라든지 신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을 적용하여 도움이 되는 것은 학교교육, 전문 교육, 외상(外傷), 중독, 감염증 등에 의한 기억의 결함이나 또는 기억상실의 경우 등이다. 정보를 취득ㆍ저장ㆍ상기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그 결함을 수복하는 방법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켄델 교수는 '기억의 본질은 추상이 아니라 물질이다'라는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했다. 기억이 일어날 때 신경세포에 물리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전화번호 기억시 일어나는 뇌세포의 변화가 적절한 예이다. 동사무소나 극장 등 한번 듣고 잊어버리는 전화번호의 경우 기억이 저장될 때 신경세포의 막에 달라붙은 단백질이 살짝 변형되는 등 가벼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자기 집 전화번호라면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는 기억에 대한 신호가 세포의 핵에까지 영향을 미처 아예 새롭게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등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 악몽 같은 기억이라면 이미 이처럼 뇌세포 속에 '박혀버린'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 자극이 반복되면 기억력이 강화되며 기억도 다 같은 기억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물질적으로도 확인된 셈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기억력 자체에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계속된 학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이 물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다른 생물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예방주사로 만들어지는 항체도 나름대로 기억을 갖고 있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달라붙어 싸우는 것도 그 한 예이다.

동물에게도 판단과 유사한 행동이 있는데 이 경우 기억력 차이가 판단력 차이를 낳는 것 같다.

강가에 새끼를 낳은 꼬마물떼새의 경우 여우나 오소리 등 해를 끼칠 만한 동물이 오면 용케도 이를 기억하고 부상당한 흉내를 내며 멀리 날아간다. 반면에 소나 양이 걸어오면 이들이 새끼를 밟아 죽일 것으로 판단하고 두 날개를 퍼득이며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 실험에 의하면 플라나리아의 기억 전수가 가능함을 발견했다.   ⓒ
기억의 이식이 가능하다는 실험도 있다.

1950년대 톰슨과 맥코넬은 핵산의 일종으로 유전작용을 하는 RNA가 동물이 학습할수록 신경세포 속에서 불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맥코넬은 플라나리아라는 거머리를 닮은 하등 수생식물에게 빛을 쬐었을 때 특별한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런 다음에 플라나리아를 잘게 썰어 훈련시키지 않은 다른 플라나리아에게 먹였다. 그리고 이 플라나리아에게 전과 같은 훈련을 시켰더니 이전의 경우보다 훨씬 빨리 이 특별한 행동을 익혔다는 것이다.

척추동물의 경우에도 기억의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 즉 전달되는 기억은 개별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학생은 선생님한테서 배우는 것보다 선생님을 먹어 버리는 것이 더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는 농담도 그 후에 나왔다. 선생님들이 남아날까 의심스럽다. 물론 먼 장래에 뛰어난 사람의 뇌세포를 배양하여 거기서 골라낸 상처 없는 기억물질을 희망자의 뇌에 주사하는 기억이식법이 가능하리라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1999년 미국의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 MIT대, 워싱턴대학 유전공학 공동연구팀은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전자를 쥐의 수정란에 주입, 보통 쥐보다 훨씬 지능이 뛰어난 쥐 '두기'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쥐는 두뇌의 연상능력을 제어하는 유전자로 지능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NR2B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이 똑똑한 쥐는 전에 한 번 보았던 레고 장난감의 한 조각을 알아봤고, 물속에 감추어진 받침대의 위치를 찾아내었으며, 가벼운 충격을 받게 되는 경우가 어떤 때인지를 미리 알아차리는 등 다른 쥐들보다 뛰어난 지능을 나타냈다.

학자들은 기억력과 학습능력 또는 IQ의 향상이 유전조작이라는 수단을 통해 가능함을 보였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되면 암기력 위주의 시험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며 대신 학습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주로 시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기억 전수 여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인간복제에 있어 또 한 가지의 걸림돌은 우리들이 ‘마음(정신)’이라고 말하는 것도 복제가 가능한가이다. 우리들은 종종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내 마음이야’,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마음(정신)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문제가 인간복제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이지만 <「공간이동 가능한가(2)」, 사이언스타임스, 2004.11.1>에서 상세하게 다루었으므로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유사 매머드 복제〉
▲ 매머드, 매머드는 멸종했지만 유사한 동물인 코끼리가 있으므로 유사 매머드를 복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
마지막으로 유전학 연구결과를 토대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설명된 것과 같은 공룡의 복제는 과연 가능한지를 알아보자.

우선 호박 속 곤충의 피에서 생물의 DNA를 분리한다는 착상은 매우 현실적이다. 실제로 호박 안에 포착된 식물의 씨나 곤충으로부터 게놈 DNA를 분리한 예들이 많이 있다. 호박은 탄수화물 고분자로서 DNA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으로 1993년 라울 카노 박사는 1억 3500만 년 전에 살았다고 추정되는 곤충으로부터 바구미 이종(異種)의 유전정보를 가진 게놈 DNA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호박 속에 갇혀 있는 흡혈곤충 내장에 공룡의 피가 섞여 있더라도 단 하나의 공룡의 피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흡혈곤충의 내장에 여러 가지 공룡의 피가 섞여 있다면 하나하나의 공룡에 대한 DNA 정보를 분리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그 피가 공룡의 피인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룡의 DNA, 즉 공룡의 DNA 청사진만으로 공룡을 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DNA가 파리나 병아리, 또는 사람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송아지 요리를 하는데 요리 책에 있는 내용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요리 책의 종이 속에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DNA는 단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라는 것을 뜻한다. 공룡의 DNA만 있으면 공룡을 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DNA로 공룡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일단 이해해야 한다.

DNA란 이 모든 과정에 관여해서 매 순간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정해 준다. 일부 DNA 배열, 즉 유전자는 작업과정과 방식을 조절하는 시계, 걸쇠, 작업대, 작업 일정표 등의 역할을 하는 생화학적 도구를 일일이 지정해 준다. 그러나 DNA가 공룡을 만드는 설명서를 한 군데에 모아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공룡을 이루는 형태가 간단하게 하나의 청사진으로 구체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DNA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특정 생물이 특정한 DNA 키트를 만들거나 역으로 특정 DNA가 특정한 생물을 만들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DNA 염기 배열에서 그 배열을 기초로 발생하는 생물의 구조를 구체화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DNA는 스스로 발생을 시작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DNA를 판독하고 그에 따라 작동하는' 도구 상자가 순조롭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도구들은 세포핵을 둘러싸고 있는 알의 다른 부분들에 의해 제공된다. 거의 모든 동물의 발생은 암컷의 난소 속에서 알세포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된다.

따라서 공룡의 DNA 테이프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규격에 맞는 테이프 재생기, 즉 같은 종(種)의 공룡알이 필요하다. DNA는 전체를 만들어 내는 반쪽에 불과한 것이다. 테이프에 맞는 재생기가 없는 상태에서 비디오를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공룡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매머드 복제에 그와 유사한 코끼리가 필요한 것처럼 공룡과 유사한 동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동물도 멸종했다는 점이다. 결국 공룡의 DNA를 다행하게도 얻었다고 해도 그 DNA를 공룡으로 키워줄 수 있는 유사 공룡이 없는 한 공룡을 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공룡의 먼 후손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새이다. 새의 조상이 공룡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증거는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이성규는 새와 공룡의 닮은 점은 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적었다. 먼저 공룡과 새는 사람이 속한 영장류를 제외하고 두 발로 똑바르게 걷는 유일한 동물이다.

새들이 낳는 알은 모두 달걀처럼 타원형인데 비해, 초식공룡을 비롯해 악어나 도마뱀 등 대부분의 파충류는 원형을 알을 낳는다. 하지만 새의 조상으로 지목된 육식 공룡의 알만은 새알과 똑같이 타원형이다. 닭을 잘 관찰하면 파충류인 공룡의 옛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닭다리가 바로 그 부위. 새의 다리에 비늘 같은 피부가 남아 있는 건 예전에 자신이 파충류였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무엇보다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가설이 고생물학자들에게 인정받게 된 결정적인 증거는 깃털 달린 공룡의 발견이다.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면 비늘이 깃털로 바뀌었음을 뜻하는데, 그 중간 단계인 깃털 달린 공룡 중화용조(시노사우롭테릭스)가 1996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굴된 것이다. 중화용조의 깃털은 병아리 솜털과 같은 원시깃털에 불과했지만, 이후 발견된 카우딥테릭스 등은 원시깃털과 함께 새처럼 긴 깃털도 갖고 있었다. 물론 이 공룡들의 깃털은 하늘을 날 수 없는 대칭형이었다.

한편 공룡과 새는 새끼를 돌보는 생태 습성도 무척 닮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파충류는 새끼에게 먹이를 먹여주거나 돌보지 않는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1978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발굴된 공룡의 둥지 화석은 공룡이 새와 같은 습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갓 부화한 공룡과 몸길이 1미터의 아기 공룡 화석이 둥지 안에서 함께 발견된 것이다. 이 화석을 조사한 연구팀은 어미 공룡이 새들처럼 새끼를 정성껏 돌보는 자상한 엄마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 전남 보성에서 발견된 공룡뼈와 공룡알 화석  ⓒ
한국에서도 2004년 10월 전남 보성군 득량면 바닷가에서 국내 최대의 덩어리째 붙어 있는 상태로 발굴된 공룡뼈 화석이 공개되었다. 조사에 참여한 서울대 임종덕 교수는 “이구아나돈에서 진화한 초식공룡 하드로사우루스류로 추정하며 발굴된 공룡은 부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끼 공룡으로 추정하는데, 같은 지층에서 공룡알 둥지도 함께 나왔다. 이 역시 공룡이 성장할 때까지 어미 공룡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셈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6천5백만 년 전에 사라진 공룡과 현대에 살고 있는 조류는 여러 면에서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공룡의 DNA와 조류를 합하여 공룡이 될지는 의문이다. 결국 「쥬라기 공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남극이나 시베리아에 냉동된 채 보존되어 있는 매머드를 살려내는 경우는 공룡의 경우보다 훨씬 쉽다. 매머드와 유사한 코끼리 난자를 생산할 수 있는 호르몬 주입 양생법만 발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매머드의 경우 코끼리의 자궁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적어도 유사 매머드를 만들 수 있다. 그 후 유사 매머드를 계속 교배시켜서 결국 멸종된 매머드와 매우 유사한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복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만약에 인간복제가 성공했을 경우,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는 천재의 유전자 제공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백만장자 로버트 그라함은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를 모아 지적인 여성의 난자와 수정시켜 천재 후손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머리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역시 머리가 좋다는 것을 응용한 계획이었다.

그라함이 발표한 정자은행은 세계적인 찬사와 정자기증자가 줄을 이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그의 정자은행은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고,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정자제공을 포기했다.

더구나 미국 물리학계의 거두로 트랜지스터를 발명하여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의 신원이 밝혀지자 정자은행은 궁지에 몰렸다. 특히 쇼클리는 흑인이 백인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며, 지능이 낮은 사람들은 불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어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1997년 그라함이 죽자 정자은행은 1999년에 폐쇄되었다. 물론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고 정자은행을 찾는 여자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자은행을 통해서 낳은 아이들은 217명이 되었다.

유전자 은행은 성공했을까? 정자은행에서 제공받은 정자를 통해 태어난 30명의 아이들을 취재한 데이비드 플로츠는 간명하게 대답했다. 정답은 실패라는 것이다.

그들 중 몇 명은 보통 아이들보다 뛰어났다. 14세의 샘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뛰어난 육상선수이기도 하다. 조이는 줄곧 A학점만 받았으며, 두 가지 어려운 악기를 능숙하게 다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아주 소수가 평균보다 뛰어날 뿐이며 대부분 매우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더구나 훌륭한 재능을 보인 아이들 중 일부는 극성스런 부모들이 두 살 때부터 피아노레슨을 시키고, 다섯 살 때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결국 플로츠는 일부 뛰어난 아이들의 재능에 대해서도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실패의 교훈은 인간이 배아를 조작하고 설계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 즉 인간들은 그 설계도상의 인간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여하튼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고 소외되며 비인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의 분야'가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인간을 과학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자체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mystery123@korea.com
2004.12.20 15:42
  2004.12.20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