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무 옆을 살랑살랑 날고 있었다. 나비의 황홀한 날갯짓에 정신이 팔린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미끄러졌는데, 마침 그 밑을 지나던 조랑말 등에 떨어졌다. 벌레 때문에 등이 가려워진 조랑말은 꼬리를 휘둘러 벌레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벌레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대신 돌담 위의 작은 돌 하나가 꼬리에 맞아 길옆의 시냇물 위로 날아갔다. 그곳은 썩은 나무들로 시내가 막혀서 작은 여울이 생긴 곳이었는데, 돌이 바로 그 위에 떨어진 것이다. 여울을 만들던 나뭇가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고, 그 바람에 둔치에 있던 자갈들이 쏟아져 개울의 방향을 바꾸고, 산에 쌓여 있던 돌들이 바다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먼 남해바다 속까지 자갈사태가 일어났다. 자갈들이 먼 남해 바다 속의 오래된 휴화산의 증기 구멍을 막았다. 그러자 더 먼바다 속의 거대한 휴화산이 폭발을 일으켰다. 화산 대폭발로 엄청난 양의 마그마와 화산재가 바다 위를 뒤덮었다. 화산재는 햇빛을 차단하고 공기의 흐름을 바꾸어 커다란 기압 차를 일으켰으며 더운 바다 공기와 부딪히면서 무서운 폭풍을 일으켰다.”
나비효과는 지구 한쪽의 자연 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신화에나 등장해야 할 ‘카오스’가 뜬금없이 20세기에 들어 과학계의 화두가 되고, 또 하필 그 많은 곤충 가운데 벌이나 풍뎅이가 아니라 ‘나비’가 선택되었을까? 신화에 파묻혀 있어야 할 카오스가 과학에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자연을 해석하고 그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신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공위성과 컴퓨터의 발달로 힘을 얻은 과학자들은 대기현상을 예측하는 것에 대해 커다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 젊은 기상학자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초기조건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과학자는 MIT의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 그는 대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온과 기압, 기압과 풍속 등을 나타내는 방정식을 만들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타났다. 무시할 만큼 작은 수치의 차이가 전혀 엉뚱한 그래프를 그려놓은 것이다. 0.506127대신 0.516이라고 입력하면 전혀 다른 그래프가 그려졌다. 이로써 무시할 만큼 작은 변수도 기상 현상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로렌츠는 또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를 발견했다. 끌개란 마치 어떤 중심점이 있어서 운동을 일정한 모습으로 이끌어나가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 번 지나간 곳을 다시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반복되지 않는 운동이 전체적으로는 어떤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로렌츠가 발견한 ‘이상한 끌개’는 대기의 운동을 표현한 것인데, 나비의 날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비효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과학의 혜택과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도 여전히 ‘혼돈’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사건들은 우리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바로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순간 한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