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은 조선 인조·숙종 연간의 문신이며 소설가,「구운몽(九雲夢)」은 그가 한문소설을 비판하고 참된 우리 문학은 국문소설이어야 함을 주장하여 실천한 소설이다. 52세 때 쓴 것으로, 민씨(民氏)의 폐비설을 반대하다가 남해로 유배되어 갔을 때 한양에 있는 노모(老母)를 위로하기 위하여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줄거리> 천하에 다섯 명산이 있으니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崇山)으로 이른바 오악(五嶽)이다. 오악 가운데서 형산이 중원(中原)에서 제일 먼데 구의산(九疑山)이 남쪽에 있고, 동정호(洞庭湖)가 북쪽을 지나고 소상강(瀟湘江)이 돌아가 수려하고 맑음이 상쾌하다.
진(晋)나라 때 선녀 위부인(魏夫人)이 옥황상제의 분부를 받들어 선동과 옥녀를 거느리고 이 산을 지키니 이른바 남악 위부인이다. 당나라 때 고승 육관대사(六觀大師)가 서역천축국(西域天竺國)에서 와 형산에 암자를 짓고 거처하며 중생을 가르쳤다. 제자 오륙백 명 가운데 깨친 자 많지 않았으나 성진(性眞)의 총명과 지혜가 돋보이니 대사는 그에게 의발(衣鉢)을 전하고자 하였다.
"내 몸 늙어 나가지 못하니 누가 나를 대신해 수부(水府) 용왕께 사례하고 오겠느냐?"성진이 가겠다고 나서니 대사는 기뻐했다. 성진은 표연히 동정호를 향하여 떠났다. 성진이 떠난 직후 남악 위부인이 보낸 8선녀가 대사에게 보배를 바치니, 대사는 이를 제자들에게 주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8선녀를 후히 대접하여 보냈다.
용왕은 잔치를 열어 대사의 사자 성진을 대접하였다. 성진은 용왕이 권하는 술을 마셨다. 돌아오는 길, 연화봉 밑에 이르니 자못 취기가 얼굴에 올라 어지러움을 느낀다.
"스승이 내 얼굴의 술기를 보시면 어찌 꾸짖지 않으랴?"냇가에서 취한 낯을 씻는데 신기한 향기에 정신이 호탕해진다. 무슨 꽃이 있어 이런 향기가 물을 따라오는가? 향기를 쫓아가니 8선녀가 돌다리 위에 앉아 길을 비키지 않는다.
"소승은 육관대사의 제자로서 용궁에 다녀오는 길이오. 좁은 다리에 보살님들이 앉아 계시니 갈 길이 없습니다. 길을 비켜주십시오.""첩들은 남악산 위부인의 시녀인데 육관대사에 문안하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쉬고 있습니다. 첩들이 먼저 앉았으니 스님은 다른 길로 가십시오.""냇물이 깊고 다른 길은 없는데 어디로 가라 하십니까?""육관대사 제자라면 도를 배웠을 것이니 조그만 시냇물 건너기에 무슨 어려움 있겠기로 아녀자와 더불어 길을 다툽니까?""낭자들의 뜻을 살피건대 행인에게 길 값을 받으려는 것 같습니다. 다른 보화는 없고 마침 여덟 개 명주(明珠)가 있으니, 이것으로 길 값을 드리겠습니다."
성진이 웃으며 말하고 복사꽃 한 가지를 꺾어 팔선녀 앞에 던지니, 꽃이 변하여 여덟 개 명주가 되어 찬란히 빛난다. 8선녀는 한 개씩 챙긴 후 몸을 솟구쳐 구름을 타고 날아간다. 성진은 돌다리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8선녀는 간 곳 없고 향내도 사라졌다.
성진은 8선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아로 태어나 공맹(孔孟)을 읽고, 성군을 섬겨 삼군의 장수가 되고 백관의 어른 되는 한편 여인을 취하여 공명(功名)의 자취를 후세에 전하는 것이 일이거늘, 슬프다 불자의 도는 한 그릇 밥과 한 잔 정화수로 만족하고 수십 권 경문에 백팔염주를 목에 걸고 설법하는 일뿐이다. 탄식하는데 동자가 와서 대사의 부름을 전한다. 성진은 놀라 법당으로 달려간다. 육관대사는 모든 제자를 모아놓고 법연(法筵)에 앉았는데, 몸가짐이 엄숙하고 촛불이 휘황하다.
"성진아, 네 죄를 아느냐?" 대사의 호통에 성진은 섬돌 아래 꿇어앉았다."불공한 일이 없는데 엄히 나무라시니 어찌 감추겠습니까만 죄를 알지는 못하겠습니다."대사는 노하며 꾸짖는다.
"중이 용궁에 가서 술을 마셨으니 그 죄 작지 않고, 또한 8선녀와 수작이 장황했다. 돌아와선 부귀를 꿈꾸며 열반의 경지를 꺼리니 여기 더 머물지 못한다."성진은 용서를 빌었으나 대사는 황건역사를 불러 죄인을 지옥의 염라대왕께 넘겨주도록 명했다.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 보니 8선녀도 잡혀와 있다. 염라대왕은 역사 아홉을 불러 아홉 명을 각각 인간계로 영솔토록 했다.
사자를 따라 지향없이 흘러가다 한 곳에 이르니 바람 소리 멎고 두 발이 땅에 닿으므로 눈을 떠보니 푸른 산이 둘러 있고 잔잔한 시내 흐르는데, 두어 사람이 한가롭게 지껄이고 있다."이곳은 양처사 집. 처사는 네 부친이요 유씨는 네 모친이다. 전생의 인연으로 이 집 아들이 되는 것이니 속히 들어가라." 그때였다. 양처사 부인은 아들을 순산했다.
아이는 소유(少遊)라 이름지어졌다. 나이 열 살에 부친은 떠나고 유씨 슬하에서 자랐다.15세에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갔다. 중도에 시를 읊조리다 우연히 한 절색을 만나니, 이름이 채봉(彩鳳)으로 진 어사(秦御史)의 딸이다. 진소저는 사연을 적어 유모에게 주었다."꽃다운 인연을 맺어 이 몸 의탁할 뜻이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라."
양생도 현혹되어 있던 차에 글을 받으니 마음 기울어져 깊은 사귐 갖고자 한다. 이윽고 양생이 청혼하였으나 모친 유씨가 난색을 표하여 혼인은 연기하고 다시 과거 보러 떠났다.나귀를 몰고 성 안에 들어서니 누각과 정자가 화려하다. 누상에는 소년 서생 십여 명이 미인들과 풍류가 한창이다. 양생이 다가가 인사한다. "생은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풍류 소리에 염치를 돌보지 않고 왔습니다."
좌중이 환영하여 시회(詩會)가 벌어진다. 이날의 꽃은 기생 계섬월(桂蟾月)이었다. 양생이 한번보고 그윽한 정을 느껴 일필휘지하여 섬월에게 바쳤다.
장부와 미인의 연분은 이렇게 시작되니 양생의 첫 여인이 계섬월이다. 섬월의 집에서 한동안 기거하는데, 양생이 진채봉을 못 잊어함을 안 섬월은 새로운 신부 감으로 정사도(鄭司徒)의 딸 경패(瓊貝)를 소개한다. 인연을 맺으니 양생의 두번째 여인이요 정실 부인이다. 양생의 호방함을 안 경패는 시녀 가춘운(賈春雲)이 양생을 흠모하자 또 가까이 두게 한다. 춘운은 양생의 세 번째 여인이 되었다.
한림학사가 된 양소유는 여가를 내어 시골로 가는데 변경에 분란이 생겼다. 임금 앞에 나아가 급히 조서를 내려서 달래되 귀순치 않거든 군사를 내어 치는 게 좋겠다고 아뢴다.천자는 소유로 하여금 경고의 글도 쓰고 직접 가서 타이르도록 하였다. 양 한림이 연나라에 이르러 객사에 묵을 때 기생 섬월이 찾아와 하룻밤을 지냈는데, 아침에 보니 다른 여인이었다. 한림이 물었다. "낭자는 뉘시오?""첩은 파주 사람으로 적경홍(狄驚鴻)입니다. 어렸을 때 계섬월과 의형제를 맺었는데, 어젯밤 섬월이 병이 있어 상공을 못 모시겠다 하여 첩이 외람되이 자리에 있었습니다."어젯밤 섬월로 알았던 것은 착각이었다. 얼굴이 닮았을 뿐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천자께 복명하니 천자께서 자주 옆으로 불러들인다. 하루는 밤늦도록 천자를 모시다가 돌아오는데 문득 퉁소 소리가 아름답다. 난양공주 이소화(李蕭和)의 소리다. 양한림도 옥퉁소를 꺼내어 두어 곡조 불었다. 공주의 피리 소리가 끝나자 청학이 한림원 동산에서 춤을 추니, 사람들은 양한림의 옥퉁소 소리에 학이 춤을 춘다고 전했다.
천자는 이것이 인연이라며 양한림을 난양공주의 배필로 삼았다. 이와 함께 먼저 부인 정경패를 영양공주에 봉하니 양한림은 두 공주를 아내로 둔 몸이 되었다. 이때 토번(吐藩)의 군대가 쳐들어왔다. 천자는 양소유를 원수(元帥)로 하여 출병을 명하였다.
싸움터에서 양 원수 장막에 앉아 병서를 읽는데 홀연 한 여인이 손에 비수를 들고 나타난다. 토번국 찬보(贊普)의 명을 받은 자객이다. 양 원수가 의연하게 대장부가 어찌 죽기를 두려워하겠느냐? 하니 여인은 칼을 던지고 머리를 조아린다. 첩이 어찌 감히 경거망동하겠습니까?"비수를 들고 왔거늘 나를 해치지 않겠다는 것은 웬말이냐?""저는 심요연이온데 자객이 되었지만 사람을 해칠 마음은 없습니다."원수가 다시 보니 얼굴이 이슬에 젖은 해당화 같다. 문득 정이 솟아 깊은 인연을 맺으니 적경홍, 난양공주에 이어 여섯 번째 여인이다.
하루는 진문 밖에 나가니 자태가 아름답고 의복이 산뜻한 여자가 앞으로 나온다."첩은 동정 용왕의 딸 백능파(白凌波)입니다. 전생에 선녀였는데 죄를 범하여 용왕의 딸이 되었으나 필경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귀인의 첩이 되어 부귀 영화를 누리다가 부처님께 돌아가 중이 될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 나와 원수의 군공(軍功)을 돕고자 합니다.""낭자의 말을 들으니 우리는 하늘이 정한 연분이오."원수가 능파를 이끌고 자리에 드니 그 즐거움은 한이 없었다.
양소유는 승상이 되었다. 임금은 양 승상이 첫사랑 진채봉을 못 잊는 것을 알고 어명으로 불러들여 승상부로 보내니 여덟 번째 여인이다. 양승상은 심요연과 백능파가 유난히 산수(山水)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승상부 화원 안 맑은 연못 가운데 정자를 능파의 거처로 삼게 하고 연못 남쪽 옥을 깎아 세운 듯한 산 속의 정자 빙설헌은 요연으로 하여금 거처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용왕 딸인 능파의 신통한 변화술을 보기 원했다. "그것은 전생의 일입니다. 이제는 조화의 힘을 빌려 사람이 되었습니다."
두 공주와 여섯 낭자가 서로 따르고 의지하니 형 같고 아우 같다. 게다가 승상의 애정이 모두에게 똑같이 미치니 온 집안에 화목한 기운이 넘친다. 이는 이들 아홉 사람이 전생으로부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두 공주가 의논을 했다. 두 아내와 여섯 첩의 친숙함이 골육의 형제 같으니 앞으로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말고 호형호제하리라. 두 공주는 여섯 낭자를 설득하여 궁중 깊이 모신 관세음보살 앞에 목욕 재계하고 서약문을 지어 아뢰었다.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 여덟 사람 목욕 재계하고서 관음보살님 앞에 아룁니다. 불경에 '사해 안에 사는 사람은 모두 형제이니라' 하였으니, 저희들 굳게 형제를 맺어 길흉 생사를 같이하려 합니다. 보살님께서 복을 이끌어주시어 백년해로 후 극락세계로 가게 하옵소서."
이후 두 공주가 첩들을 아우로 부르니, 여섯 낭자는 분수를 지켜 감히 형제로 부르지는 못하나 정의는 더욱 두터워졌다. 두 부인과 춘운·섬월·요연·경홍은 아들을, 채봉과 능파는 딸을 낳아 다 잘 길러내니 이 또한 여느 사람들과는 달랐다.
천하는 태평하였다. 백성은 안락하게 살며 농사도 잘 되었다. 승상은 노래와 춤 속에서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유부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니 승상의 슬픔이 말이 아니다.승상은 문득 성하면 쇠하고 가득하면 넘치기 쉽다면서 벼슬에서 물러날 뜻을 아뢰니, 천자는 남문 밖 이궁(離宮)을 승상에게 주고 조칙을 내려 태사(太師) 벼슬을 더 봉하신다.
태사는 날마다 물가에 나가 달빛을 즐기며 석벽을 지날 때면 글을 짓고 소나무 그늘에선 거문고를 타니, 그 복을 사람들은 더 부러워하였다. 그러나 어쩐지 인생의 쓸쓸함을 느낀 태사는 문득 도(道)를 찾아 출가할 생각을 하고 그 뜻을 여인들에게 밝힌다.
"상공의 마음 어찌 하늘이 정하신 바 아니겠습니까? 첩들은 깊은 규중에 거처를 두고 조석으로 부처님 뵈오며 상공께서 밝은 스승 만나 큰 도를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도를 터득하시면 먼저 첩들을 가르쳐주십시오."양 태사는 크게 기뻐하며 내일 떠날 것이니 오늘은 모두 더불어 취하자고 했다.
시녀를 불러 술을 내오게 할 즈음 홀연 지팡이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괴이하게 여기는데 노승 한 분이 다가왔다. 눈이 물결처럼 맑다. 그는 태사에게 절하며 말했다. 태사는 예사 중이 아님을 알아보고 황망히 일어나 답례하며 물었다."대사는 어디서 오셨습니까?""평생 친구를 모르시오? 일찍이 '귀인은 잊기를 잘한다'더니 과연 그렇구려."낯은 익은 듯하나 분명치 않다. 태사는 낭자를 돌아본 뒤 다시 노승에게 말한다."지난날 꿈에 남악(南嶽)에서 늙은 대사가 제자와 더불어 강론하는 것을 보았었는데…"
노승은 박장대소한다. "꿈속에서 한 번 본 것만 기억하고 십 년 동안 같이 살아온 일은 기억 못하시면, 누가 양 승상을 총명타 하겠소?"태사는 당황한다. "저는 15세 이전에는 부모 슬하를 떠나지 않았으며, 16세에 급제하여 이어서 직명을 받으니, 동으로 연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서로 토번을 정복할 때밖엔 경사(京師)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스님과 더불어 십 년을 상종했겠습니까?"
"상공은 아직 춘몽에서 깨어나지 못하였소!"노승의 지적에 양 태사는 묻는다. "어찌하면 소유의 춘몽을 깨우시겠습니까?""그건 어렵지 않소!"노승이 들고 있던 석장으로 돌난간을 두어 번 두드리니 갑자기 네 골짜기에 구름이 일어나 놀이터를 뒤덮는다. 양 태사는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휘말린다.
"어찌하여 정도(正道)로 인도치 아니하고 환술(幻術)로 희롱하십니까?"소유가 소리치며 정신을 차리니 노승도 8낭자도 간 곳이 없다. 자기 몸은 작은 암자 속 포단 위에 앉았는데 향로에 불은 이미 꺼지고 지는 달이 겨우 창가에 비친다.
찬찬히 몸을 돌아보니 백팔염주가 손목에 있고, 머리털은 깎인 것이 틀림없는 화상(和尙)의 모양이지 위엄 있는 승상의 차림새가 아니다. 다만 정신이 황홀할 뿐이다. 그는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제 몸이 연화봉 도량의 행자 성진임을 깨닫는다.
육관대사에게 책망 듣고 지옥에 떨어졌다 인간계에 환생하여 양씨 문중의 아들이 되었다. 과거를 보아 한림학사가 되고, 다시 장수가 되고 재상이 되어 공훈을 세운 뒤 벼슬에서 물러나 두 공주 여섯 낭자와 더불어 여생을 즐긴 것이 다 꿈이었다. 스승이 이런 꿈을 꾸게 하여 인간의 부귀와 남녀의 사귐이 허무한 일임을 알게 한 것이다.
얼른 세수하고 옷가지 정제하여 법당으로 가니 다른 제자는 이미 다 모여 있다. 육관대사가 소리를 높여 묻는다. "성진아, 인간계의 재미가 과연 좋더냐?"성진은 머리를 치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친다. "스승께서 하룻밤 허망한 꿈을 불러 마음에 깨달음을 주셨으니 스승의 깊은 은혜 천만 겁을 지나도 갚을 수 없을 줄 압니다."
육관대사가 경계하였다."네가 '꿈과 세상을 나누어 둘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아직도 꿈을 깨지 못했음이다. 옛날에 장주(莊周)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가, 다시 장주로 화하자 어떤 것이 참인가를 분별치 못했다 했는데, 성진과 소유에 있어 어느 것이 참이고 어느 것이 꿈이냐?""제자 성진, 모든 것이 아득하여 꿈과 참을 분별치 못하였습니다.""금강경의 법으로 네 마음을 깨닫게 하겠다. 잠시 새로 올 제자가 있으니 기다려라."조금 있으니 위부인의 시녀 8선녀가 대사 앞에 나와 합장 배례한다. "저희들 비록 위부인을 모시고 있으나 생각 모자라 인간계의 헛된 꿈을 꾸었습니다. 대사께서는 저희 죄를 사하시고 밝은 가르침을 주십시오.""불법은 깊고 멀다. 큰 역량과 발원이 없다면 이룰 수 없으니 스스로 헤아려 알도록 하라. 너희가 이렇듯 달라질 수 있으니 어찌 감동치 않겠느냐? 백호빛이 누리에 뻗치고, 하늘 꽃이 비같이 내릴지다(白毫光射世界 天花不如亂雨)."
성진과 깨달음을 얻어 정과(正果)를 얻으니, 육관대사는 많은 사람 모아놓고,"내 불법의 전도를 위해 이 나라에 왔는데, 이제야 정법을 전할 사람을 얻었느니라."하고 염주와 바리, 정병(淨甁), 석장(錫杖), 금강경을 성진에게 주고 떠나갔다. 그 후 성진은 연화 도량의 대중을 거느려 크게 교화를 베푸니, 신선과 용신과 사람과 귀신이 한결같이 그를 육관대사와 똑같이 존경하고, 여덟 여승도 성진을 스승으로 섬기며 보살의 대도를 터득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운몽 [九雲夢] (한국문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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