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원두막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1)

21c-park 2009. 5. 25. 17:55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관련 언론사 사설(2009. 05.25)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서거했다.
이와관련하여 각 언론사별 사설을 게재한다. 시국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안목을 갖고자 한다면 수구 언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읽고 진보경향의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을 읽어야 한다. 두 그룹의 론조가 정반대 방향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노 전 대통령이 편히 잠들 수 있게 하자 

정부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國民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례 기간은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이며, 영결식은 29일 거행된다. 유족들 뜻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유해는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안장하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는 것은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현직에서 사거(死去)한 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비롯해 전국의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분향소에선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이 이뤄지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23일 봉하마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부쉈고 한승수 국무총리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김형오 국회의장 등의 조문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이 총재가 탄 차를 향해 달걀과 물병을 집어던졌고, 이 총재는 결국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년에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과 맞섰던 정동영 의원도 '배신자'라는 비난 속에 조문을 못하고 돌아갔다가 24일 다시 빈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지지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조문하러 온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 친소(親疏) 관계를 따져가며 조문을 막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은 고인의 뜻과 어긋나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었거나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과 맞섰던 사람들 역시 너무나 뜻밖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러 찾아온 사람들이다.

노사모 소속 회원들은 KBS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때 KBS 중계차를 내쫓기도 하고, 기자들에게 심문하듯 소속 회사를 물으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 또한 경우에 어긋난 행동이다. 노사모가 장례기간에 자원봉사 역할을 맡기로 했다면 그에 걸맞은 예의를 갖춰야 한다. 일부 분향소에서 '이명박 정부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 역시 조문(弔問)의 본뜻을 벗어나는 행동이다.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를 통해 권력과 명예의 부침(浮沈)이 얼마나 허망하고 그걸 쫓으며 증오와 갈등을 엮어내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유서에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죽음이 또 다른 정치적 혼란이나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국민 사이에 대립과 분열이 격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뜻밖의 죽음을 통해 한편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지난 50년간 짊어지고 온 업(業)의 사슬을 여기서 반드시 끊고 말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지면서 다른 한편으론 고인이 이 땅에서 누리지 못했던 평온한 잠의 복락(福樂)을 저세상에선 누릴 수 있도록 기구(祈求)하는 것은 남은 사람의 도리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 장례가 다시 편을 가르고 손가락질하는 부대낌의 장(場)이 아니라 서로 상대의 상처를 되돌아보고 그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보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중앙일보>

 

진정 어린 애도 속에서 차분하게 국민장 치르자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고향 봉하마을에선 장삼이사(張三李四) 국민이 2㎞ 이상을 걸어 문상(問喪)하고 있다. 서울 중심가의 분향소에도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조문하고 있다. 어제는 전국의 교회·성당·사찰에서 많은 국민이 노 전 대통령의 안식과 유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조문에는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 여야, 보수·진보, 친노·비노가 따로 없다.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대표적인 정적(政敵)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그의 지지 모임인 박사모는 회장 성명에서 “이념과 노선이 달라 임기 내내 (노 전 대통령과) 투쟁했지만 긴 역사의 시각으로 볼 때 나름대로 큰 존재 의미가 있었던 대통령”이라고 추모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봉하마을의 빈소를 직접 찾을 것이라고 한다. 7일간의 국민장이 지나면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의 유언대로 고향에 묻힐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지금은 많은 국민이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하루하루 힘든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남북관계 경색을 비롯해 노사갈등, 비정규직 문제, 여야의 입법전쟁, 강경노조의 물리적 투쟁 등 사회 여러 부문에서 갈등이 분출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이가 불안하고 가슴에 썰렁한 바람이 부는 와중에 1년여 전까지 국가를 책임졌던 전직 국가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보통의 충격과 우려가 아닌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번 사건을 슬기롭게 마무리 짓고 안정과 발전을 다져나가는 것은 역사의 전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우리 사회는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최대의 예우를 갖춰 노 전 대통령을 안장(安葬)해야 한다. 그러곤 그가 남긴 공과(功過)의 유산을 차분하게 정리해, 이어갈 것은 이어가고 고칠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계승이며 사회의 연속성이다.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난한 작업을 제대로 해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차분함과 냉정이다. 노 전 대통령은 “아무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서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다고 해서, 구체적인 정책과 사안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다고 해서 특정 세력이나 인물을 이런 전(全) 사회적인 작업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화합과 전진에 반하는 것이다.

분명한 근거 없이 ‘검찰 책임론’을 몰아붙이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당했던 언론의 비판을 감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어떤 인물과 집단의 문상을 막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서울 분향소에는 일부 시민이 거리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는데 이는 차분한 문상이 아니다. 봉하마을의 빈소에서 대통령 조화를 훼손한 건 잘못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갈등의 해소에도 맞지 않거니와 노 전 대통령의 유지(遺志)와도 상충된다. 앞으로 특정 세력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과격한 공세나 집회를 기획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처사고, 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다. 많은 국민이 조문 행렬에 동참하는 건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함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갈등을 확대해선 안 된다는 조용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의 유가족은 정부의 국민장 제안을 받아들였다. 국민장은 말 그대로 전 국민이 슬픔을 공유하고 애도를 표하며 망자(亡者)를 편하게 보내는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백범 김구 선생과 최규하 전 대통령 등이 국민장의 예우 속에서 안식을 찾아 떠났다. 국민장은 장례라는 마감이지만 화합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남은 장례기간 사회 여러 세력은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국가원수 노무현’이 남긴 5년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가 고뇌 어린 죽음으로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숙고해보자. 노 전 대통령을 잃고 한국 사회가 더욱더 갈등과 분열에 빠져든다면 전직 국가원수보다 더 큰 것을 잃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에 세계인이 한국을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성숙도가 시험에 들고 있다. 성숙하고 화합적인 분위기에서, 전 국민의 진정 어린 애도 속에서 차분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자.

 

 <동아일보>

 國民葬엄수되도록 각계 협조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7일간의 국민장으로 결정됐다. 정부가 유족 측에 국민장을 제의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키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가족장을 원했던 유족과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이를 받아들인 것도 그런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이건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이건 이런 뜻을 헤아려 국민장이 무사히 엄수(嚴修)되도록 하고, 이것이 국가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서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성숙한 국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빈소 주변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보이는 과격한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조문하려다 이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조문은커녕 물벼락이나 계란세례를 받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헛걸음을 했고,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마저도 첫날 조문을 저지당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조화도 짓밟혔다. 문명국가, 성숙된 사회, 선진화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조문객을 축객(逐客)하고 조화에 발길질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추모게시판 등을 이용해 ‘정치적 타살’이니, ‘제2의 촛불’이니 운운하면서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도 옳지 않다. 지각 있는 국민이라면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사회혼란 조성의 기회로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에 공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탄할 것이다. 일부 세력이 각계의 조의(弔意)를 왜곡해 또다시 편을 가르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면 다수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듯이, 진정 고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분하기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 분열을 조장해서도 안 되고, 일부 사회세력이 이를 부추겨서도 안 된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한 나라의 국민 수준은 그 나라의 정치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남을 탓하지 말고 서로 자기를 돌아보면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계기로 만들어가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경향신문>

 이명박 정권, 분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그동안 억눌렸던 국민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찾았던 총리 일행의 정부 추모단은 마을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는 내팽개쳐졌다. 거물 정치인들은 빈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쫓겨났고, 민주당 의원들마저 냉대를 받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추모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추모키로 했지만 현지 분위기를 우려해 구체적 시기와 절차, 방식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한다.

봉하마을에서 서울의 덕수궁 대한문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의 분향소에는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모객 상당수의 심중에는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강퍅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치와 정의의 구현이라기보다 ‘정치 검찰’의 실상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비판을 샀다. 어제 대한문 앞에서 추모하던 40대 여성은 끝이 보이지 않은 행렬을 가리키며 “감동적이라기보다 무섭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마음속엔 울분 이상의 무엇이 이글거리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도 했다. 고인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이고 차례를 기다리는 추모 행렬에서 “고통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던 고인의 절망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가짐이 헤아려진다.

이 거대한 애도의 물결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우리는 고인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집권세력은 정권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의 애도에는 독선과 오만으로 일방 독주한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저항의 성격이 담겨 있지 않은가. 이 정권은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앞선 정권들의 모든 업적과 가치는 물론 민주주의마저 송두리째 묻어버리려 했다. 생존권을 외치던 서민들은 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혔고, 재갈물린 친여 언론은 정권 칭송으로 입에 침이 말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심지어 사법부마저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불과 1년여 만에 더는 피할 수 없는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정권은 독재를 향해 역주행하고 있다.

이 정권은 깊은 애도 속에 숨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유족들을 설득해 국민장을 치르기로 했다고 해서 할 바를 다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이를 위해선 부자들만을 바라보는 외눈박이식 국정운영부터 대전환해야 한다. 그들의 가슴속에 진정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추모 행렬의 숫자나 헤아리며 다수의 생각을 운운할 처지가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임채진 검찰총장 사퇴론은 뭘 의미하는가. 이러한 흐름은 언제든지 현 정권의 책임론으로 불붙을 수 있다.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막은 채 오불관언으로 일관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정권의 몫이다.

 

 <한겨레신문>

 

 ‘추모 민심’의 본질을 직시하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뿐 아니다. 슬픔에 겨운 흐느낌과 호곡은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환하게 웃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울먹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처연하다.

추모 열기는 단순히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한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연민의 표시만은 아닌 듯하다. 그 속에는 이런 비극을 불러온 이 땅의 현실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깃들어 있다. 추모 행렬에 끼어 있는 이름없는 시민들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보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는 분명히 기득권층의 오만과 부패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섰던 사람이었다.” 기득권층이 득세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뒷전으로 물러나는 현실,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권력이 오만하게 독주하는 상황 속에서 켜켜이 쌓인 반감과 울분이 통곡과 오열 속에는 녹아 있다. 지난해 ‘촛불’이 단순히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공포심의 발로만이 아니었듯이, 추모 행렬의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 역시 매우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많은 것도, 지금이 후세에 중요하게 기록될 역사의 한순간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추모 민심이 이런데도 경찰은 오히려 추모 행렬을 막기에만 급급하는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분향소 부근 도로에 겹겹이 차벽을 치고 시민들을 통제하는 것도 모자라 근처에 물대포까지 대기시켜 놓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중한 예우’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보수언론 등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사태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국민 분열의 재료로 이용하려는 책동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따위가 그것이다. 과거에도 수없이 들어봤던 상투적인 훈계가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충격의 강도만큼이나 작지 않은 소용돌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그 후폭풍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긴장과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그 소용돌이를 소모적으로 흘러가게 할 게 아니라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보다 현 집권층에 있다. 물론 야권도 이를 정쟁의 ‘호재’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되지만, 현 사태를 풀어나갈 궁극적 책무는 정부여당의 몫이다.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내는 것은 물론, 정권의 시녀로 되돌아간 검찰의 개혁, 소외된 이웃을 보듬어 무너진 공동체를 일으켜세우는 작업 등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던진 과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현 집권층은 우선 추모 민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빈소에 조문이나 하고, 조화나 보낸 뒤 시일이 흘러 추모 열기가 식기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제2의 촛불’로 번질까 두려워 시민들의 추모 행사를 불법 집회로 몰아 통제하고 나선다면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분향소 앞에 늘어선 시민들의 육성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처음부터 정치보복 냄새 진동했던 노무현 사건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에 나오는 이 두 줄에서 그가 퇴임 뒤에 겪어야 했던 압박과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헤아려 볼 수 있다. 그 핵심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한 권력비리 의혹 사건이 있다. 이 사건으로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은 사실상 폐족되는 멸문지화를 당했고,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정을 맞았다.

비리가 먼저 있고 징벌이 뒤따르는 것이 상례이지만, 박씨 사건은 철저하게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무현 제압하기’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권력기관이 일제히 나서 십자포화를 날리는 식으로 사태가 전개된 것이다. 시중에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평가가 파다한 것도 국세청과 검찰 등 권력기관이 박씨 사건과 관련해 벌인 ‘이상한’ 행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박씨 사건에는 이른바 3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이 모두 관여했다. 먼저 국세청은 지난해 7월 연매출 3000억원대의 지방 중견기업인 태광실업에 심층·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해 넉달간이나 먼지털기식 조사를 벌였다. 연임을 노리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여기서 포착된 노 전 대통령 쪽과 박씨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다음번에 나선 것은 검찰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인원을 거의 갑절로 늘리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혐의를 미주알고주알 뒤로 흘리면서 노 전 대통령 쪽을 압박했다. 언론을 매개로 한 공방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정원도 빠지지 않았다.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박씨로부터 억대의 고급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흘리며 노 전 대통령 망신 주기 대열에 가담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현상으로 볼 때, 이들 기관의 움직임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부의 뜻과 무관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죄보다 사람을 미워한’ 현 정권이 만들어낸 최대의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기관을 앞세운 정치보복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과제이다.

 

조문까지 막아선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정해졌다. 국민이 뽑은 국가지도자이고,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 속에서 고인을 기리는 분위기이니 당연한 결정이다. 국민 모두가 고인을 기억하며 무엇 때문에 이런 참변이 빚어졌는지 돌아볼 수도 있게 됐다.

고인을 오랫동안 아끼고 지지했던 이들 중 상당수는 그럼에도 차마 용납하지 못할 일이 있다는 심경인 듯하다. 고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고초와 핍박이 누구의 짓인지 따져묻겠다는 격앙된 감정도 엿보인다. 고인과 그의 뜻이 모욕당하는 동안 모른체했던 이들에 대한 배신감도 클 것이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이나 봉하마을 주민들이 몇몇 정치인들과 정부 인사의 조문을 가로막고 분노를 드러낸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심정은 이해되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만의 ‘노짱’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었다. 슬픔과 아쉬움, 회한이 한두 사람의 것도 아니다. 그를 핍박했거나 저버린 이들일지라도 내칠 게 아니라 그의 영전에 서서 고인의 명복을 빌도록 하는 게 옳다. 조문객을 선별하고 일부 인사의 조문을 막는 게 한순간의 화풀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고인을 기리는 성숙한 자세는 아니다. 그런 배타적 행동은 국민적 조문 분위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노 전 대통령을 함께 기리며 그가 품었던 뜻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할 때다. 그러자면 누구든 먼저 고인 앞에서 옷깃을 여미도록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일보>

 

화합과 관용 지향해야 할 '노무현 국민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돌연한 서거에 온 국민이 충격과 비탄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ㆍ현직 대통령의 수난으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에 또다시 비극적이고 불행한 역사가 추가된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서거 이틀째인 어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과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애도와 추모의 행렬이 이어졌다.

감당키 어려운 슬픔을 당한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이번의 비극적 사건은 국민 모두의 가슴에 큰 상처와 아픔을 안겼다. 많은 국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후유증을 겪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국민들의 깊은 상처와 충격을 어루만지고 치유할 위로의 말과 화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의 가치와 정신 기억하고 이어가야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평생 지키고 추구해온 가치와 원칙이 속절 없이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의욕을 상실했을 것이다. 가족과 친지, 측근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통해 자신을 죄어오는 검찰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도 매우 컸을 법 하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면서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한 유서에서 그의 깊고 절절한 절망과 고통을 읽을 수 있다.

그는 한 시대를 앞장서 개척하고 시대정신을 대표한 정치인이었다.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직한 정치인생과 삶이 국민들에게 인정 받아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었다. 민주화와 인권, 기득권 구조의 타파를 통한 평등과 기회의 확대, 남북 화해공존 등 그가 이뤄낸 성과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비록 거친 어법과 서툰 추진 방법으로 적지 않은 반발을 부르기도 했지만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에 추구한 가치와 업적은 그 그림자와 함께 기억하고 이어갈 필요가 있다.

 

퇴임 후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간 전직 대통령으로서 고향 마을에서 농촌의 희망을 찾겠다는 꿈이 무산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밀짚모자를 쓰고 주변 하천 정리에 나서던 것이나 자전거에 매단 수레에 어린 손녀를 태우고 마을을 달리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일상은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 소박한 꿈을 좌절시킨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되풀이 되어온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한다. 비약과 과장이 섞인 주장이긴 하지만 전 정부에 대한 지나친 부정과 차별화가 전ㆍ현 정권 간의 갈등과 마찰을 불렀고, 결국 노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로 이어지는 한 배경이 됐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증오와 분노, 가벼움과 경박함이 바로 직전 대통령을 아득한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대립과 갈등의 소재로 이용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 비극의 충격과 상처를 잘못 건드리면 국가적으로 더 큰 불행을 불러오게 된다.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진영이나 격렬하게 반대했던 측이 다 같이 유념하고 명심해야 할 일이다.

모두가 자제하며 극복해가야 할 불행

그럼에도 일부 인사들의 거칠고 황당한 주장이 여과 없이 인터넷에 떠돌아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일부 측근 인사나 열렬 지지자들이 분노에 차 쏟아내는 비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가적 국민적 불행한 사태 앞에서 모두가 자제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야 한다.

정부가 유족과 협의해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의 정을 표시하고 용서와 화합, 관용을 지향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최대한의 예우로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봉하마을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은 정부여당 인사들이 노사모 등 일부 지지자들의 저지로 분향과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그들의 충격과 비통한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국민적 의례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만큼 누구든 애도를 표시하고 분향하려 한다면 허용해야 마땅하다. 국민장을 치르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며, 이는 결코 노 전 대통령도 원치 않을 것이다.

미묘하고 민감한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도 중요하다. 그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저지한 것은 매우 미숙한 대처였다. 격앙된 지지자들의 불법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탓이겠지만 질서있게 분향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검찰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박연차 게이트의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조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하다지만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ㆍ인척 비리 근절 방법도 모색을

이번 비극의 시발인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와 부패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부정한 청탁과 비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실패한 셈이 됐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 비리가 정권마다 되풀이되고, 그들이 평범하게 삶을 영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구조와 풍토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도 여기서 잉태되었다고 봐야 한다. 절대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대통령제의 보완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서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서민생활이 크게 위협 받고있다. 노 전 대통령이 열정을 갖고 추진했던 남북관계 개선도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불행한 일이 이런 난국 극복에 어려움을 초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충격과 비탄에 머무르지 않고 그 같은 다짐을 굳게 할 때만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만 고인도 우리의 곁을 마음 편하게 떠나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노 前대통령 추모, 사회분열 빌미 안돼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지게 됐다. 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추모열기의 한편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대두된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라는 권력형 비리 수사의 막바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후 어떤 형태로든 사회 분열과 반목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가 시위로 번지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확고한 상태에서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촛불사태에 버금가는 후폭풍의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행사가 5월말∼6월초로 예정된 노동계의 대형 집회와 맞물리면 대규모 시위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우리는 너무나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어떤 이유에서도 이런 불행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깊은 충격에 빠진 것은 이해하지만 현 정부와 정치권, 검찰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거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정쟁을 격화시킬 가능성도 우려된다. 당장 미디어법 처리가 예정돼 있는 6월 임시 국회가 영향권에 있다. 이번 서거 책임을 두고 법안 처리 과정이나 임시국회 전반에서 여야간 격한 대립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강력한 국정운영을 펴는 데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기업 구조조정, 4대강 살리기, 교육개혁 등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상적 국가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장으로 거행될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져야 한다.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를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지하게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며 험한 세상을 등진 고인에 대한 예의이며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는 길이다.

전직 대통령 비운의 역사 고리를 끊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온 국민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에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까지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도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충격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유가족에 삼가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뒤 봉화산에서 바위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지키려 했던 것은 도덕성과 자존심이었던 듯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여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의 멍에를 짊어지고 살기에는 63세라는 노 전 대통령의 나이가 젊었을지 모른다.

형에 이어 부인, 아들, 딸까지 모두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진실 여부를 떠나 밤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의 심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유서에서 ‘앞으로 받을 고통이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대목은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심적 고통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도덕성을 정치 밑천이자 상징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탈권위주의를 몸으로 실천했고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인색할 국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기업체 사장을 죽음으로 몰고갈 정도로 거침없고 거친 표현으로 민주주의를 한단계 성숙시킨 자신의 업적을 희석시켰던 측면도 있다. 링컨을 닮고자 했으면서도 링컨식 국민 화합보다는 승부사적인 편가르기를 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갑작스럽게 잃은 우리의 아픔과 슬픔은 너무나 크다. 전직 대통령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대통령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가 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제언해 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원로다. 그런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냈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고, 국민적인 불행이다.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우리가 할 일은 수난과 비운의 전직 대통령 역사 고리를 단절시키는 일이다. 이제는 전직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들이 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사회적인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박연차 수사와 관련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관련된 부분은 수사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천신일씨 등 다른 권력 비리는 끝까지 파헤쳐 비리척결의 귀감을 삼아야 한다.

땅콩농장 농부와 빈농의 아들, 고집스러운 점, 인권 관심 등에서 닮은 꼴로 미국의 지미 카터와 노 전 대통령은 화제를 모았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환경운동도 카터의 해비탯 운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카터는 백악관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의회에 나가 에너지 문제에 고견을 낼 정도로 존경받고 있다.

우리는 왜 카터와 같은 전직 대통령을 갖지 못하는지, 우리 사회의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냉철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큰 일이 있을 때 고견을 내놓을 수 있고, 국민들이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민적인 과제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역사의 불행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너무나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다. 있을 수 없고 믿어지지도 않는 일이다. 놀랍다는 말 외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는 마음을 어떻게 달리 표현할까.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뒤 봉화산을 등산하다 바위 아래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퇴임한 지 1년 3개월만에 접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국민 모두의 슬픔이자 역사의 불행이다.

 

63세를 일기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 빈농의 아들에서, 노동현장의 민주투사, 인권변호사,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을 지낸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냈다. 소외받는 노동자와 학생의 편에 서서 군사정권에 항거한 인권변호사였고, 민주투사였다. 초선의원이던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패를 던졌던 청문회 스타였지만 고향인 부산에서 야당 후보 출마를 고집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승부사적인 기질과 도덕성 때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국회의 탄핵 소추를 당하는 고난도 겪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은 퇴임 1년 2개월여 만인 지난달 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여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부인과 아들·딸이 모두 비리 연루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되었다. 특히 미국 뉴욕 아파트 구입 의혹이 최근에 새롭게 제기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받았을 심적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자신의 홈페이지에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면서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도덕성을 최대의 장점이자 상징으로 자부하던 노 전 대통령은 이미지 실추가 인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남긴 유서에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고 했다. 도덕성 추락과 자신에게 쏟아지는 곱지 않은 눈길과 손가락질로 인해 받았을 인간적인 고뇌와 심정이 전해진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받은 심적 고통을 아무리 백번 이해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원로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는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퇴임 후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던 꿈을 이루지 못한 점도 아쉽다.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시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은 우리 정치사의 비극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수난과 비운의 역사에 허덕였고, 비리와 부패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고,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아들이 구속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종결을 선언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의 혐의와 의혹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이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행여 우리 사회가 겪을지도 모를 분열과 반목을 우리는 경계한다. 우리 사회와 온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데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정부적이고 사회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장례가 치러져야 한다. 정부는 이미 노 전 대통령 장례절차 협의 등에 들어갔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장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치러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에게는 깊은 위로를 전한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슬픔과 아픔도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5·29 국민장…차분한 이성, 국민통합 계기로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의 5·23 서거는 한국 민주주의에 새로운 시련과 도전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국민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로 삼게 될 것인가. 역사적 비극으로 헌정사에 기록될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대한민국은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5·29 국민장이 반목과 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국민,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단체가 견지해야 할 5가지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5·29 국민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국민적 충격과 애통함을 극복하고 이성(理性)의 의미를 되새기며 애도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정부의 헌신적인 협력,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노력, 시민사회단체의 성숙한 인식과 자세가 요망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적 위기 때마다 강인한 극복력·인내력·결집력을 발휘했던 역사적 경험들을 갖고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성력(理性力)’으로 위기를 새로운 안정과 도약의 계기로 기민하게 활용하는 저력도 과시했다. 그런 저력으로 건국→산업화→민주화의 고된 역정을 헤쳐나온 결과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대한민국 국민은 저력이 있다. 차분한 이성력으로 5·29 국민장을 국민적 애도의 장(場)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이념적으로 좌든 우든, 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든 반대세력이든 이념적 갈등과 반목의 심화 가능성을 철저히 경계하는 자세와 인식이 절실하다. 자극적이고 경박한 언행으로 이념적 간극과 괴리를 더 넓고 깊게 만들어 국민의 마음 속에 또다른 상처를 남기는 것은 결코 고인(故人)의 뜻이 아닐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사회적으로 악용해 사회적 분란을 증폭시키는 것도 고인이 바란 바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빈소와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서의 조문은 질서있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정치·사회 지도층,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민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심정으로 이념적 대결을 불러오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민주주의를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 시민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직시하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국 민주주의가 한 치라도 흔들리거나, 한발짝이라도 후퇴하는 모습을 연출해서는 안되며,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요청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손에 의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22년 동안 한국 민주주의는 괄목할 만한 성장과 공고화(鞏固化) 과정을 거쳐왔으나 여전히 제도적·정치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다시는 불행한 전직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이 뼈아픈 국민적 공감대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전적으로 국민 역량에 달렸다. 대한민국 국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확신이다.

넷째, 노 전 대통령 개인과 재임 시절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역사와 후대에 맡기는 것이 국가적으로 옳은 선택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큰 충격파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자칫 성급한 평가는 감정적 대결의 골만 깊게 만들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학문적 조건과 환경도 형성돼 있지 않다. 1979년 10월26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직후 성급하고도 무질서하게 진행된 ‘박정희 평가 작업’이 객관적 평가는 고사하고 얼마나 국민적 상처를 깊게 했는지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국민통합을 위한 역사적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대한민국에 던진 책무는 분열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통합이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민족적 비극인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나눠지는 것은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민족적 불행 아닌가. 세계사에서 ‘통합 국가’가 아닌 나라가 성공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는 국민, 정치권, 사회 제세력 모두 ‘통합 국가’라는 국가개념을 통찰해야 할 당위(當爲)가 엄숙히 놓여 있다. 통합과 단합의 새 출발을 다져야 할 때다. 지역과 이념의 벽을 허물고 하나로 통합하고 단합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삼았다는 ‘민주주의 교과서’를 후대에 남겨줘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시련과 도전의 연속 속에서 약진해왔다. 거듭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 '바보'를 추모하며 구 서울역사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출처 : 외신기자들, 트위터로 노 전 대통령 애도 - 오마이뉴스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노무현 前 대통령 유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