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맹꽁이의 계절 / 조홍섭

21c-park 2006. 7. 14. 08:26

 

 

 

 

 

 

산개구리가 봄을 알린다면 맹꽁이는 장마철을 알린다.

요즘 빗물이 고인 웅덩이나 연못에 가면, 운이 좋으면 ‘맹~꽁~’ 하는 코맹맹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금개구리와 함께 법정 보호종이기도 하지만, 맹꽁이 자체가 워낙 얼굴 보기 힘든 종이다. 3~4월 겨울잠에서 깨 잠시 주린 배를 채운 뒤 곧 땅을 파고 들어갔다가 장마철이 되어서야 짝짓기를 하려고 나온다.

 

주로 일시적인 웅덩이에 알을 낳아서인지 올챙이는 조건만 좋으면 12일이면 성체로 탈바꿈한다. 그리고는 가을이 되기 무섭게 땅속으로 들어가 반년에 걸친 겨울잠을 잔다. 사실 맹꽁이는 땅속동물에 가깝다.

 

 

지구에서 3억년 동안 살아온 척추동물의 한 무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맹꽁이를 포함한 양서류가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서류 전문가 50명이 오늘 발간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이례적인 성명을 냈다. 양서류가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온세계 양서류 5743종 가운데 32.5%가 멸종위험에 놓였으며, 1980년 이후 122종이 이미 사라졌다. 이들은 ‘양서류 생존 연합’을 결성해 기후변화와 질병 영향을 조사하고 인공증식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물에서 번식하고 땅에서 살아가는 양서류는 물과 뭍이 모두 건강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호흡을 하는 축축한 피부는 병균이나 화학물질의 침투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양서류는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환경오염과 파괴를 예고한다. 우리나라 양서류 18종 가운데 잡아선 안 되는 보호종이 12종에 이른다.

우리 환경이 어떤 상태인지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혹시 운이 좋아 맹꽁이 소리를 듣는다면 아이에게 울음소리의 비밀을 들려주자. 맹꽁이는 결코 혼자 ‘맹~꽁~’ 하고 울지 않는다. ‘맹~’ 하고 우는 것과 ‘꽁~’ 하고 우는 것이 있을 뿐이다. 코를 손가락으로 쥐고 ‘맹~’ 하면 ‘꽁~’으로 받아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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