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미군부의 CIA 장악

21c-park 2006. 7. 4. 07:40
 

첩보기관에 관한 한 미국은 ‘군사정권 체제’로 전환했다. 연방정부의 첩보기관 15곳 가운데 주요 8곳의 책임자가 군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 5월 말 새로 임명된 마이클 헤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현역 공군 대장이다. 그 결과 중앙정보국을 비롯한 미국 첩보기관들의 운영은 펜타곤으로 불리는 국방부가 좌지우지하게 됐다.

 

 

1947년 창설된 중앙정보국의 몰락은 2001년 9·11 테러와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가속화했다. 중앙정보국의 부실한 첩보 활동 탓에 테러를 막을 수 없었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조지 테닛 국장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알카에다의 미국 공격 가능성을 보고했다는 사실은 이목을 끌지 못했다.

 

이어 이라크 침공을 둘러싼 백악관·국방부와 중앙정보국의 전면전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주장했던 백악관·국방부가 완승을 거두었다. 중앙정보국 쪽은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도청을 언론에 흘리는 등 필사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중앙정보국 무력화 작업이 뒤따랐다.

 

 

백악관은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해 중앙정보국장의 대통령 일일브리핑 권한을 국가정보국장에게 넘겼다. 초대 국가정보국장에는 네오콘 계열의 매파로서 1980년대부터 국방부의 비밀공작을 수행해온 존 네그로폰테가 임명됐다.

 

 

헤이든 중앙정보국장은 네그로폰테 휘하에서 국가정보국 부국장으로 일한 인물이다. 국방부가 중앙정부국을 사실상 접수한 셈이다. 이후 중앙정보국은 독자적 첩보분석 기능이 정지되고 백악관과 국방부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생산하는 꼭두각시 첩보기관으로 전락했다.

 

 

미국 첩보기관의 국방부 종속화는 국제분쟁 때 군사적 해결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매파들이 미국 세계전략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결과를 부른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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