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원두막

바다 이야기

21c-park 2006. 9. 9. 18:31

 


 아 - 바다 이야기

 

 

 

 

 

정말 ‘도박 공화국’을 만들 셈인가

 

도심은 물론 달동네와 시골 읍내까지 성인오락실이 넘쳐난다. 멀쩡한 가장과 주부들이 생업을 내팽개치고 오락기 앞에서 대박을 꿈꾼다. 업주들은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이를 부추기고, 엄청난 수익금은 기업화한 조직 폭력배한테 흘러간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최근 몇 해 사이 급증한 사행성 도박장이 위험 수위를 한참 넘어섰다. 뒤늦게 정부가 등록제 전환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놨지만 별 소용이 없다. 지금도 곳곳에서 개업만 하면 문전성시이고, 불법·탈법 영업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업주들은 “그동안 몇 차례나 법이 바뀌고 집중단속을 했지만 이렇게 장사를 계속하고 있지 않으냐”며 대놓고 비웃는다.

엄연한 도박 행위를 게임으로 규정하고 부추긴 건 바로 정부였다. ‘건전한 게임·문화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경품용 상품권까지 만들어가며 사설 도박을 사실상 합법화했다. 문제가 되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주와 경찰의 단속 부진 탓으로 떠넘겨 왔다. 그 결과 성인오락실은 불과 5년여 만에 1만5천여곳, 성인피시방은 4천여곳으로 급증했다.

카지노바와 인터넷 도박게임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경품용 상품권 시장은 무려 22조원, 한해 정부 예산의 15% 규모로 불어났다. 그 폐해는 재론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사설 도박 때문에 가정이 파괴된 피해자들이 성인오락실 폐지 청원 운동까지 벌일까.

단지 오락기의 사행성을 최소화하고 영업장 규제와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멀쩡한 오락기도 몇 시간이면 수백만원짜리 베팅이 가능하도록 개·변조할 수 있다. 〈한겨레〉 취재진이 불법 환전 등 불법 영업장 35곳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단속에 걸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경찰 간부조차 “이젠 군대를 동원해도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탄식한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게임산업 육성책의 방향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평범한 서민들의 사행성을 부추기고 도박산업만 살찌운 결과를 단순히 정책 부작용쯤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나아가 자라는 아이들이 갈수록 컴퓨터 모니터에만 매달리는 게 과연 자랑할 만한 ‘게임강국’의 모습인지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미래 성장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과 성과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게임 심의, 근본적 수술 시급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성인오락실용 게임기 심의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옴으로써 도박성 게임을 막는 구실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영등위는 6757건의 게임을 심의해 절반이 넘는 3508건을 성인용으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일주일에 평균 37건을 심의해서 23건을 성인물로 통과시킨 셈이다.

게임 심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상황은 더욱 한심하다. 일주일 평균 37건을 심의하는 데 관여하는 실무 인원은 고작 10여명이다. 게임을 전공했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예심 위원 7명이 1차로 검토해 소위원회에 넘기면 7명의 소위 위원이 사실상 최종 결정을 내린다.

소위 위원들 대부분은 교수나 변호사, 기자 등 본업이 따로 있는 이들이다. 날로 지능적으로 발전하는 게임을 이들이 제대로 검토하길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다. 최종 결정 책임을 지는 본 위원들 가운데도 게임을 알 만한 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영등위조차 “영업방식, 게임물의 가변적 속성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기술적인 부분까지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스스로 한계를 시인하는 지경이다.

게다가 문화관광부에서 사행성 게임을 허가하지 말아 달라고 몇차례나 요청했으나 영등위가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영등위는 제대로 심의할 역량도 갖추지 못한 채 관련 부처의 의견조차 경청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독립 민간기구인 영등위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행성 게임이라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문화관광부 또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처음 문제가 됐을 때 곧바로 사후 실태조사를 벌이고 영등위를 적극 설득함으로써 사태가 반복되는 걸 막았어야 한다.

정부는 게임 심의의 전문성을 고려해 조만간 게임물등급분류위원회를 따로 둘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구의 준비위원회에 오락기 심의로 문제가 됐던 전직 영등위 관계자를 위촉함으로써,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이제 게임 심의 문제는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맡겨둘 단계를 벗어났다.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성인오락실 게임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많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시민사회단체나 학자를 비롯해 사회 전체가 게임 심의에 적극 개입할 때가 됐다.

 

 

 

 

 

 

 

오마이뉴스 만평으로 대신합니다.

 



 

성인오락, 정권의 방관 속에 권력형 의혹으로 커졌다

 

성인용 게임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12월이다. 이후 성인오락 시장은 경품용 상품권의 활성화와 함께 1~2년 사이에 수십배로 커졌다. 2003년 38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발행된 경품용 상품권만 26조원어치에 이를 정도가 됐다. ‘딱지 상품권’ 발행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도박형 성인오락의 팽창은 주로 서민가계의 파탄으로 이어졌다. 한계선상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일확천금의 기대 속에 오락실 도박에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했다. 서민 가계의 파탄 위에서 배를 불린 자들은 프로그램 및 오락기 개발·제조·판매업자, 오락장과 상품권 유통망을 장악해 가고 있다는 조직폭력배, 부패한 단속 공무원 등이었다. 공익요원마저 오락실로부터 푼돈을 챙기고, 게임산업개발원은 상품권 수수료를 쌈짓돈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생 수준에 불과하다. 진실로 심각한 것은 도박용 성인게임 육성정책을 입안하고 수립하는 데 간여한 정치권, 관리 그리고 업자의 유착이다. 도박을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의혹은 피할 수 없다. 급기야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까지 의혹선상에 올랐다. 물론 대부분 정치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정부 실무책임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바다이야기의 승인, 경품용 상품권 발행의 자유화, 부진한 도박용 게임기 단속 등이 석명되지 않고는 의혹은 불식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정기구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뒤늦게 정부가 도박형 오락기의 수거와 함께 경품용 상품권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책결정 과정의 의혹이 해명되거나 정책 실패의 책임이 끝나는 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집권기에 발생한 것은 성인오락과 상품권 문제인데…,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 꼭 알고 싶은가. 도박형 성인오락은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규정에 어긋난 인사 ‘협의’를 거부한 공직자는 즉각 감찰을 벌여 경질하도록 했다.

 

이에 비해 아주 오래 전 국민적 현안이 되어버린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은 언론이 법석을 떨자 감찰에 착수했다. 그래도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할까.

 

 

 

 

 

 

 

 

 

 

 

 

 

 

 

도박공화국 수사, 예외를 둬선 안 된다

 

대통령의 뒤늦은 지시에 따라 당국이 도박형 성인오락에 대한 전방위 사정에 나섰다. 감사원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허가 과정, 문화부의 경품용 상품권 도입 과정 등에 대한 직무감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자금 흐름, 지분 관계, 로비 여부 등 오락기 제조·유통업체에 대한 수사와 경품용 상품권 제도 도입 및 업체 지정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 행사나 금품 수수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여당은 즉각적이고 단호한 수사를 촉구하고, 야당은 특별검사제나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하느라 부산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며 호들갑 떠는 꼴이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해 오락실 도박이 게임업소를 휩쓸 무렵, 〈한겨레〉는 영등위의 부실 심사와 부정 의혹, 경품용 상품권의 문제를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시민단체 흥사단도 경품용 상품권 인증심사 과정의 특혜 및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시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문화위는 한때 경품용 상품권과 영등위 감사를 논의하기도 했으나 어영부영 넘어갔다. 그때 바로잡았어야 할 일을 이제까지 미뤘으니, 부작용과 의혹은 커질 대로 커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당국의 뒤늦은 호들갑을 탓하고만 있을 순 없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앞장서 게임산업 육성 등의 미명 아래 전국을 도박장화하고, 한탕주의로 서민가계를 파탄시키고 국민의 일할 의욕을 꺾어버렸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심각성에서 다른 사건과 비교도 안 된다. 따라서 사정당국은 몇몇 업체와 관리의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도박의 산업화를 입안하고 추진한 행위나 이를 통해 검은돈을 기대했던 배후를 정조준해야 한다.

검은돈이 생기는 곳엔 ‘인간 파리떼’가 꼬이기 마련이다. 도박장만큼 그런 파리형 인간이 많이 꼬이는 곳도 없다. 도박공화국의 첫번째 공로자는 도박용으로 이용될 것이 자명한 오락기의 출시를 허용한 영등위일 것이고, 이어 골목마다 도박장을 들어서게 한 것은 문화부의 경품용 상품권 제도 도입일 것이다. 여기에 도박이 횡행하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않은 사정당국, 교묘한 유권해석을 통해 적발을 방해한 영등위와 문화부는 도박의 일상화에 기여했다.

이런 엄청난 사업이 업자나 관료의 힘만으로 이뤄졌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이른바 정권 실세나 권력자의 측근 등이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다. 따라서 수사 혹은 감사를 하는 데 사정기관은 모든 가능성을 다 파헤쳐야 한다. 대통령은 예상되는 역풍을 막아줄 뿐, 방향을 제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억울해도, ‘조카는 관련 없다’고 말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오로지 이번 사태의 엄정한 처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건강성과 내실을 되찾기를 기대해야 한다.

 

 

 

 

 

 

 

 

 

 

 

 

도박공화국 방조한 정치권, 자성부터 해야 한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이 수집한 정보는 수사기관과 권력이 수사를 축소하고 내용을 왜곡시키는 것을 예방한다. 도박공화국 사건처럼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형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활발한 발언은 권장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정책 실패로 몰아가는 형국에선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은 먼저 할 일이 있다. 그동안 자신의 행태를 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져 반성하는 일이다. 이런 자정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머잖아 모두 한통속으로 매도돼, 사건 실체를 양비론 속에 빠뜨릴 우려가 많다. 과거 정권은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이 발생하면 야권 인사 한둘을 끼워넣어 사건 자체를 흐지부지해 버리곤 했다.

정치권이 자성해야 할 이유는 이 밖에도 많다. 우선 여야 의원들은 경품용 상품권 회사로부터 비록 합법적 후원금이긴 하지만 적지않은 정치자금을 받았다. 여기엔 신기남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중진이 나란히 포함돼 있다. 그들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어느 누구도 사소하지만 이런 후원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게다가 정치권은 그동안 전국의 도박장화를 견제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우선 지난해 5월 흥사단이 경품용 상품권 인증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감사원은 끝까지 이 감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치권에도 진정이 들어왔다. 둘째로는 한 달 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의원 35명이 상품권 인증 심사 전반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발의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안건은 여당과 문화관광부의 반대로 문광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도 발의한 것에 만족하고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이 즈음에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대한 감사 문제가 여야 의원들 사이에 논의됐지만 이것 역시 흐지부지됐다. 넷째로 열린우리당은 1년전 사행산업통합관리위원회법을 제출했지만 여야의 극심한 대치 속에 묻혀버렸다.

정치권은 이런 기회를 한번도 살리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나 권력의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쏟아내 유언비어 제조창 구실을 한다면, 더 깊은 불신을 자초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자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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