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라몬테 와이너리에서 무한정 와인을 시음하고 있는 관광객들. 2 베라몬테는 일곱 종의 와인을 생산한다.
비냐델마르에 도착해 제일 그럴듯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점심을 식사를 주문했다. 주문한 것은 해산물과 소고기 스테이크 두 종류. 이럴 땐 화이트 와인을 먹어야 하나, 레드 와인을 먹어야 하나? “생선엔 화이트 와인, 육류엔 레드 와인이란 공식은 없어요. 한국 분들만 꼭 그 이상한 공식을 따르더군요.” 와인 주문을 가이드에게 맡기고 지켜보니 메뉴를 휙 넘겨 보고는 곧 바로 주문을 한다. 잠시 후 와인이 나오자 일반 물컵에 조금 따라서 시음을 한 가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른 와인을 주문한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보다 못해 그냥 먹자고 말하자 겨우 네 번째에서 그의 와인 감별은 끝났다. “시음만 한 것은 가격에 포함되지 않아요. 그러니 마음껏 골라도 돼요. 어차피 저렇게 딴 와인들은 요리할 때 재료로 사용하니 그들도 큰 손해는 없지요.” 대단히 훌륭한 방식이다. 어차피 와인도 술이라 편안한 분위기가 우선인데, 우리는 와인을 마시기 전에 늘 한참을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자칫 비싼 돈 주고 맛없는 와인을 마실까 봐. 비록 와인 잔에 레드 와인을, 물컵에 화이트 와인을 따라 마시기는 했지만 여태 먹어본 와인 중에 가장 편안하고 맛있는 와인이었다.
비냐델마르 관광이 끝나고 산티아고로 돌아온 후 저녁 식사를 위해 양고기 구이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곳이 비냐델마르의 레스토랑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곳임은 테이블에 놓인 식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접시에 푸짐하게 올라오는 양고기 구이. 접시에 고기를 덜고 나자 가이드가 다시 와인을 주문한다. 이번 주문은 한 번에 끝난다. 우아하게 앉아 칼질을 하며 와인을 조금씩 음미하면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가이드가 낮에 먹은 와인과 비교해 지금의 와인이 어떤지를 물었다. 대답 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니 그는 잠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유를 말했다. “와인은 낮에 먹은 것이 훨씬 비싼 와인입니다. 한국 분들은 대부분 이 와인이 더 맛있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입맛이 다른가 봅니다.” 입맛이라. 그러면서 그는 양고기를 칼질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인다. “양고기는 손으로 뼈를 잡고 뜯어야 제 맛입니다. 굳이 나이프를 쓸 필요는 없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손으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건 유럽식일까? 칠레식일까?
우리는 와인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론 와인에는 최고 와인과 그에 따른 격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고 와인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과 다를 수 있으며, 와인을 언제나 우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만 마시라는 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월드컵 때 축구를 보다 열 받은 선배가 집에 맥주가 없어서 와인 다섯 병을 물컵에 따라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와인에 대한 어떤 기준이 웃음을 터뜨리도록 만들었을까? 이제는 좀 편하게 마시자. 자신의 입맛을 먼저 알고 난 뒤에. 자신의 입맛을 알려면 일단은 많이 마셔보는 것이 우선!
칠레 와인협회가 선정한 2007년 칠레 베스트 어워즈. 총 10개 부문의 수상작 중에서 4개의 베스트 어워즈를 국내에서 만나보자.
1. Best Carmenere 오드펠, 오자다 카르메네르 2004 Odfjell, Orzada Carmenere 2004 풍부한 블랙 페퍼, 바닐라, 자두, 체리, 말린 과일, 담배, 차, 감초와 초콜릿 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5만6000원 문의 (02)2203-0355
2. Best in Show 카사스 델 보스케 리제르바 2006 빈티지 Casas del Bosque Reserva 2006 고농축된 과일의 향미가 와인에 그대로 담겨 와인의 기품과 그 맛을 잘 표현한다. 3만7000원. 문의 (02)3219-0326
3. Best Value Red 몽그라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2005 Montgras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5 짙은 루비색이며, 블랙 체리와 오크 향의 강렬한 아로마를 지니고 있다. 육류와 기름진 스튜, 파스타나 부드러운 치즈와 잘 어울린다. 2만9000원. 문의 (02)3665-1423
4. Best Value White 미구엘 토레스 산타 디그나 소비뇽 블랑 2006 Santa Digna Sauvignon Blanc 2006 목으로 넘길 때 실크와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지며, 다양한 아로마와 함께 신선한 산도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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