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원두막

해안 40Km 기름범벅…천수만도 위험

21c-park 2007. 12. 11. 19:45

 

해안 40Km 기름범벅…천수만도 위험

 

가로림만·근소만에도 밀려들어…오일펜스 허사
어장 2100ha 오염…여섯 시·군 재난사태 선포

 

 

아름다운 경관과 국내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으로 유명한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변에서 8일 뿔논병아리 한 마리가 유조선에서 쏟아져 나와 해안까지 밀려온 기름을 뒤집어쓴 채 숨져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충남 태안 앞바다에 쏟아진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검은 기름으로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절반 이상이 초토화됐다. 또 가로림만과 근소만 등 개펄도 검은 기름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최악에는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까지 기름덩어리가 밀려갈 가능성이 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9일 “허베이 스피리트호에서 유출된 원유 1만여㎘로 태안군 150㎞ 해안선 가운데 40㎞ 남짓이 기름 범벅이 됐다”며 “원북면 모항리~소원면 태안화력 구간 17㎞는 검은 기름덩어리로 뒤덮였고, 위·아래 가로림만과 근소만 방향으로도 기름막이 번졌다”고 밝혔다

[현장] ‘철새 낙원’에 닥친 검은 재앙

수습본부는 또 “주요 어장인 가로림만과 근소만 입구에 각각 4.2㎞와 2㎞의 차단막(오일펜스)을 설치했지만 기름의 침투가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해수부 관계자들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개펄인 천수만도 기름막이 번진 근소만에서 4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국내 최대의 해안 모래언덕인 신두리 사구는 독특한 경관과 해당화 군락 등으로 유명했지만, 검은 기름에 뒤덮여 제모습을 잃었다. 유명 해수욕장인 만리포·천리포 등 태안군의 주요 해변에도 원유가 밀려들었다.

9일 밤 현재 사고 선박으로부터 약 20㎞ 주변 해상 곳곳에는 갈색의 얇은 기름막이 여전이 남아 있다. 또 바닷속에도 기름덩어리 상당량이 가라앉았을 것으로 추측된다.이장훈 수습본부 상황실장은 “기름띠가 어디로 확산될지는 풍향 등 기상 변화에 달렸는데 앞으로 2∼3일 동안 계속 약한 북서풍이 분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며 “24시간 안에 남은 기름 대부분이 만리포·천리포 쪽으로 올라와 오염 지역이 크게 넓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정부는 인근 여섯 시·군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일곱 선단으로 편성된 방제선박 89척과 군인·주민 등 6650명을 방제작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수습본부는 응급 방제 작업에만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는 석 달 만에야 응급 방제가 끝났고 이후로도 몇 해 동안 추가 작업이 이뤄졌다.

수습본부는 해상 사고 지역에는 기름을 분해하는 유처리제를 살포하되, 이로 말미암은 2차 오염 피해를 막기 위해 해안가에선 기름을 닦아내거나 걷어내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어업 등 주민 피해와 관련해서는 사고 이틀째인 8일까지 이원·근흥면 등 4개면 어장 2100ha와 해수욕장 6곳 221ha가 오염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습본부는 피해 현장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방제 작업에 인력이 집중돼 당분간 정확한 피해액 추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안군 인근에는 굴·바지락·해조류·가두리 양식장 등 445곳의 양식·마을 어장이 몰려 있다.<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