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세계

페인트는 진화한다

21c-park 2007. 12. 11. 19:49

 

 

 

페인트는 진화한다

 

 

▲ 스텔스 전투기가 레이더에잡히지 않는 것은 동체에 칠해진 페인트가 레이더 전자파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새집증후군 막고… 선박의 마찰 줄이고… 敵 레이더까지 반사시켜

도료(塗料·페인트)의 값어치는 단순히 벽이나 가구의 색감을 살리고 잘 벗겨지지 않는 특성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대형 선박은 통상 1t 당 12만원의 유류비용이 들어간다. 물살을 헤치며 대양을 횡단하는 대형 선박은 어떤 도료를 선택해 물과의 마찰을 줄이느냐가 수익성 향상문제와 직결된다. 웰빙(참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도료는 시대와 맞지 않는다. 당연히 기업은 새집증후군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군사용 도료, 새집증후군을 차단할 수 있는 천연 도료, 선박 표면을 비누로 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선박용 도료 등 첨단 도료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새집증후군 차단하는 땅콩 천연 도료=새집증후군은 신축 건축물의 건축자재·내장재·가구 등에 포함된 유독물질이 입주자의 건강에 해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 기대에 부풀어 들어간 새 집에서 유해한 물질에 시달리게 되면 건강과 기분을 모두 망치게 된다.

새집증후군을 낳는 유해물질 중에서는 도료에서 나오는 것도 있다.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주범인데,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제에 널리 쓰인다. 도료는 석유에서 뽑은 페놀에 포름알데히드를 첨가해 만든다.

한국화학연구원 송봉근(51) 박사는 이달 초 포름알데히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천연 도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도료는 아열대지방의 땅콩에서 추출한 페놀 기름을 원료로 하는데, 원료를 땅콩 자체가 아니라 버려지는 땅콩 껍질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제조 비용이 저렴하다. 석유에서 페놀 기름을 뽑는 기존 방식보다 전력도 50% 이상 적게 든다.

기존에도 트리글리세라이드라는 지방 물질을 이용한 천연 도료가 있긴 했다. 하지만 물이나 약품에 약해 도료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반면 송 박사가 개발한 땅콩 천연도료는 오염에 견디는 물성이 강해 기존 천연 도료의 단점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송 박사는 “땅콩 천연 도료는 선조들이 사용한 옻과 분자구조가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벤처기업인 나노솔루션은 송 박사로부터 이 기술을 넘겨받아 제품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시중에 제품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선체에 비누를 칠한다=수 만t 규모의 거대한 선박이 대양을 항해하다 보면 온갖 해양 생물이 선체에 달라 붙게 된다.

이 해양 생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 운항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선박 운항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 호화 유람선 퀸엘리자베스 2호를 예로 들면 선체 표면의 마찰이 0.01㎜ 증가하면 0.3~1.0% 의 연료 소모가 늘어난다.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 5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방식은 선체에 곰팡이·미역·불가사리 같은 해양 식물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자기마모형 방오도료(SPC·self polishing copolymer)를 칠하는 것이다. KCC의 박종인(44) 팀장은 “선박에 칠한 페인트가 비누 역할을 해 항해하면서 비누가 바닷물에 자연스럽게 녹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선체에는 해양식물이 부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닷물과의 마찰도 적어진다.

자기마모형 방오도료의 핵심 기술은 민물에는 녹지 않고 바닷물에만 녹도록 하는 것이다. 방오도료의 주재료는 아크릴인데, 아크릴은 본래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疏水性)을 갖고 있다. 여기에 화학물질을 첨가해 바닷물에만 녹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마모형 방식은 항해를 하면 할수록 페인트가 닳아 없어져 5년마다 한번씩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선체 표면을 최대한 미끄럽게 하는 방식이다. 선체 표면이 우툴두툴하면 선체의 표면장력(물체의 표면을 늘여 당기는 힘)이 커지는데, 표면장력이 크면 곰팡이 같은 해양 생물이 잘 달라붙는다. 실리콘은 표면 장력을 줄이는 물질. 실리콘을 선체에 고루 발라 표면의 거친 정도를 줄여주면 해양 생물이 붙는 것도 막고 바닷물과의 마찰도 줄일 수 있다.
◆스텔스 전투기도 페인트로 가능=적의 레이더를 피하는 전투기의 스텔스(stealth) 기술은 첨단과학의 집합체. 여기서도 도료가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비행체에 발사해 되돌아오는 정보를 통해 적기의 위치를 파악한다. 스텔스는 이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자신에게 부딪친 전자기파를 다른 방향으로 반사시키거나 아예 흡수한다.

도료는 스텔스 전투기에서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도료가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처럼 전자기파를 흡수해버리는 것이다. 스텔스용 도료의 난점은 흡수해야 할 파장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도료의 무게도 가벼워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스텔스 전투기용 도료가 나와 있고, 국내에서도 벤처기업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 방오(防汚)페인트는 선박표면에 해양 생물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물에 닿는선박 아래 부분을 보면 거의다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방오페인트의 주성분이붉은 색을 내는 아산화구리(Cu2O)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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