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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세상을 바꾼다

21c-park 2007. 6. 27. 09:02

수학이 세상을 바꾼다

 

 

영화 '쥐라기공원'에는 큼지막한 안경을 쓴 말콤이란 수학자가 등장한다. 그는 멸종한 공룡을 되살려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의도가 헛된 것임을 '카오스(혼돈) 이론'으로 설명한다. 다양한 변수 때문에 미래의 사건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비선형 수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 이론은 그간 수학이 일궈내고 파생한, 셀 수 없이 많은 학문과 이론중 하나이다. 

 카오스 이론은 18세기말 푸앵카레(Poincare)라는 프랑스 수학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기상 현상을 수학을 응용한 대기방정식으로 설명하려 했다. 오늘 제주도에서 나비 한마리가 날갯짓을 한 것이 몇 개월 뒤에는 베이징에 큰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카오스 이론중 '나비효과'이다. 특히 일기는 변수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초기값의 차이가 맑은 날씨와 소나기의 차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카오스 이론은 개별종목의 낙차가 큰 주식시장에도 적용된다. 이 이론은 80년대 이래 꾸준히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실제로 단기 주가예측에 사용돼 왔다. 이러한 주식장세의 변화나 해안선 등 불규칙한 모양을 표현해 내는 수단으로 프랑스인 멘들브로의 프랙탈(fractal) 이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수학의 응용분야는 전방위적이다. 94년 LA폭동 사태 때는 UCLA의 한 수학교수가 흑인을 폭행한 백인 트럭운전사를 잡아내는데 공헌했다. 폭행장면을 담은 비디오에서 범인 팔뚝에 검은 점으로 나타난 부분을 수학적으로 분리추출, 장미꽃 문신이란 사실을 밝혀내 범인을 잡은 것이다. 군사 및 외교상의 이유로 사용돼 왔던 암호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그 용도가 끊임 없이 확산되고 있다. 

 암호 연구는 20세기 초 미국의 보안국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 많은 수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중이다. 타원곡선론, 정수론 등 고도의 수학이론들은 암호에 직접 응용된다. 70년대 초 나타난 금융파생상품은 고도의 수학이론이 도입되면서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두 수학자가 개발한 '블랙-숄스 공식(Black-Scholes Model)'은 하루를 투자해도 모자랐던 파생상품의 투자가치 계산시간을 100분의1로 단축시켰다. 이후 금융시장을 수학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월가(Wall Street)의 증권사들은 수학자를 경쟁적으로 스카우트 해왔으며, 시카고대, MIT, 컬럼비아대 등 주요대학에서는 금융수학 석사과정이 새롭게 신설됐다. 불확실성을 실제에 응용하려는 퍼지(fuzzy)이론은 이미 공학으로 발전한 사례. 수학적으로 추론결과가 올바른 사실을 정도의 문제로 나타낸 이론이다. '키가 큰' 사람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범위를 0∼1로 잡았을때 0.7'이라고 하면, 한결 설명하기 수월해진다는 점에 착안한 수 논리이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널리 적용된다. 

 병원에서 흔히 보는 CT(컴퓨터 단층촬영)도 일정량의 X선을 인체에 투과시킨 뒤 어느 부위에서 얼마만큼이 흡수됐는지를 연립방정식으로 계산, 내부를 영상화한 것이다. 이 원리는 20세기초 라돈(Radon)이라는 수학자가 연구했다. 위성통신, 광통신, 이동통신 등 통신혁명의 주춧돌을 이루고있는 디지털(digital) 이론도 0과 1로 구성된 2진법에서부터 시작됐다. 2진법은 미적분학을 정립한 독일의 라이프니츠가 동양의 주역을 해석하기 위해 만든 도구였다. 화석의 연대를 따지기 위해 생물체가 갖고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되는 비율은 미적분법을 이용해 계산한다. 이밖에 전쟁이나 무역거래 등 이해득실이 맞부딪치는 행동양식을 수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등장한 '게임이론'이나 17세기 영국에서 페스트로 죽은 사망자 도표상의 수열법칙을 발견해내 시작된 통계학 등이 있다. 바이올린 음색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이용되는 '푸리에변환', 지진이 일어난 후 발생하는 해일이 진행하면서 계속 큰 파도를 이루는 것을 일컫는 '솔리톤(soliton)파'가 광통신분야에 적용되는 방법도 모두 수학과 직결돼있다. 한양대 김용운 명예교수는 "자연과학 뿐 아니라 언어학-심리학-문학비평 등에 이르기까지 수학이 응용되고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복잡계(Chaos)의 응용

수학의 힘

선진각국의 노력 : 국가생존 좌우-세계는 지금 수학전쟁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정보통신사인 미국 AT&T 연구원 출신 쇼어(Shor)가 양자정보이론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양자 계산' 분야는 세계가 국가적 과제로 삼으면서 총력을 기울이는 수학계 `핫 이슈'. 원래 수학자인 그의 발표내용은 세계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미래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초고속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공로로 쇼어는 전산이론 분야의 노벨상 격인 `네반리나(Nevannlina)' 상을 받았다. 

``이제 세상이 달라집니다. 빠른 계산력으로 네트워크상의 암호를 모두 해독하면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가 모두 중단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지요."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경쟁력에 대한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한상근 교수의 경고다. 

 미국의 부시 전대통령은 90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뒤 ``이번 전쟁은 수학의 승리"라고 말했었다. 전자전)의 핵심기술이 모두 수학적 이론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97년 연두교서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 과학재단 지원을 받는 국립수학교육자문위원회는 30여년째 수학교육의 성과를 진단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미국이 `수학 지상주의'를 내세우고, 수학 진흥책을 펴는 데에는 다 까닭이 있다. 

 서구에서 수학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전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이 독일 U-보트를 궤멸시킨 것은 폴란드 수학자가 독일 암호체계를 풀었기 때문이다. 진주만 전쟁에서 미군이 일본 야마모토 사령관의 비행기를 격추시킨 것도 암호 해독 때문이었다. 현재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은 최고의 수학자들을 고용, 고급 논문은 국가 기밀로 다루고 있다. 

 수학이 현실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항공기와 반도체칩 설계 등에 이용되고 있고, 미국의 영화사 드림웍스, 디즈니 등은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미분기하, 대수기하, 수치해석 등 고도의 수학을 바탕으로 한 첨단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1990년 미국 알래스카대에서 열린 국제 수학학술회의의 주제는 `쿠오바디스, 그래프 이론' (그래프 이론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이었다. 수학상의 그래프이론이 어느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방향을 수학자들이 제시하는 자리였다. 회의 결론은 순수 수학적 그래프 이론에 그치지 않고, 유전학, 사회학, 화학, 정보통신, 생태학, 교통문제 등 수학과 무관한 분야에 대한 이론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분기하학의 세계적 학자인 시몬스(Simons) 전 MIT 교수는 유명한 펀드매니저이기도 하다. 20여년전부터 투자운용회사를 운영했고, 그의 수완 덕에 회사는 `몇 달 사이 10배의 이익을 얻는 회사'라는 소문을 얻었다. 지난해 5월 버클리대 국립수학연구소 소식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몬스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주가예측법인 「암호해독 이용법」과, 함께 일하는 50여명의 수학박사들을 그 비결로 들었다. 

 금융파생상품 중 `옵션'거래에 기본이 되는 `블랙-숄즈 공식'은 9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숄즈가 만들었다. `퓨처' `스왑' 등 각종 금융파생상품 개발에 수학자가 깊이 개입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지난해 SK증권과 미국 JP모건이 금융계약에 대한 분쟁을 벌였을 당시, SK증권과 달리 JP모건이 첨단 수학계산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수학자들은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했다. JP모건이 고용한 수학박사들만 30여명이었다. 수학 실력이 기업의 승패와도 직결되는 셈이다. 

 수학이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AT&T사는 수학 통계기법 중 하나인 `카마커법'을 특허로 출원한 적이 있다. 받아들여졌더라면, 이를 사용하는 기업, 은행 모두가 특허료를 지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지도 모른다. 

 선진각국은 그래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학연구소를 국책연구소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수리과학연구소(MSRI)와 수학-응용수학 연구소(IMA), 네덜란드의 유럽 5개국 연합 수학연구소, 일본 수리과학연구소(RIMS), 영국의 이삭뉴튼수리과학연구소, 독일의 막스- 플랑크 수학연구소. 21세를 눈앞에 둔 선진각국은 나라의 생존권을 수학에 걸고 있다.

 

수학은 국력의 척도 -- 美선 수학자가 정책결정 참여


이는 19세기 후반 통일을 달성한 독일이 유럽 수학연구의 메카로 떠올랐던 것과, 20세기 수학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의 대부분이 초강대국 미국에서 나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사단법인 대한수학회 김성기(서울대 수학과 교수) 회장으로부터 국가 경쟁력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수학연구와 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왜 이제와서 새삼 '수학'이 화두가 됐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21세기 산업이 하드(hard)에서 소프트(soft)로 넘어감에 따라 수학은 과학기술의 기초를 이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산업현장에서 직접 쓰이고 있습니다. 가령 IMF사태 이후 국가적인 관심을 끌었던 금융산업의 핵심기술은 편미분방정식과 확률론을 기초로 하고 있죠.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만 1000여명의 수학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책연구기관 하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닙니까. 

 "과학정책 결정에 수학자가 직접 참여하는 미국의 경우, 수학응용연구소(IMA)의 한해 예산이 330만달러에 달합니다. 캐나다는 올해부터 1500만달러를 투입, MITACS라는 정보기술 관련 수학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정부의 크고 작은 과학정책 결정 과정에 수학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에서는 한국 수학자들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차세대 수학발전을 위한 충분한 인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한수학회 정회원들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편수도 87년 100여건에 불과했던 것이 97년 700편으로 급증했어요. 수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은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막대한 시설비가 소요되는 과학기술 분야와는 달리 일반 프로젝트 한건 정도의 비용으로 많은 수학자들에게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수학인력 양성과정에서도 체계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포스트닥 (Postdoc)'이라 불리는 1년간의 박사후 연수과정을 마치면 대다수의 연구원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는데요. 

 "인력 풀(pool)은 충분한데 유통(유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수학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 수상자인 프리드먼(Friedman)을 연구소에 초빙했고, 벨(Bell)연구소는 50명으로 구성된 수학연구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정보보안, 금융, 보험 등의 분야에서 수학자들이 맹활약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실상 대학이 아니면 갈 곳이 없습니다." 

 -설립추진중인 수학연수센터는 앞으로 어떤 기능을 담당하게 됩니까.

 

"현재 국내외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도 안정된 직장 없이 지내는 이들이 300여명에 이릅니다. 최고수준의 인력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수센터는 이들 중 연구활동이 활발한 신진 수학자들을 가려서 3년 이상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여건을 마련해 줄 방침입니다만 당국에서 아직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우리 수학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서울대의 경우 대학 1학년 교양수학이 선택과목 이 되면서 수강인원이 200명 안팎에 머무르는 '찬밥신세'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이야말로 수학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우선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학생들이 단지 대학에 가기 위해 아까운 재능을 고교 3년 동안 썩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20대 수학교수가 탄생하는 날 우리 수학의 미래가 열린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일반인들이 수학을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도록 수학교육의 평생화를 이루는 작업인데, 대한수학회에서는 가급적 인터넷의 무궁한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 볼 계획입니다." (대한수학회 김성기회장)

 

컴퓨터의 원리와 컴퓨터를 고안한 것도 수학자였다 -- 찰스 배비지, 알란 튜링, 머레이 호퍼, ...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이 인간을 육체노동의 질곡에서 해방시켜 주었듯이, 컴퓨터는 인간을 단순반복적인 정신노동에서 해방시켜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어온 창조성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이 컴퓨터의 기본 원리를 제공하고 컴퓨터를 만든 사람이 공학자가 아닌 수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클릭해서 자세히 ....

 

우리수준은 어디: 공식만 달달, 고차원 응용력 뒤져


수학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 금융, 정보통신, 국방 등 수학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 사회과학도 기본 바탕은 수학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학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아니면 간과하면서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외치고 있다. 일선 학교의 수학교육은 단순 수리계산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 수학의 현주소, 수학의 위력, 수학 경쟁력 우위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분투 현장을 알아본다. 

 우리의 수학수준은 어디쯤일까 : 수학실력을 가늠하는 잣대의 하나는 국제적 학술회의 개최여부이다. 미 수학회가 1년에 6번씩 100여개의 학회를 개최하는 등 미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 학술회의만 200개가 넘는다. 일본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수학 학술회의가 20여개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한수학회에서 봄 가을 개최하는 학술회의 정도가 그나마 알려진 정도다. 

 서울대-포항공대 교수들이 주도해 올해로 4년째를 맞는 '다변수복소함수론 학술회의'. 최근 미 수학회 책자에 회의내용이 실려 '유망 학회'로 떠올랐다. 외국 수학자 20여명 등 매년 80여명이 참가한다. 하지만 총경비는 1500만원 정도. 포항공대 김강태(42) 교수는 "대부분 교수들이 연구비에서 한두푼씩 모아 학회를 지원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초등-중학생들은 특이하게 국제평가에서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8년 1위(중학생), 90년 1위(초등-중학생), 95년 1위(초등3년)-2위(초등4년)…. 전 세계 학생들이 참가한 국제교육발전평가(IAEP)와 제3차 국제수학과학성취도 평가연구(TIMSS)에서 한국팀이 차지한 성과다. 오히려 미국은 작년초 평가결과 수학부문에서 16개국중 1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요란한 자성론이 일었다.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반복훈련을 통한 단순 수리계산은 우리가 앞서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증명되니까요." 한국교육평가원 관계자는 우리 수학실력은 '용두사미'의 표본이라고 했다. 고교 수준으로 올라가면 사정이 영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교생 대상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우리는 대부분 10위권 밖이었다. 88년 첫 참가때 22위(60개국 참가)를 한 이후 작년까지 12위(76개국 참가)를 기록했다. 최고기록은 올해 7위(81개국 참가). 초등-중학생 수준의 '문제풀이'는 잘 하는데, 고차원 수학부터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방편으로 수학을 이용하기 때문"(우정호-대한수학교육학회장)이라는 것이 수학계내의 공통된 견해다. 창의적 이론으로 수학계 발전에 공헌한 수학자에게 수여되는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Fields) 메달'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데서도 현실을 알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실력과 달리 각종 첨단이론을 선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식시장 변동을 설명하는 '프랙탈'이론이나 국제간 분쟁을 분석하는 '게임이 론', 가전제품에 응용되는 '퍼지이론' 등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드는 각종 이론적 토대의 상당수를 미국 수학자들이 제공했다. 

 90년대 초 김강태 교수가 미국 브라운대에서 기하학 수업을 할 때의 일. 자동로봇 분야에서 유명한 같은 대학 공대 쿠퍼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듣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쿠퍼 교수는 김 교수에게 "혈관 수술에 쓰이는 자동제어 마이크로 머신을 연구하는데 기하학 실력이 딸려서 찾아왔다"며 "로봇은 혈관 내 이상부위를 수백개씩 체크하는 과정에서 중요부위의 가로, 세로, 높이 등 값을 계산해내는 데 수학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수학과와 이공계 다른 분야가 공동연구하는 경우도 거의 없을 뿐더러, 수학 각 분야간 아이디어 교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권길헌(수학과) 교수는 "우리의 수학연구는 세계에서 중간정도 수준"이라며 "공식을 외우고 대입하는 식의 훈련을 통한 문제풀이에 치중하다 보니 창조성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 입학과 동시에 수학에서 손을 떼고, 수학을 전공하면 배고픈 길로 들어서는 것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수학발전 저해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수학 박사학위를 따놓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이 300 여명쯤으로 추산된다. 서울대 지동표 교수는 "외국과 같은 국책연구소도 없을 뿐 아니라 기업 연구소들도 수학 전공자를 외면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경제중심지인 월(wall)가에서 활약하는 수학자만 1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현대 금융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각종 파생상품을 개발해내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세계적 통신회사 AT&T 연구소인 루슨트 테크(Lucent Tech)에서도 전체 연구원의 20%를 넘는 수학자가 최첨단 통신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변변한 수학연구소 하나 없이 수학자들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대한수학회가 이제 겨우 '수학연수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인하대 양재현 교수 등 일부에서 사설 연구소를 세워놓고 '수학도서관'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다만, 이 어려운 와중에서도 국내 수학자들의 외형적 지표상으로 나타난 연구성과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조사된 92∼96년 수학과 교수 논문 과학논문인용색인(SCI) 인용 빈도에 따르면 예일대, MIT, 스탠퍼드, 하버드, 프린스턴 교수들이 평균 0.28이었고, 서울대 0.21, 과학기술원 0.17, 포항공대 0.14 등으로 나타났다. 

 대한수학회 김성기 회장은 "A급 수학 저널에 발표되는 논문을 기준으로 볼 때, 95년 이후 대한수학회 정회원이 발표하는 논문 편수가 전세계 논문 편수의 1%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김성기 회장은 "모든 산업의 핵심인 수학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국가 발전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식민지' 시대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따끔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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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세상을 바꾼다 (하)

- "국가생존 좌우" 세계는 지금 수학전쟁

- 선진각국의 노력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정보통신사인 미국 at&t 연구원 출신 쇼어(shor)가 양자정보이론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양자 계산」 분야는 세계가 국가적 과제로 삼으면서 총력을 기울이는 수학계 「핫 이슈」. 원래 수학자인 그의 발표내용은 세계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미래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초고속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공로로 쇼어는 전산이론 분야의 노벨상 격인 「네반리나(nevannlina)」상을 받았다.

『이제 세상이 달라집니다. 빠른 계산력으로 네트워크상의 암호를 모두 해독하면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가 모두 중단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지요. 』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경쟁력에 대한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한상근(한상근) 교수의 경고다.

미국의 부시 전대통령은 90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뒤 『이번 전쟁은 수학의 승리』라고 말했었다. 전자전(전자전)의 핵심기술이 모두 수학적 이론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97년 연두교서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 과학재단 지원을 받는 국립수학교육자문위원회는 30여년째 수학교육의 성과를 진단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미국이 「수학 지상주의」를 내세우고, 수학 진흥책을 펴는 데에는 다 까닭이 있다.

서구에서 수학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전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이 독일 u-보트를 궤멸시킨 것은 폴란드 수학자가 독일 암호체계를 풀었기 때문이다. 진주만 전쟁에서 미군이 일본 야마모토 사령관의 비행기를 격추시킨 것도 암호 해독 때문이었다. 현재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은 최고의 수학자들을 고용, 고급 논문은 국가 기밀로 다루고 있다.

수학이 현실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항공기와 반도체칩 설계 등에 이용되고 있고, 미국의 영화사 드림웍스, 디즈니 등은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미분기하, 대수기하, 수치해석 등 고도의 수학을 바탕으로 한 첨단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1990년 미국 알래스카대에서 열린 국제 수학학술회의의 주제는 「쿠오바디스, 그래프 이론」(그래프 이론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이었다. 수학상의 그래프이론이 어느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방향을 수학자들이 제시하는 자리였다. 회의 결론은 순수 수학적 그래프 이론에 그치지 않고, 유전학, 사회학, 화학, 정보통신, 생태학, 교통문제 등 수학과 무관한 분야에 대한 이론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금융파생상품 중 「옵션」거래에 기본이 되는 「블랙-숄스 공식」은 9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숄스가 만들었다. 「퓨처」 「스와프」 등 각종 금융파생상품 개발에 수학자가 깊이 개입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지난해 sk증권과 미국 jp모건이 금융계약에 대한 분쟁을 벌였을 당시, sk증권과 달리 jp모건이 첨단 수학계산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수학자들은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했다. jp모건이 고용한 수학박사들만 30여명이었다. 수학 실력이 기업의 성패와도 직결되는 셈이다.

수학이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at&t사는 수학 통계기법 중 하나인 「카마커법」을 특허로 출원한 적이 있다. 받아들여졌더라면, 이를 사용하는 기업, 은행 모두가 특허료를 지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지도 모른다.

선진각국은 그래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학연구소를 국책연구소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수리과학연구소(msri)와 수학-응용수학 연구소(ima), 네덜란드의 유럽 5개국 연합 수학연구소, 일본 수리과학연구소(rims), 영국의 아이작 뉴턴 수리과학연구소, 독일의 막스 플랑크 수학연구소….

21세를 눈앞에 둔 선진각국은 나라의 생존권을 수학에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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