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이 가지는 운동에너지는 포탄중량과 탄속으로 정해집니다. 포탄이 무거울수록, 탄속이 빠를수록 더 큰 에너지를 지니는 셈이고, 더 큰 관통력을 발휘하게 되지요. 이 운동에너지는 발사시 장약의 폭발에서 발생하는 추진력으로 얻게되고, 비행 중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떨어짐에 따라)계속 감소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장약의 폭발에 의해 얻어지는 일정한 에너지를 포탄중량과 탄속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즉 같은 에너지로 무거운 포탄을 느리게 쏘는가, 가벼운 포탄을 빠르게 쏘는가를 선택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양자의 차이점을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에너지의 포탄을 쏠때, 그리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무겁고 가벼우며 빠르고 느리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길)
1. 공기저항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 2. 사정거리 3. 같은 거리에서의 낙각 4. 포신 수명
첫번째로, 공기저항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은 가벼운 포탄이 더 심합니다. 무거운 포탄의 경우 느리게 날기에 공기의 저항이 그만큼 적고, 같은 저항에도 속도의 감소가 덜하기에 같은 에너지로 발사해도 원거리에서 명중시 보유하는 에너지는 더 크게 됩니다.
두번째로, 같은 에너지로 포탄을 발사할 경우 무거운 쪽이 덜 날아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당연히 사정거리가 짧고, 같은 거리를 쏘더라도 더 큰 각도로 발사해야 하지요. 자연히 낙각도 커집니다.
세번째로, 무거운 쪽이 낙각이 크기에 갑판 장갑 관통력이 우수한 반면, 위험지대는 오히려 좁아집니다. 따라서 명중률면에서 약간의 불리함이 있습니다.(같은 구경이라면 실질적인 의미는 거의 없습니다만) |
이런 특징들은 종합해보면, 무거운 포탄을 느리게 발사하는 쪽이 원거리 포격에 유리합니다. 최대 사정은 좀 짧지만, 일단 사거리 내에서는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더 큰 낙각으로 떨어지기에 갑판 장갑 관통력도 우수합니다.
덤으로 무거운 포탄을 느리게 발사하는 쪽이 포신의 마모가 덜해서 포신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포신 수명은 탄속과 반비례하기 때문이죠.(물론 같은 에너지로 발사할 때 그렇다는 것이고, 보통 포신 수명 연장을 위해서 지상지원등을 위해서 HE탄을 발사할때는 가벼운 포탄을 장약을 덜써서 약한 에너지로 발사합니다. 이러면 포신 마모가 비약적으로 줄어들죠)
이론적인 이야기는 이쯤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보죠.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동일한 에너지로 발사할 경우인데, 이걸 달리보면 더 큰 에너지를 실어보내려면 속도를 높여야하는가? 포탄중량을 늘여야 하는가? 의 문제가 됩니다. 보통은 포탄중량을 늘이는 쪽이 선택됩니다. 즉 구경을 높이는 것이죠. 드레드노트의 12인치 포탄은 386kg이었는데, 수년후 채택된 13.5인치 포탄은 574kg, 다시 수년후 채택된 15인치 포탄은 871kg. 10여년 사이에 포탄중량이 2배 이상이 증가한 것입니다.(탄속은 총 50m/s정도 감소했습니다만) 물론 포탄중량 증가는 포시스템 전체의 중량증가로 연결되므로(위 경우450-500t에서770t으로) 무한한 증가는 불가능합니다만, 이걸 상쇄할만큼 탄속을 늘이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자꾸만 거포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같은 포에서도 무거운 포탄을 사용해 원거리 포격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콜로라도급에 사용된 미국의 16인치 마크1은 당초 957kg탄을 발사하도록 되어있었지만, 중량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2차대전 당시에는 1016kg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급과 사우스 다코타급에서 사용하는 16인치 마크6는 기본적으로 같은 포이지만, 1225kg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장전설비등이 개량되었습니다.
그럼 무거운 포탄을 빠르게 발사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가 이태리의 15인치포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자 그대로 무거운 포탄을 '엄청나게' 빠르게 발사하는 이 포의 위력은 15인치급을 뛰어넘어 타국의 16인치포와 맞먹는 수준입니다.(측면 관통력은 웬만한 16인치포보다 낫습니다) 더구나 사거리도 42000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빠른 탄속의 댓가로 포신 수명이 극히(!) 짧고, 탄착군이 넓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탄착군 문제에 대해 이태리 해군은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탄착군을 좁히는데 '광분'했던 일본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입니다)
2차대전 당시 주요 15인치포 개요
함포 |
AP탄중량 |
포구탄속 |
포신수명 |
영국 15"/42 Mark I |
879kg |
749m/s |
약335발 |
프랑스 38cm/45 Model1935 |
884kg |
830m/s |
약200발 |
독일 38cm/52 SK C/34 |
800kg |
820m/s |
약180-210발 |
이태리 38.1cm/50 Model1934 |
885kg |
850m/s |
약110-130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