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을 읽다. 삶은 아버지 손에서 몸을 키웠다. 때때로 색을 바꾸면 어르고 달래느라 아버지 두 손은 상처투성이다. 입구와 출 구를 변경하며 바람을 일으켜야 했던 가장의 생활. 엇박자 에 맞서 때로는 윽박지르고 구박도 했으리라. 조곤조곤 달 래도 보고 협상 제의도 했을 것이다. 충직한 손으로 과수 원 흙밭에 쓴 고단함을 확인하기 위해 새벽을 가르시던 아 버지. 그래서 흙은 아버지의 왼손과 오른손이 필요했다. 일 찌감치 험난한 삶에 익숙해진 손가락에는 마디마다 고단 한 세월이 새겨졌다. 팔십 평생 가시밭길 같은 생을 헤쳐 오느라 남몰래 눈물도 닦아냈을 것이다. 캄캄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아버지 곁을 지킨 두 손. 너덜너덜한 삶을 깁고 돌아보며 살피고 또 살피느라 지문은 얼마나 많은 결을 지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