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책을 내며 I

갈대는 푸르른 기쁨의 시절을 모르고 새싹으로 솟아오
르면서 바로 풍화를 시작한다고 한다. 곤충을 부르지 않고
봄꽃처럼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일상 또
한 자랑스럽거나 빛나지 않고 넘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바람과 더불어 피고 지는 갈대처럼 내 글쓰기도 수시로
불어닥친 바람에 리듬을 놓친 적이 많다. 삶의 길목에서 만
난작은 생의 조각들,아무리 뒤엎고 다듬어도 부족하기만
해 섣불리 내놓겠다는 마음이 서지 않았다. 빗장을 걸고 있
는 망설임을 달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삶이란 이름으로 끼어든 오르막과 내리막을 풍화시켜
나만의 색을 입혀 보았다. 그래서 결핍의 구멍을 메우느라
애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
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앞으로도 열심히 언어와의 부
대낌을 계속할 것이다.
땅에 얽매인 채 빈껍데기로 남아서 만지면 바스러지는
갈대처럼, 더 품고 있다가는 흔적도 없이 스러져 버릴까
조심스럽다.
“왕관을 쓰려는 자,그 무게를 견뎌라.”
혹독 하고 매서운 회초리 맞을 준비를 마치고 공감하는 한 줄에
밑줄이 그어지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안녕, 낯선 사
람』을 내민다.
누군가의 딱딱한 가슴을 풀어주고 폭염 같은 뜨거운 일
상에 한 줄기 바람으로 스밀 수 있으면 좋겠다. 가난한 마
음에 깃들고 허허로운 이에게 스미어 조금의 위안이라도
주기를 바란다.
한 편 한 편 다시 읽으면서 추억과 함께 있는 나를 보았
다. 아픔과 행복을 만났다. 소금에는 바다의 짠맛과 햇볕의
향기가 섞여 있듯이 살핌과 돌아봄의 시간은 따뜻한 애정
과 날카로운 사랑을 품게 했다. 그 힘으로 떨림을 주는 향
기가 나기를 기대해본다. 무거웠던 현실을 행복한 환상으
로 채워가면서 가볍지 않은 걸음을 옮기는 데 묵묵히 지켜
봐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0년 3월 허 정열

안녕,낯선 사람
허정열수필집
발행일 2020년 4월 20일 초판 1쇄
자은이 허정열
펴낸이 정연순
펴낸곳 나무향
주 소 서울광잔구차양로28길34,드람스페이스501호
전 화 02-458-2815,010-2337-2815
팩 스 02-457-2815
메 일 namuhyang2815@hanmail.net
저작권자 ©2020허정열
출판등록 제2017-000052호
가격 13,000원
ISBN 97-11-8905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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