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열수필집/1부 종이밥상

책을 내며 ㅡ "안녕, 낮선 사람"

21c-park 2023. 12. 17. 10:53

I 책을 내며 I

갈대는 푸르른 기쁨의 시절을 모르고 새싹으로 솟아오

르면서 바로 풍화를 시작한다고 한다. 곤충을 부르지 않고

봄꽃처럼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일상 또

한 자랑스럽거나 빛나지 않고 넘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바람과 더불어 피고 지는 갈대처럼 내 글쓰기도 수시로

불어닥친 바람에 리듬을 놓친 적이 많다. 삶의 길목에서 만

난작은 생의 조각들아무리 뒤엎고 다듬어도 부족하기만

해 섣불리 내놓겠다는 마음이 서지 않았다. 빗장을 걸고 있

는 망설임을 달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삶이란 이름으로 끼어든 오르막과 내리막을 풍화시켜

나만의 색을 입혀 보았다. 그래서 결핍의 구멍을 메우느라

애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

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앞으로도 열심히 언어와의 부

대낌을 계속할 것이다.

땅에 얽매인 채 빈껍데기로 남아서 만지면 바스러지는

갈대처럼, 더 품고 있다가는 흔적도 없이 스러져 버릴까

조심스럽다.

왕관을 쓰려는 자그 무게를 견뎌라.”

혹독 하고 매서운 회초리 맞을 준비를 마치고 공감하는 한 줄에

밑줄이 그어지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안녕, 낯선 사

을 내민다.

누군가의 딱딱한 가슴을 풀어주고 폭염 같은 뜨거운 일

상에 한 줄기 바람으로 스밀 수 있으면 좋겠다. 가난한 마

음에 깃들고 허허로운 이에게 스미어 조금의 위안이라도

주기를 바란다.

 

한 편 한 편 다시 읽으면서 추억과 함께 있는 나를 보았

. 아픔과 행복을 만났다. 소금에는 바다의 짠맛과 햇볕의

향기가 섞여 있듯이 살핌과 돌아봄의 시간은 따뜻한 애정

과 날카로운 사랑을 품게 했다. 그 힘으로 떨림을 주는 향

기가 나기를 기대해본다. 무거웠던 현실을 행복한 환상으

로 채워가면서 가볍지 않은 걸음을 옮기는 데 묵묵히 지켜

봐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03월 허 정열

안녕낯선 사람

허정열수필집

발행일 2020420일 초판 1

자은이 허정열

펴낸이 정연순

펴낸곳 나무향

주 소 서울광잔구차양로2834,드람스페이스501

전 화 02-458-2815,010-2337-2815

팩 스 02-457-2815

메 일 namuhyang2815@hanmail.net

저작권자 ©2020허정열

출판등록 제2017-000052

가격 13,000

ISBN 97-11-8905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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